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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배우며] 걸어서 건강을 증명한 닥터 K

김홍영 / 전 오하이오 영스타운 주립대 교수
김홍영 / 전 오하이오 영스타운 주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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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틀랜타 중앙일보] 발행 2020/12/04  0면 입력 2020/12/03 14:35

맥 다니엘 공원을 아내와 같이 걸었다. 11월의 중순, 공원엔 가랑잎이 하늘하늘 떨어지고, 소나무 밑에도 소나무 잎이 떨어져 푹신한 쿠션을 만들어 걷기가 좋다. 오늘은 아침나절엔 일이 있어 낮에걸으러 나왔다. 한낮의 따스한 가을 햇살이 어깨와 볼을 따스하게 비춘다.

한국 남자로 보이는 분이 길 앞쪽에서 마주 걸어온다. 교회에 같이 다니는 ‘닥터 K’ 아닐까 의심이 들어 가까이 다가 가보니 그분이 맞다. 우린 악수 대신 주먹을 맞대며 인사를 나눴다.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몇 달 만에 처음 만났다. 그는 의사로 일하다 은퇴한 분이다.

닥터 K와 부인 권사님도 별고 없으며 집에는 뉴욕에서 손자가 와서 있다고 했다. 우리도 별일 없이 잘 지낸다고 안부를 교환했다.

“닥터 K, 어떻게 얼굴에 주름이 하나도 없어요?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어제가 내 생일이었어요. 미수, 88이야.”
“축하드려요. 닥터 K는 88세가 되도 신선처럼 얼굴에 주름도 하나도 없고, 건강하신 비결이 뭐에요?”
“비결이 있다면 한가지, 걷는 거요. 나는 이 공원을 15년째 걸었어요. 하루에 8000~만보는 필수로 걸어요.”
“15년째 걷는다? 매일 8천보에서 만보씩은 걷는다?”
“매일 아침에 걷고, 오후에도 가끔 걷고.”
“안녕하세요?” 초등학생인듯한 두 남자아이가 우리가 선 곳을 지나가다가 닥터 K를 보고 허리를 90도 굽혀 인사를 한다.
“오 그래 잘 있었어?” 하며 남자아이들을 향해 밝은 미소로 응답한다. 그리고 아이들의 아버지와도 인사를 나눈다. 백인 부부도 지나가며 손을 흔들어 인사말을 나눈다. 오랫동안 같은 공원을 걷다 보니 많은 사람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나가오 가즈히로라는 일본 의사가 쓴 책, ‘병의 90%가 걷기만 해도 낫는다’가 요즘 인기 있고, 하루 한 시간만 걸으면 아프지 않고 백 세까지 산다고 하고, 걷기 예찬들이 많이 나오는데, 닥터 K야말로 매일 열심히 걸어 88세까지 걸어서 건강한 산 증거네요!”
“아침에 햇빛 받으며 걸으면 멜라토닌이 생겨 밤에 잠이 잘 와요. 걸으면 노인 우울증도 없어지고.”
“어떻게 닥터 K는 매일 걸으세요? 귀찮지 않으세요?”
“버릇이 되어 하루라도 안 걸으면 못 견뎌요. 집이 공원 옆이라서 편해요. 걷고 싶으면 나가면 되니까. 명상하면 혈압이 낮아져요.”
“걸으면서 명상도 하세요?”
“걸으면서 호흡을 의식적으로 걸음에 맞추어 서너 번씩 들이쉬고, 걸음에 맞추어 서너 번씩 내쉬고 그러면 생각 속에서 계속 달리던 세상의 스트레스 긴장의 무드가 풀리고, 방에 앉아서 3분만 명상을 해도 혈압이 내려가더라고요.”
“혈압 내려가는 것을 혈압계로 재보셨어요?”
“물론이지요. 내가 쓰던 구식은 버리고 새로 산 혈압계로 재보았지요.”
“참 한가지 물어볼게 있어요. 작년에 한국과 싱가폴을 다녀오실 때, 그 장거리 비행하고도 병이 안 나신 것 그게 신기하게 느꼈거든요. 장로교 목사님을 비롯한 내 골프 버디인 닥터 Y 등 내가 아는 5분이 편도 13~15시간 한국행 장거리 비행 후에, 비행기 안의 좁은 공간에서의 혈액 순환 장애, 시차 장애 때문에 병들어 돌아가셨는데, 닥터 K는 87세에 다녀와서도 멀쩡하셨잖아요. 그때 일반석 비행을 하셨어요, 아니면 비즈니스석을 타고 다녀오셨어요?”
“비즈니스석을 타고 다녀왔어요. 다리를 뻗을 수도 있고 누울 수도 있어서 좀 편하지요.”

닥터 K는 공원 걸으면서 공원의 꽃들, 숲, 동물도 보고, 명상도 하고, 하늘도 보고 구름도 보고, 애송시도 읊는다고 했다. 곱게 늙어가는 88세의 얼굴엔 오래 걸은 그의 내공이 반영된 걸까?

건강함을 유지한 그가 좋아한다고 소개한 시다.

“산 너머 저쪽 하늘 멀리/ 행복은 있다고 사람들은 말하네/ 아, 나는 남 따라갔다가/ 눈물 지우며 돌아왔다네/ 산 너머 저쪽 더 멀리 / 행복은 있다고 사람들은 말하네.” 칼 붓세의 ‘산 너머 저 멀리’.

“슬픈 목소리로 내게 말하지 말라/ 인생은 한낱 헛된 꿈이라고!/ 잠든 영혼은 죽은 것이니/ 만물은 겉모양 그대로는 아니다. // 인생은 진실이다/ 인생은 진지하다/ 무덤이 그 종말이 될 수 없다./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가라는 말/ 이 말은 영혼에 대해 한 말이 아니다.// 우리가 가야 할 곳, 또한 가는 길은/ 향락도 아니고 슬픔도 아니다/ 내일이 오늘보다 낫도록/ 저마다 행동하는 그것이 인생이다.// 우리 모두 일어나 노력하자/ 어떤 운명인들 이겨낼 용기를 지니고/ 끊임없이 성취하고 계속 추구하며/ 일하며 기다림을 배우지 않으려나.” 롱펠로의 ‘인생 찬가’ 중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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