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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 조작의 유혹②] 인공위성이 찍은 야간불빛에 'GDP 부풀리기' 딱 걸렸다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9/08 14:02

[통계 조작의 유혹②] 美 시카고대의 추적
인공위성으로 중국·미얀마 GDP 조작 밝혀냈다


지난 2012년 촬영된 NASA의 항공 위성사진. 후진국에 속하는 북한에서는 빛이 보이지 않는다. 한국(남한), 일본 등과 대조적이다. [로이터=연합뉴스]


‘24시간 도시(24-Hour City)’. 여행 가이드 책자 『론리 플래닛』은 이처럼 서울을 표현합니다. 실제로 서울은 24시간 깨어있다고 볼 수 있지요. 현란한 네온사인·동대문 쇼핑몰·야간 버스·프랜차이즈 등…. 서울의 찬란한 밤 풍경은 그만큼 경제 활동이 활발하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야간 불빛을 이용해 나라의 경제 규모를 추정해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나요. 바로 인공위성 사진을 통해서 말입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촬영한 한반도 위성사진을 한번 살펴볼까요. 포착되는 불빛의 강도에 따라 한국과 북한의 경제 규모가 확연히 차이난다는 사실을 추정해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인공위성에서 포착한 불빛을 통해 우린 전세계 국가의 실제 경제 규모를 추정하고, 또 검증해볼 수 있지요.


지난 2014년 NASA가 촬영한 한반도 사진. 한국(남한)은 불빛으로 가득찬 반면 북한은 어둡다. 그만큼 북한의 경제 활동이 덜하다는 의미다. [NASA earth observatory]


실제로 요즘 미국 학계에선 인공위성에 포착된 불빛을 활용해 국가 경제 규모를 측정하려는 노력이 활발합니다. 각 정부가 발표하는 국내총생산(GDP)·국민총소득(GNI) 등 각종 경제 지표와 별개로 말이지요. 이른바 ‘야간 불빛 지수(Nighttime Light·NTL)’입니다.


최근 정치경제학자인 루이스 마티네즈 미 시카고대 해리스스쿨(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NTL를 활용한 참신한 연구를 내놨는데요. 논문명은 ‘우린 독재 정권의 GDP를 얼마나 신뢰해야 할까?(How Much Should We Trust the Dictator's GDP Estimates?)입니다. 한번 살펴볼까요.



루이스 마티네즈 미 시카고대 해리스스쿨 교수. [시카고대 홈페이지]


마티네즈 교수는 NASA의 인공위성으로 관측한 국가별 ‘야간 불빛’을 ‘1인당 국민 소비’로 치환해, 각 국가가 발표한 연도별 GDP와 비교 추정했습니다. GDP(임금·지대·이윤 등)의 한 축인 임금이 올라 국민 소비와 투자가 활발해질수록, 인공위성이 포착하는 불빛 역시 더욱 밝아질 것으로 가정한 것입니다.

조금 어렵게 느껴지시나요. 다음 두 사진을 살펴보지요. NASA가 지난 2012년, 그리고 2017년 인도를 촬영한 위성사진입니다. 한눈에 봐도 불빛이 더욱 밝아졌다는 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기간 인도의 GDP는 1.9조 달러(2135조 원)에서 2.6조 달러(2921조 원)로 크게 증가했지요.

마티네즈 교수의 주장대로라면, 인도는 인공위성으로 촬영된 불빛 강도 변화 만큼이나 경제 성장을 이뤘다는 얘기가 됩니다.


2012년과 2017년 인도의 야간 위성사진. 불과 5년만에 불빛의 강도가 크게 차이난다. [NASA]


그런데, 마티네즈 교수가 위성사진의 불빛과 국가별 GDP를 비교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정부들의 통계 조작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상당수 국가 기관은 직접 산출한 GDP를 발표하는데요. 만약 특정 정부, 혹은 정권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그릇된 수치를 자의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마티네즈 교수는 설명합니다. 이것이 그가 가진 문제의식의 출발점이었지요.

본론으로 들어가볼까요. 마티네즈 교수는 179개 국가를 대상으로 지난 17년치(1992~2008년) GDP와 인공위성이 포착한 불빛의 강도 변화를 비교했습니다. 미국·영국·캐나다·한국 등 민주주의 국가 뿐 아니라, 중국·미얀마·캄보디아 등 민주주의로 보기 어려운 국가도 포함됐지요.

마티네즈 교수의 결론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민주주의 국가의 경우 위성 불빛이 10% 가량 밝아졌을 때 GDP가 2.4% 가량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같은 조건에서) 독재 정권은 2.9~3.4% 가량 높아졌다”는 것이었지요.

쉽게 말해, 위성 불빛이 ‘같은 강도’로 강해졌다는 가정 아래, 독재 정권의 GDP가 민주주의의 국가에 비해 더 빠른 증가율을 보였다는 것입니다. 이를 근거로 마티네즈 교수는 이들 정권의 ‘GDP 부풀리기’ 의혹을 제기했지요.

독재 국가에서 나타난 위성 불빛이 민주주의 국가와 비슷한 강도로 밝아졌다면, 경제 성장도 비슷한 규모로 이뤄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마티네즈 교수가 논문에서 제시한 GDP 변화율(1992~2005년)의 원본과 교정치. 교정 결과 중국·미얀마·캄보디아 등이 제시한 GDP 발표치는 적지않은 폭으로 줄었다. 가로축은 국가명, 세로축은 GDP 변화율이다. [마티네즈 교수 논문 캡처]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마티네즈 교수는 추가 검증을 실시했습니다. 혹시라도 독재 국가에 나타난 위성사진의 불빛 밝기와 GDP 발표치의 차이가 도시화, 전력 사용량 차이에 따른 것이 아닌지 따져본 것이지요. 하지만 두 변수에 따른 차이는 없었습니다.

마티네즈 교수는 ‘특이 사실’에 주목합니다. “상당수 독재 정권에 의회·중앙은행·법원 등 ‘독립적 정부기관’이 없다는 사실을 감안해 재분석해봤더니, 이들 국가의 GDP(발표치)가 큰 폭으로 줄었습니다.”

결국 GDP 발표치가 인공위성에 포착된 불빛에 비해 과도하게 큰 나라들의 공통점은 민주주의가 제대로 자리잡지 않았다는 것이란 설명입니다.

마티네즈 교수는 “독재 국가는 선거를 앞두고 지도자의 치적을 내세우거나, 국제개발협회(IDA) 등 해외 금융기관으로부터 원조를 받으려는 목적으로 GDP 수치를 조작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합니다. (※물론 그는 이 주장 역시 통계적으로 증명했지요.)

먼 나라의 얘기가 아닐 수 있습니다. 최근 황수경 통계청장이 돌연 경질된 것과 관련해 야당 등 일부 정치권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 기조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가계 동향 조사 결과를 낸 괘씸죄로 경질된 게 아니냐”고 주장하지요. 황 전 청장 역시 물러나면서 “통계가 정치적 도구가 되지 않도록 노력했다”며 씁쓸한 여운을 남겼습니다.


그러나 마티네즈 교수가 연구에서 검증했듯이, 한 가지 사실은 분명합니다. 한국을 비롯, 각국 정부가 내놓는 ‘수치상 실적’에 대한 검증 기술은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통계 조작의 유혹] 첫 편에서 살펴봤듯이, 경제 연합체에 가입하려는 목적으로 함부로 재정 적자를 조작하거나(그리스), 중앙 정부에 잘 보이려는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GRDP(지역내총생산)를 부풀리는(중국 지방정부) 등의 조작 행위를 철저히 방지하려는 학계의 노력입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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