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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해야 아이 낳지" 일본, 비정규직 임금 올리기 시동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9/08 21:01

[더,오래] 이형종의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배운다(9)

장시간 노동과 업무 스트레스 문제를 제기한 일본 영화 '잠깐만 회사좀 관두고 올게'의 한 장면. [중앙포토]


“직업소개소에 문의하면 비정규직만 채용하고 있어요. 지금 회사에서 계속 일할 수 있을지 불안합니다. 동료들도 똑같은 상황입니다. 파견사원이라 항상 소득 불안을 안고 살아요. 저축해도 세금과 임차료, 대출상환으로 전혀 여유가 없어요. 건강이 나빠지면 의료비도 내지 못하고 생활할 수 있을지 불안합니다. 임대료가 싼 교외로 이사하려고 해도 교통비 부담이 큽니다. 어쩔 수 없이 도심에서 살고 있어요.”

비정규직, 고용불안에 생활고 겪어
일본 대기업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30대 회사원들의 고민이다. 대부분의 비정규직은 언제 회사를 그만둘지 모르는 고용불안과 저소득으로 인한 생활고를 겪고 있다.

일본의 비정규직은 1990년대 이후 계속 늘어나고 있다. 특히 젊은 층에서 많이 늘어나고 있다. 총무성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젊은 세대(25~34세)의 비정규직 비율은 1990년에는 12%였지만 2000년 14%, 2010년에는 26%까지 높아졌다. 2015년 비정규직 비율은 남성 16.6%, 여성 40.9%였다. 남성의 비정규직은 15년 전보다 3배 이상 늘어났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소득 격차도 커지고 있다. 2015년 25~29세 남성의 경우 정규직(372만엔)과 비정규직(255만엔)의 소득 격차는 117만엔이지만, 30~34세에 167만엔이었다. 45~49세에서 정규직의 연 소득(646만엔)은 비정규직(313만엔)보다 2배 이상 높았다(후생노동성의 2015년 연 임금구조기본통계조사).

이렇게 일본에서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1990년대 버블경제의 붕괴 이후 경제의 글로벌화, 신흥국 기업의 약진으로 국제경쟁력이 떨어진 일본 기업은 인건비를 대폭 줄이기 시작했다. 정규직을 정리해고하기 어려운 기업은 중장년 고용을 유지한 채 젊은 세대를 채용하지 않거나 근로조건이 유연한 비정규직을 늘려나갔다.


일본에서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이유는 정규직을 정리해고하기 어려운 기업이 중장년 고용을 유지한 채 젊은 세대를 채용하지 않거나 근로조건이 유연한 비정규직을 늘려나갔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서비스 산업의 확대도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주요 요인이었다. 서비스 산업은 매뉴얼이 발달해 있는 데다 간단한 기능만 습득해도 일할 수 있는 분야가 많다. 고객 방문에 맞춰 다양한 시간대의 유연 근무제도 도입할 수 있다. 인건비가 낮고, 고용 조정이 쉽기 때문에 비정규직을 적극적으로 고용한다.

다른 유럽 선진국에서도 서비스 산업이 발달하면서 비정규직 고용이 늘고 있다. 다만, 일본에서는 중장년의 정규직 고용을 유지하면서 젊은 세대에게 비정규직이라는 부담을 주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결혼까지 포기하는 비정규직 젊은이들
비정규직 젊은 층의 증가는 새로운 사회문제를 낳고 있다. 젊은 세대의 경제적 격차뿐만 아니라 결혼과 자녀출산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소득이 낮은 젊은 비정규직은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경향까지 보인다.

실제 닛세이기초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일본 남성은 버는 소득에 따라 결혼의향에 차이를 보인다. 비정규직은 정규직보다 결혼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300만엔 미만의 소득자는 결혼의향이 떨어지고, 결혼을 늦추거나 포기하려 한다. 소득이 낮아 결혼·출산을 할 수 있을 만큼의 경제적 기반이 없는 비정규직은 결혼을 체념해버린다.

2015년 현재 연 소득 300만엔 미만의 20대는 263만명(30대 남성은 135만명)이다. 비정규직의 약 80%는 연 300만엔 미만의 소득을 벌고 있다. 젊은 비정규직은 경제적 문제로 결혼을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

20~30대 비정규직 중 결혼한 사람은 4.7%, 연인이 있는 사람은 15.3%에 불과하다. 즉 비정규직 남성의 80%는 파트너가 없다. 그중 절반은 교제경험도 없다. 비정규직은 연애할 기회도 적어 결혼할 확률이 대폭 줄어든다.


연령별 비정규직 비율과 연소득 비교. [출처 후생노동성, 2015년 연임금구조기본통계조사, 제작 현예슬]


저소득 비정규직은 결혼 후 맞벌이를 하더라도 자녀를 낳아 키우는데 애로를 겪는다. 무엇보다 비정규직은 항상 고용 불안을 안고 산다. 사업주는 출산을 앞두고 있거나 어린 자녀가 있는 사람을 비정규직으로 채용하지 않으려고 한다. 불황으로 경영이 어려워지면 비정규직의 계약을 갱신하지 않거나 중도 해고하는 경우도 많다.

많은 비정규직 여성은 육아 휴직을 얻기 힘들다. 단기 계약으로 고용된 비정규직엔 육아 휴직 조건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육아 휴직을 얻지 못하면 계약 갱신도 보장되지 않는다. 일하고 싶으면 어린아이를 안은 채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나서야 한다.

일본의 미혼 젊은이 증가세는 심각한 저출산을 초래하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일본 정부는 젊은 세대를 위한 경제적 지원책을 내놓았다. 2016년 ‘일본 일억총활약플랜’에서 희망출산율 1.8%를 목표를 제시하고 구체적인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젊은 세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의 실현, 최저 임금 인상, 장시간 노동시간 개선 등을 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정부의 대책 외에도 젊은 세대가 자녀를 낳아 키우기 쉬운 취업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주문하고 있다.

먼저 의료 복지 분야나 중소기업 등에 젊은 인재 고용을 늘리도록 하는 것이다. 이들 기업은 대기업보다 급여가 낮지만 정규직으로 채용된다면 고용이 안정되고 소득도 늘어날 것이다. 이를 위해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중소기업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국가 차원에서 젊은 세대의 직업훈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젊은 세대의 기술과 능력 향상에 투자할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인재육성 비용을 사회에서 지원해 부담을 줄여주자는 취지다.

비정규직의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일도 필요하다. 현재 글로벌화와 산업구조의 재편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도 앞으로 많은 비정규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의 임금을 올려주면 자녀를 낳아 키우려는 비정규직 부부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비정규직의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일이 필요하다. 비정규직의 임금을 올려주면 자녀를 낳아 키우려는 비정규직 부부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사진은 일본 이시카와현 노미(能美)시 인정(認定)어린이집인 사정보육원(寺井保育園). 신인섭 기자


구체적으로 비정규직이 정규직과 동일한 역할과 업무에 종사하는 경우 같은 시간 단가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후생노동성의 동일노동·동일임금 검토회에서는 비정규직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개선하기 위해 이들의 급여와 수당을 올려주는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출산 후 취업하지 못한 비정규직에 소득 지원
셋째, 비정규직 부부가 자녀를 낳아 키우기 쉬운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비정규직은 육아 휴직을 취득하기 어렵고, 출산 후에도 계속 일하기 어렵다. 일하지 않는 동안은 소득이 없어 생활이 불안해진다. 출산 후 취업하지 못할 경우 최대 1년간 일정 소득을 지원하는 제도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캐나다의 ‘부모급여제도’는 출산 전에 일정 기간 취업했으나 그 기업으로 복귀할 수 없는 사람에게 급여를 준다. 소득이 40% 이하로 감소하고 1년간 고용보험에 600시간 가입하고 있다면 최대 4만 달러까지 지급한다.

넷째, 젊은 세대가 인생설계의 의의와 필요성을 배우도록 해야 한다. 학교를 졸업한 후 어떻게 일하며 살 것인지, 결혼·출산 후 가계경제를 어떻게 설계해 나갈 것인지 스스로 종합적인 인생설계를 해나가도록 지원하는 대책이다. 결혼과 출산의 선택은 개인의 몫이지만, 젊은 세대에게 현재의 사회상황에서 어떻게 살아갈지 배울 기회를 준다면 보다 현명한 선택을 내릴 것이다.

이형종 한국금융교육원 생애설계연구소장 acemn04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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