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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가 성격까지 좋으면 기분 나쁘다고요?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9/08 23:01

[더,오래] 신성진의 돈의 심리학(25)

영화 상류사회의 포스터. 이 영화는 상류사회에 있는 사람들과 그곳에 가고 싶어 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이다. 영화는 상류사회를 '가장 아름답지만 가장 추악한 곳'이라고 표현했다. [중앙포토]


우리에게는 아주 익숙한 나쁜 부자 이야기가 있다. 이 익숙한 이야기의 주인공은 재벌이거나 엄청난 대기업을 소유하고 있고, 조폭과 연결되어 있으며, 돈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때로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가족들과의 관계는 돈 때문에 깨지기 일쑤고, 사랑 따위는 ‘개에게나 줘버려라’고 말한다.

‘내부자들’ ‘베테랑’ 같은 국내영화, ‘위대한 개츠비’ ‘월스트리트의 늑대’ 등 할리우드 영화, 최근 개봉 영화 ‘상류사회’까지 우리는 나쁜 부자의 이야기에 기분 나빠하면서 부러워하기도 한다. ‘상류사회’의 포스터는 상류사회를 ‘가장 아름답지만 가장 추악한 곳’이라고 말한다. 이미 그곳에 있는 사람들과 그곳에 가고 싶어 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돈과 섹스, 탐욕을 중심으로 2시간 동안 화면을 가득 채운다.

나쁜 부자들은 대부분 ‘숭배형’
재무심리검사를 해 보면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숭배형’으로 나타난다. 숭배형은 ‘돈이 인생에서 제일 중요해’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지’ ‘세상에 돈으로 할 수 없는 일은 없어’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아’ ‘돈이 나를 지켜 줄 거야’ ‘돈이 어떤 신보다도 강한 신이야’라는 식의 생각을 한다. 돈이 가치의 기준이고 돈이 삶의 목적이 된 사람이 숭배형 나쁜 부자다.

나쁜 부자, 불행한 부자, 변화가 필요한 부자의 이야기는 우리의 부자와 돈에 관한 생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베테랑’ ‘내부자들’처럼 메시지가 분명하거나 오락 요소가 강한 영화는 선이 악을 이기는 쾌감을 선물하고 사회적인 메시지를 주기도 하지만, 대체로 나쁜 부자 이야기는 부자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남긴다.

좀 더 심리적으로 이야기하면 부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무의식에 자리 잡고, 이 무의식은 결정적인 순간에 고개를 쳐든다. ‘부자는 나쁜 사람이다’ ‘그 부자는 스스로 노력해 부자가 된 것은 아닐 거야~’ 등은 돈을 벌어야 할 때 돈을 거부하게 한다.


위대한 개츠비의 한 장면. 성격 좋고 매너 좋은 부자는 돈을 숭배하는 숭배형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돈보다 사람과 가치가 중요한 때가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중앙포토]


대기업 기업문화실 사회공헌파트에서 일하는 후배와 재미있는 대화를 나눴던 기억이 난다. 사회공헌 비즈니스를 의논하기 위해 부자들과 만나고 난 후 정말 기분 나쁜 경험을 했다고 툴툴거렸다.

“지난주에 사회공헌 관련 미팅을 하는데, 계속 기분이 나빠지는 거예요. 그 사람들 정말 돈 많은 부자인데, 성격도 좋고 매너도 정말 좋은 거예요. 정말 기분 나쁘던데요. 돈이 많으면 불행하거나 성질이 더럽거나 해야 공평한 것 아닌가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평범한 서민에게는 정말 기분 나쁜 이야기다. 돈도 많고 사람도 좋다니! 그런데 이게 현실이다. 기분 나쁠 수 있지만 진실이다.

‘흉년기에는 땅을 늘리지 말라’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주변 100리 안에는 굶는 사람이 없도록 하라’는 등의 육훈으로 유명한 경주 최부자, 제주도의 김만덕, 유한양행의 설립자 유일한 박사와 페이스북 설립자 마크 주크버그, 빌 게이츠, 워렌 버핏은 크기를 가늠하기 힘든 기부와 나눔을 하는 부자들이다. 이들은 부자이지만 ‘숭배형’이 아니다. 왜냐하면 돈보다 사람과 가치가 중요한 때가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을 돌아보자. 그중에 누가 부자이고 누가 부자가 돼 가는가. 그들이 모두 돈을 숭배하고 돈이라면 뭐든 하려는 사람은 아닐 것이다. 평범하지만 좀 더 열심히, 좀 더 철저하게, 좀 더 알뜰살뜰 살고 있을 것이다.

불쾌하고 불편했던 영화 ‘상류사회’
‘상류사회’ 영화를 보면서 내내 불편하고 불쾌했다. 내가 아는 부자들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이런 영화가 무의식중에 심어줄 부와 부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우려스러웠다. 부자가 되려면 이런 이미지를 극복해야 하고, 부자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다. 재무심리에서는 돈에 대한 신념, 고정관념을 ‘머니 스크립트’라고 한다.

머니 스크립트는 부모로부터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종교적 신념이나 트라우마에 의해 주로 형성되지만, 영화를 포함한 문화적 환경에도 영향을 받는다. 부와 부자에 대한 부정적인 영화, 돈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영화도 머니 스크립트에 영향을 미친다. 이 머니 스크립트에 따라 돈에 대한 태도와 행동이 달라진다.

돈과 부자에 대한 부정적인 스크립트 몇 가지를 살펴보자. ‘부자는 자신의 돈을 누릴 자격이 없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부자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돈보다 사람이 중요하다’ ‘부자는 불행하다’….


돈에 대한 신념, 고정관념을 '머니 스크립트'라고 한다. 부자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갖고 있으면 스스로 부자가 되는 것을 거부하기도 한다. 때로는 머니 스크립트를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행동이 바뀌고 결과가 바뀐다. [중앙포토]


이런 머니 스크립트를 가지고 있으면 무의식적으로 부자를 싫어하고 스스로 부자가 되는 것을 거부하기도 한다. 돈이 생기면 모으거나 투자할 생각보다 어디로 여행을 갈지, 무엇을 사면 좋을지, 주위에 누구를 도와줘야 할지 등 늘 돈을 떠나보낼 생각을 한다. 그리고 돈을 벌 기회가 와도 잡지 않고, 조금만 더 노력하고 집중하면 잡을 좋은 기회도 흘려보낸다. 부자가 되면 언젠가 불행해지고 비정상적으로 돈을 모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계속 부자의 길을 방해한다.

필요하다면 머니 스크립트를 바꿔야 한다. 그래야 행동이 바뀌고 결과가 바뀐다. ‘부자는 돈을 누릴 자격이 없다’는 머니 스크립트는 ‘열심히 일해 돈을 번 부자는 자신의 돈을 누릴 자격이 있다’로 바꿔야 한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부자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은 ‘사회 변화에 따라 수많은 신흥 부자가 탄생하고 있고, 앞으로도 많이 탄생할 것이다’로 수정할 수 있다.

‘돈보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신념은 ‘때로는 돈이, 때로는 사람이, 시기와 상황에 따라 중요도가 달라진다’는 수정할 수 있고, ‘부자는 불행하다’는 고정관념은 ‘돈을 다룰 수 있는 부자는 부를 잘 활용해 행복한 삶을 만들 수 있다’로 수정하는 것이 좋다.

‘황금을 돌같이 보라’와 ‘돈이 최고야’ 사이서 균형을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 와 '돈이 최고야' 두 가지 이데올로기 사이에서 우리는 균형을 지켜야 한다. 착한 부자, 멋진 부자도 많으니 우리 스스로 좋은 부자가 되겠다 생각해야 한다. 당신도 좋은 부자가 될 수 있다. [중앙포토]


‘황금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생각이 지배하는 시대는 돈을 벌고 불리는 행동을 경멸하고 돈과 상관없는 직업을 귀하게 여겼다. ‘돈이 최고야’라는 이 시대의 이데올로기는 나쁜 부자의 이야기를 탄생시켰다. 우리에게는 균형이 필요하다. 때로 우리는 ‘돈이 최고야’라는 생각을 해야 할 때도 있고, 때로는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해야 하고 ‘돈보다 사람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야 할 때도 있다.

불편한 영화 ‘상류사회’를 보면서 계속 생각했다. 좋은 부자, 착한 부자, 멋진 부자도 많이 있다. 그런 스토리를 찾아보고 스스로 그런 스토리가 되어 보자. 이 글을 읽는 독자도 그러기를 바란다. 당신도 좋은 부자가 될 수 있다.

신성진 한국재무심리센터 대표 truth6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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