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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P 대출업체는 금감원이 안 무섭다?

김태윤
김태윤 기자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7/03 20:21

중견 규모 P2P 대출 업체 또 잠적
금감원, 조사할 법적 권한 없어
금감원 “현장 검사 한계 많아”
P2P 대출 관련 법안 4건 계류 중
조속한 입법 후 보완해 가야

투자자와 대출자를 연결하는 새로운 금융시장이라던 P2P(peer to peer) 대출 시장이 무법천지로 변하고 있다. 현재 P2P 대출 업체 7곳이 횡령·사기 등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가운데, 한 P2P 대출 업체가 잠적하는 사건이 또 벌어졌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이를 조사·감독할 권한이 없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관련법이 없기 때문이다. 조속한 입법과 감독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투자자들로부터 사기 혐의의 고발 당한 P2P 대출 업체인 폴라리스펀딩 홈페이지. 4일 현재 일주일째 투자자 및 외부와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4일 금융업계와 경찰에 따르면, P2P 대출업체인 폴리리스펀딩 투자자들은 이 회사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이들은 “폴라리스펀딩이 대출금 투자를 받은 뒤 잠적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폴라리스펀딩은 대부업체와 연계한 P2P 대출 업체다. 골드바 담보 대출 등의 상품에 투자자를 모집하고, 투자받은 돈을 일반인에게 대출해 주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이 업체가 투자자들에게 제시한 투자 수익률은 연 20% 안팎이다. 지난해 10월 설립 후 현재까지 누적 대출금은 124억원, 대출 잔액은 73억원이다. P2P 대출 업체 중에는 평균 규모다.

이 회사에 이상 징후가 나타난 것은 지난달 27일. P2P 대출 업체에 P2P 금융 플랫폼을 제공하는 페이게이트는 자체 모니터링을 하던 중 폴라리스펀딩에서 이상한 자금 흐름을 발견했다. 페이게이트 관계자는 “자금이 돈을 빌리는 차입자가 아닌 특정인에게 흘러가는 정황을 발견해 즉각 폴라리스펀딩 측에 소명 자료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폴라리스펀딩은 소명 자료를 내지 않았고, 페이게이트는 플랫폼 서비스인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중단하고 금감원에 신고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고와 민원이 들어온 것은 맞다”고 확인했다.

3일 오후 찾아간 서울 여의도 주택건설회관에 있는 폴라리스펀딩 사무실이 닫혀져 있다. 이 건물 관계자는 3주 전부터 폴라리스펀딩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김태윤 기자)


이 업체의 등록 주소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한 C빌딩 12층으로 돼 있다. 하지만 이곳은 1인 창업자나 소호 창업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비즈니스센터인 것으로 확인됐다. 센터 관계자는 “계약 이후 대표라는 사람이 거의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두 사무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폴라리스펀딩은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2동 19층과 인근에 있는 주택건설회관 7층 사무실을 임차해 쓰고 있었다. 기자가 2일과 3일 두 곳을 찾았지만, 이 회사 관계자를 만날 수 없었다.

IFC 빌딩 운영사무실 관계자는 “얼마 전부터 폴라리스펀딩 사무실에 전화하고 찾아가도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주택건설회관 관계자는 “임대차 계약 기간이 내년 3월까지인데, 폴라리스펀딩 직원들이 3주 전부터 PC 등 짐을 빼가서 지금은 일부 집기만 남겨둔 채 아무도 오지 않는다”고 전했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금융감독원.

P2P 대출 업체의 부도·사기·도주 사건이 잇따르면서 금융당국에 대한 불만도 확산하고 있다. 금감원은 현재 P2P 대출 시장 실태 파악을 위해 현장 점검을 벌이고 있다. 지난 4월 말까지 75곳을 상대로 1차 조사를 벌였고, 9월 말까지 108곳을 상대로 2차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하지만 폴라리스펀딩의 경우 이미 신고가 됐고,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되지만, 금감원은 즉각적인 조치를 못 하고 있다.

익명을 원한 금감원 관계자는 “이 사건을 인지하고 있지만, 현장 조사나 자료 제출 요청 권한이 없어 현장 점검 요원을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 혐의가 확정되지 않아 단정할 수 없지만, 도주 우려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금감원에는 P2P 대출 업체를 조사할 법적 권한이 없다. 관련법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부터 P2P 대출 가이드라인의 형태로 규제하고 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는 행정지도 성격이다. P2P 업계에서 “가이드라인을 지키는 곳만 손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지난달 14일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P2P대출 관리ㆍ감독 강화를 위한 '관계기관 합동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그나마 금융위원회가 지난 3월부터 P2P 연계 대부업체에 대한 의무 등록제를 시행하면서, 금감원은 등록한 대부업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P2P 대출 업체를 들여다보는 중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P2P 대출업체와 연계한 대부업체 대부분이 페이퍼 컴퍼니라 조사에 어려움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자료 요청을 해도 업체에서 안 주면 그만”이라며 “현장 검사 요원들이 요주의 업체를 상대로 최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 3월 의무 등록 시행 이후 뒤가 켕기는 업체들이 알아서 고의 부도를 내거나 잠적하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P2P 대출 시장은 2년 전 400억원 규모에서 올 2월 말 현재 2조7000억원 규모로 커졌다. 관련 업체도 같은 기간 17개에서 180여 곳으로 늘었다. 하지만 직원 2~3명 이하의 영세업체가 대부분이고, 사건·사고도 이어지고 있다. 크사모(크라우드 펀딩을 사랑하는 모임) 카페 등에는 연체·먹튀(먹고 튀기)·사기 관련해 투자자들이 카페를 개설한 P2P 대출 업체만 13곳에 이른다.

현재 국회에는 P2P 대출 시장 관련해 4개의 법안이 계류 중이다. 길게는 1년 전, 짧게는 석 달 전 발의된 법안들이다. 하지만, 국회가 공전과 파행을 거듭하면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또한 법안마다 P2P 대출업의 중개 양식, 투자 한도, 차입 한도, 이자소득 간주 여부, 정보공개 수준 등 차이가 크고 이에 대한 금융당국과 업계 간 견해 차이도 크다. 하지만 국회와 금융당국이 손놓고 있는 사이 P2P 대출 시장 피해자는 점점 늘고, 선량한 업체들마저 피해를 보고 있다.

기준하 국회입법조사처 금융공정거래팀 입법조사관은 “발의된 법안들이 다소 미흡한 점이 있지만 당장 P2P 대출 시장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일단 논의를 거쳐 법안들을 묶은 수정 대안 형식으로 입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입법 후 미흡한 점은 법안 개정을 통해 보완해 갈 필요다”고 말했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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