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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어느 실향민이 꿈 꾼 유토피아

[애틀랜타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7/27 14:25

-작가 최인훈의 별세를 애도하며
심성술

작가 최인훈은 해방 후 한국 문단에 우뚝 서있는 대문호다. 그의 문학 역정은 어린 나이에 월남한 뒤 고향을 잃고 방황하는 지성인으로, 이데올로기로 분단된 현실을 넘어 민족의 유토피아를 찾아 나선 긴 항해였다. 그는 그가 꿈꾸던 유토피아에는 이르지는 못했지만 유토피아를 찾아가는 화두를 던지면서 긴 항해를 마감했다.

그의 항해는 생경한 대립의 이데올르기가 범람하던 분단의 혼란 속에서, 모두 밀실에 갇혀 있었을 때 ‘광장’으로 뛰어나와 민족 분단 현실과 정체성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 것으로 시작됐다. 그 후 구운몽, 서유기 등 관념적인 소설의 실험을 거쳐 신화를 현대에 다시 살리는 희곡을 창작한 뒤, 오랜 침묵을 깨고 자전적 장편소설 <화두>로 그의 긴 문학 여정을 마무리했다.

자전적 소설인 <화두>는 사실주의, 모던니즘, 포스트모너니즘 등, 19세기 말부터 백여년 동안의 다양한 문학 형식을 자유롭게 구사하면서 이념 대립으로 찟어진 민족 분단을 극복하고 우리가 추구해야할 유토피아를, 더 나아가 20세기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벽을 넘어 인류가 지향해야할 유토피아에 관한 질문이자 제안이었다. <화두>를 발표한 이후 별세할 때까지 20여년 동안 그는 작품을 발표하지 않았을 뿐, ‘화두’의 해답을 찾아나선 긴 항해를 멈추지 않았다.

그의 작품은 언제나 전위적이었다. 그가 끊임없이 실험해온 소설과 희곡 형식이 그러했고, 유토피아를 추구해온 그의 주제가 또한 그러했다. 물렁물렁한 감성이 범람할 뿐 깊은 문학사상이 결여된 한국 문학 세계에 그는 눈부신 지성의 탑을 세웠다.

얼마전 그의 병이 위중하다는 소식에 어느 후배 작가는 “뭐, 이따위 일이 다 있는 지 모르겠다”며 절실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참, 안타깝지만 살아 있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평안을 빌며 보내드리는 일. 이 땅에서 작가 최인훈을 만난 건 우리 모두에게 커다란 축복이었다. 개인적으로는 그의 작품은 내 성장기 정신의 자양분이었다. 선생님, 안녕히 가십시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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