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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 칼럼] 아인슈타인의 행복이론

여럿보다는 혼자서 보내는 시간을 즐기는 편이다. ‘혼자만의 시간’이라 하면 얼핏 낭만적인 듯한 분위기가 느껴지지만, 녹록한 내 현실 속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위한 특별한 것은 없다. 그저 내가 머무는 공간에서 물을 끓여 따끈한 차를 마신다거나, 가장 편한 자세를 취하고서 한동안 창밖을 바라보거나, 귀에 이어폰을 꽂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집 동네 호숫가를 걷다 돌아오는 게 전부다.

세상과 단절한 듯한 그 고즈넉한 시간에 나는 무엇인가 큰 결정을 내리거나, 고민거리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막연하게 떠오르는 생각을 따라간다.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진실과 거짓, 위선과 이기심, 불안과 두려움의 원인을 찾고 나면, 우연히 서랍에서 발견한 한 조각 초콜릿의 달콤함에 순식간에 허기를 잊어버리듯 마음이 즐거워지고, 장막이 싹 걷힌 것 같이 눈앞이 환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그런 소소하고 단순한 행위를 통해서 새로운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니, 참 신기한 일이다.

가끔, 내게 호의적이지 않은 사람의 마음에 들려고 억지 노력을 하다 보면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내 본심을 알아주지 않는 사람을 상대하고 나면 마음이 구겨진 것 같아서 괜히 화가 돋는다. 이럴 때는 마음 한편에서 누군가에게 내 상황을 이야기하고 위로받고픈 충동이 생긴다. 하지만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을 누가 위로해 줄 수 있을까. 이 해답 또한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서 조용히 찾을 수밖에 없다.

어린 시절에 나는 나이가 들어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을 즐기게 되리라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다. 많은 약속과 계획 속에서 분주해야 하는 것이 정상적인 삶이라 생각했고, 그런 단계를 하나씩 밟고 가면 적어도 다른 사람들만큼 물질과 명성이 적당히 어우러져 성공적인 미래를 맞게 될 것이라 믿었다. 그것이 가치 있는 삶이라고 생각했지만, 나이 들고 보니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조용히 나를 바라보는 일도, 석 박사의 학위나 물질적 성공만큼이나 내 삶에서 중요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가끔 노후를 걱정하는 사람의 전화를 받는다. 경제적인 노후를 준비하기보다는 정신적인 측면이나 육체적 상실에 따른 노후 걱정이 대부분이다. 그렇다. 누구나 편안한 노후를 꿈꾸지만 젊은 시절 상상했던 것처럼 중후한 모습으로 품위를 갖추고 존경까지 받으며 사는 노후는 극히 드물다. 아무리 철저하게 준비해도 막상 닥치면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인생 중반기를 살아왔던 그대로의 모습으로 고스란히 나타나는 것이 노후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자기 존재의 의미를 스스로 찾지 못하는 노인의 모습은 참 초라하다. 노인을 대하다 보면 가끔 “ 나도 저렇게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하게 하는 분들을 보게 된다. 그들이 지닌 조건이나 배경은 제각각 다르지만, 그 모두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배우자나 자식에게 자신의 인생을 걸고 살았다는 것에 대한 강한 자부심이다. 가족에게 희생하였으니 반드시 애정의 대가가 있어야 하는데, 자신이 바랐던 만큼 채워지지 않는다. 공허감은 마음에 분노로 남을 수밖에는 없다. 그래서 경제적으로 가난한 노후를 맞는 것보다 자기 존재의 의미를 스스로 발견하지 못하는 노후가 더 두려운 건지도 모른다.

인류 최고의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쓴 ‘행복이론 쪽지’에 대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95년 전 아인슈타인이 순회 강연차 방문했던 일본 도쿄의 호텔에서 전보 배달원에게 팁 줄 돈이 없어 그 대신 써주었던 이 쪽지는 예루살렘 경매에서 130만 달러에 팔렸다고 한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결정된 이듬해에 썼다는 이 쪽지에는 “조용하고 소박한 삶은 끊임없는 불안에 묶인 성공을 좇는 것보다 더 많은 기쁨을 가져다준다”고 쓰여 있다.

존경받는 천재 물리학자가 말한 ‘행복이론’ 속의 조용하고 소박한 삶은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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