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지금은 도전하는 지성이 필요한 때”

애틀랜타 방문 염재호 고려대 총장
한인사회의 전문직 선호주의 비판
“시대가 변하면 성공방식도 바꿔야”

미주 한인들의 ‘사’ 자 직업에 대한 애착은 한국 못지않다. 한인 10명 중 2명은 의사, 2명은 변호사, 2명은 회계사, 나머지는 장’사’ 자격증 가졌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고려대학교 애틀랜타 동문회 송년회 참석차 애틀랜타를 찾은 염재호(사진) 고대 총장은 최근 발간한 ‘개척하는 지성’에서 맹목적인 전문직 선호주의를 향해 따가운 질문을 던진다. “하루에 판례를 1만 개씩 읽어볼 수 있는 인공지능(AI) 시대에 변호사의 역할이란 무엇인가?”.

20세기 산업사회의 일자리가 수없이 없어지고 사회 불안정과 양극화가 심해지는 이 시대, 이 저서는 미래를 위해 젊은이들이 과연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알려주기 위해 쓴 책이다. 내년 2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미주 지역 동문회를 순회 방문하고 있는 염 총장에게 미래를 대비하는 조언을 구해본다.

2015년 이후 3년 만에 애틀랜타를 다시 찾으셨는데.

“꼭 들리겠다고 약속했는데 그동안 사정상 방문하지 못했던 하와이, 밴쿠버 동문들에게 인사를 드릴 겸, 뉴욕, 애틀랜타를 거쳐 올랜도, 워싱턴DC, 시애틀의 동문과 만나고 돌아갑니다.”



미국 사회에서 소수민족으로서 갖는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자녀들에게 전문직을 권하는 한인 부모들이 많은데.

“지금의 전문직이라는 것은 19세기나 20세기로 치면 시계 만드는 기술자나 마찬가지입니다. 미국 건국 초기에는 역무원이나 우체부가 가장 안정적인 직업으로 여겨졌는데, 요즘 누가 자식한테 우체부가 되라고 말하겠습니까. 전문직을 선택하면 앞으로도 그럭저럭 먹고 살순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도전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대입니다. 그리고 ‘미국 사회’에 들어간다는 말 자체가 20세기 대량생산 체제의 기업사회를 가정한 발상입니다. 지난 50~60년 동안 인류의 수명은 30년 더 길어졌어요. 반면 대학 졸업장의 유효기간은 길어야 10년으로 짧아졌구요. 시험 잘 봐서 대기업 들어가는 게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쌓고 오랫동안 경력 개발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한인 부모들이 명문대학을 고집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생각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비동시성의 동시성’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19세기적 사고와 20세기적 사고가 공존하는 것이죠. 특히 한국은 너무 빨리 변했습니다. 이른바 ‘SKY’ 대학만 가면 성공할 거라는 건 30년 전 사고인데, 아직도 아이들에게 그걸 강요하고 있어요. 내가 젊었을 때는 SKY 나오면 대기업을 골라서 갔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많아질수록 월급이 올라가는 시스템이 요즘 시대 말이 됩니까.”

기계가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고, 생산주체로서 인간의 존엄성도 위협받는 시대가 다가오는 것인지요.

“문명사적 전환의 시대에는 늘 충격이 발생합니다. 18~19세기를 지나며 산업혁명이 진행될 때는 기계 파괴 운동이 일어났죠. 20세기 초에는 대량생산 체체로 말미암은 극단적인 소득 불균형으로 대공황이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사회 시스템 차원의 조정은 가능하다고 봐요. 대공황 직후 1940년대 미국의 소득세율은 100만 달러 이상 소득자 기준 무려 92%에 달했습니다. 현재의 양극화와 부의 불균형도 지금의 사회 시스템으로는 해결할 수 없고, 집단 지성으로 풀어야 합니다. 하지만 미래가 반드시 어둡고 불행할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입니다. 세기적 전환기에는 우리만이 아니라 인류 보편적으로 일어나는 충격인데, 우리만 그렇다고 착각하는 것입니다.”

책에서 기성세대의 성공방식을 무작정 따르는 젊은이들을 걱정하셨고, 그렇게는 ‘문명사적 전환기’를 헤쳐나갈 수 없다고 강조했는데, 고대는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요.

“수능점수로 입학하는 학생들을 10~15%로 줄이고, 85%는 미국처럼 고등학교 3년간의 성적과 교외 활동을 입학사정관 6명이 나눠서 검토합니다. 또 4명의 교수가 최소 15분씩 심층 인터뷰를 하는 방식으로 신입생을 뽑고 있습니다. 그렇게 1000개 고등학교 출신 학생 3000명을 뽑아 다양성을 확대했고, 수업 방식도 출석부와 상대평가, 시험감독 등 세 가지를 없애고 토론 위주의 ‘거꾸로 교실’이라는 방식으로 수업하고 있습니다. 산업혁명과 과학 이성주의에서 왜 제국주의가 발현되었는가에 대해 집에서 미리 강의를 비디오로 보거나 책을 읽고 와서는 교실에서는 서 토론하는 방식이죠. 고대에서 이렇게 했더니 지방에 있는 고등학교에서도 이같은 토론식 수업방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조현범 기자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