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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순 칼럼] 쓰는 대로 위력을 발휘하는 중년의 뇌

한 친구가 말했다. 중년 의자에 앉으니 제일 슬픈 게 눈이 침침한 것이라고. 얼굴에 자글자글 주름골이 생기는 것은 슬픈 일도 아니라나. 그럼 나는? 기억력이 곤두박질치는 게 가장 슬프다. 다행히 신문을 읽다가 ‘두뇌의 비밀’을 접하고 그 슬픔이 조금 덜어졌다. “25세의 두뇌도 쓰지 않으면 50세의 두뇌처럼 기능이 저하되고 50세의 두뇌도 지속해서 활용하면 25세의 두뇌 못지않게 우수하다” 미국의 어느 뇌 과학자가 내놓은 연구 이론에 희망이 몽글몽글 피어났다.

뇌의 비밀에 수긍한다. 주변의 지인들을 봐도, 내 반생의 필름을 펼쳐보아도 결론은 같다. 뇌는 쓰면 쓸수록 좋아진다는 사실. 좋은 두뇌를 가지고 태어나도 계발하지 않고 자극을 멈추면 우수한 뇌의 유전자가 무용지물이다. 뇌세포의 우수함을 떠나 뇌를 쉼 없이 부려야 기억력도 좋아지고 상황판단력도 좋아진다. 연세 지긋하신 한 지인은 생업에 종사하면서도 십수 년 여가를 이용해 고전을 탐구하셨다. 그래선지 고희를 넘기고도 총총한 기억력에 어휘력, 표현력까지 출중하다. 평생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한 뇌가 세월을 이겼다. 하루도 거름 없이 논밭을 일구는 착실한 농부처럼 평생 두뇌를 갈고닦은 결과가 가히 독보적이니 세상에 공짜는 없다. 합당한 노력 없이 주어지는 거저가 없다는 말이다.

가끔 나는 부지런히 일한 지인의 뇌 속이 몹시 궁금하다. 종종 그 지인과 이메일을 주고받는데 언어 구사력도 표현력도 어찌나 출중한지. 얼마 전 여행을 다녀왔다고 사진을 보내왔길래, “멋지고 부럽습니다!” 화답했더니, 머릿속에 담아온 캐나다의 몇몇 도시와 로키산맥 주변의 장엄한 풍경을 몇 줄로 묘사해왔다. 문단을 읽어 내려가는데 그 수려한 풍광이 뇌리에 선명하게 그려졌다. “햐, 어떻게 저 연세에 저런 표현을 쓸 수 있을까!’ 여전히 청년의 뇌처럼 생기가 흐른다. 부럽고 존경스럽고 한편으론 부끄러웠다. 지인보다 한참이나 젊은 나, 그 젊음을 앞세워 빈둥거리다 보니 나의 뇌세포는 지인의 것보다 더 파랗게 녹슬어버렸다. 요즘 나는 일이든 생각이든 까무룩 잊을 때가 많다. 발을 동동 구르며 부지런히 뇌를 훈련해야겠다고 다잡는데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격이라니. ‘젊은 날부터 성실히 두뇌의 쳇바퀴를 돌렸더라면?’ 지난 일들이 가물가물할 때마다 후회가 쓰나미처럼 달려든다.

그러고 보니 두뇌 노동에 전심전력하는 이가 또 있다. 초로의 선배, 뒤늦게 하고 싶은 분야에서 석사를 마치더니 미국까지 공부하러 오셨다. 삶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뜨거우면 저럴까. 배움에 대한 열정이 활화산처럼 펄펄 끓는다. 평생 뇌를 단련시킨 공로요, 보상이리라. 대부분 사람이 나이 60이면 “인생 얼추 살았으니 슬슬 갈무리하고 여생은 여행이나 다니며 유유자적하겠노라!”고 입을 모은다. 나도 그랬다. ‘50대는 인생을 마지막으로 또 한 번 뜨겁게 살고, 60에 이르면 밥벌이나 자기계발을 위한 사투는 금물, 자유로운 새가 되겠다!’고 일찍이 가족들에게 선언했다. 인생의 패러다임을 바꿔 달관 모드로 전환, 지구촌 방방곡곡 갈 수 있는 곳까지 두루두루 휘둘러보면서 삶을 관조하며 살겠노라고. 그런데 선배님은 60에 공부라니! 그것도 낯선 땅에서 낯선 언어로, 기가 막혀서 말문이 꽉 막혀버렸다. 인생의 묘미를, 세상의 켯속을 간파해서일까. 이렇듯 열정이 뜨거운 중년들은 오늘도 치열한 꿈을 위해 뇌세포를 열심히 돌린다. 하여 물신주의 만연한 탁류 흐르는 이 시대에도 역사의 수레바퀴가 변고 없이 잘 굴러가는 것이리라.



“대학원 가서 이론을 외워야 하는데 처음엔 안 되니까, 애를 좀 먹었지. 그래서 총명탕도 먹고…” “총명탕요? 총명탕 드시니까 도움이 되던가요?” “그런 것 같았어. 조금 도움이 됐어.” 순간 귀가 번쩍 뜨였다. (흐흐, 나도 얼른 총명탕 좀 먹어야지!) “전 요즘 책을 읽고 뒤돌아서면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나요!” 부창부수라고 했던가. 함께 식사하던 선배의 부군이 덧붙이셨다. “머리는 쓰면 쓸수록 더 활발하게 움직여 위력을 발휘하죠.” 어이쿠, 민망해라. 게으른 내가 부지런한 두 분께 한 방 맞았다. 내 두뇌의 형편을 이실직고했다가 직격탄을 맞았으니, 후유! 위로받으려다 본전도 못 찾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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