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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틀랜타의 ‘흑백차별’ 청산 위한 새로운 시도

남부연합 ‘기념물 철거’ 아닌
현대적 ‘역사 재해석’에 초점


도로이름은 대립아닌 통합 지향
기념물엔 차별 직시하는 안내문

‘민권운동의 성지’ 애틀랜타가 최근 도로명 개명을 시작으로 노예제도를 지키려 했던 남부연합의 역사 청산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애틀랜타의 과거사 지우기는 곳곳의 남부연합 기념비를 제거하기보다는 현대적인 해석을 통해 과거를 직시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애틀랜타시는 최근 남부연합을 기리는 ‘컨페더레이트(Confederate) 애비뉴’를 통합을 상징하는 ‘유나이티드(United) 애비뉴’로 변경했다. 시내 곳곳에 남아 있는 남부군 영웅들을 기리는 길 이름도 점진적으로 바꿔 간다는 계획이다.

길 이름 변경과 함께 시내 요지에 위치한 남부연합 기념물들에는 오늘날의 관점에서 역사적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안내문이 설치된다.

시의회는 오클랜드 공동묘지, 피드몬트 파크, 벅헤드에 세워져 있는 남부연합 기념비 주변에 안내판을 설치하기 위해 전문가들과 협의 중이다. 시의회가 예정대로 올해 말까지 안내문의 내용과 설치 방식을 승인하면 내년 봄에는 새로운 안내판이 세워진다. 애틀랜타 저널(AJC)이 보도한 안내문 초안에는 ‘노예제도가 남북전쟁과 인종격리 제도, 흑인에 대한 인종 차별의 근원이었다’는 설명이 포함됐다.

사실, 현행 주 법상 애틀랜타 시정부에는 남부연합 기념물을 제거할 권한이 없다. 조지아 주기(state flag) 변경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2001년, 시나 카운티 정부는 남부연합 기념물에 손을 댈 수 없다는 법이 주의회에서 제정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틀랜타 시가 남부연합의 역사를 ‘지우기’ 보다 ‘재해석’을 통해 새롭게 정립하려는 시도는 법적 권한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2015년 찰스턴 흑인교회 총기난사 사건 이후 전국적으로 촉발된 남부연합 기념물 철거 운동이 지나치게 이분법적으로 흘러갔고, 이같은 접근은 반목만 낳는다는 인식 때문이기도 하다.

내털린 아치봉 애틀랜타 시의원은 “역사를 지워버리고 싶지는 않다”며 “우리 애틀랜타는 남북전쟁의 폐허에서 민권운동의 꽃이 피었다는 자랑스런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균형적 접근법은 애틀랜타에서 가장 오래된 공동묘지이자 6900명 남부군 전사자들의 유해가 매장된 오클랜드 공동묘지에서 시도될 것으로 보인다.
남부군 전사자 묘지 옆에는 이들을 기리는 ‘남부연합 오벨리스크’(Confederate Obelisk)가 세워져 있다. 높이 65피트로 1873년 건립 당시 애틀랜타 최고 높이의 건축물이었고, 주춧돌에 “우리의 남부군 전몰자를 위하여”라고 새겨져 있다. 또, 이곳에 묻힌 3000여 명의 무명 전사자를 기리는 ‘애틀랜타의 사자상’은 애틀랜타에서 가장 아름다운 조각 작품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오클랜드 공동묘지를 관리하는 ‘오클랜드 역사재단’의 데이비드 무어 대표는 “이 묘지들은 시대에 따라 여러 사람에게 다양한 의미를 지닌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애틀랜타시는 첨탑이나 조각상에는 손을 대지 않을 계획이며, 가까운 곳에 안내판을 세울 예정이다. 안내문 초안에는 “남부군 묘지는 가족을 잃은 유족이 애도를 표하는 장소이지만, 전쟁 이후 재건 과정에서 애도와 조의의 메세지는 정치적 저항의 메세지로 변질되기도 했다”는 해석이 추가됐다.

또 ‘애틀랜타의 사자상’ 옆에는 “오클랜드 공동묘지에서 백인 여성단체들이 전사자들을 애도하는 행사를 개최했지만, 1960년대까지 묘지는 흑백으로 분리되었으며, 일상 속의 편견과 차별이 죽음에까지 이어졌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내용이 포함될 예정이다.


조현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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