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김대성 목사의 한국교회사

믿음이 우리의 시가 되어

미국에 오래 살아도 적응 안 되는 일이 있습니다. 그 중에 공부를 더 하고 의사소통이 쉬워져도 도통 어려운 것이 “시”입니다. 시란 것이 짧기도 하고 쉽기도 한데, 깊은 의미로 심금을 울려주는 그 아름다움이 영어로 읽을 때는 영 찾기 어렵습니다. 고국에
서 시 읽기를 즐기던 분들은 상실감이 더 클 것입니다.

기독교 신앙이 한국인들에게 전해지면서 그 가르침은 마음과 삶에 큰 의미가 되었습니다. 당연히 우리의 정서와 언어의 옷을 입었고, 시인의 노래 속에도 담겨졌습니다. 어두웠던 일제 강압기에 “그리스도에게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이라며 희망을 노래한 윤동주는 한국민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시인 중 하나입니다. 김현승 시인의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로 시작하는 노래는 계절이 바뀌는 때면 지금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가장 선명하게 기독교 신앙과 소망을 시에 담아낸 작가 중에 혜산 박두진을 빼 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1916년에 태어나 1998년까지 일제 강점기와 6.25사변, 전후 산업화에 이르는 현대 한국의 역사를 그대로 살아내며 우리 곁에 많은 아름다운 시를 남겼습니다. 안성의 선비가문에서 성장한 박두진의 어린 시절은 가난한 농촌에서 시작합니다. 아버지로부터 한학을 배웠던 그의 삶과 믿음은 청주의 직공으로 취직했던 누이로 인해 새로워집니다. 누나와 편지를 주고 받으며 기독교인이 되고 글쓰기를 계속합니다.
1939년 “문장”지를 통해 등단한 박두진은 60년 동안 1,000여편의 시작을 남깁니다. 동시대에 시인이었던 박목월, 조지훈과 함께 청록파로 알려졌듯이 초기의 저작들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하였습니다. ‘들국화’, ‘도봉’, ‘숲’, ‘설악부’ 등은 어두운 현실을 밝히며 한국 서정시의 중요한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이후 박두진의 시적 관심은 인간에 집중되면서 삶과 역사를 시에 담아 냅니다.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 앉아/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앳되고 고운 날을 누려 보리라.” 해방의 기쁨을 노래하며 해방 이후의 격동기가 민족의 희망으로 귀결되기를 <해> 라는 시로 나타냅니다. 어떤 이에게는 교과서에 실린 시로, 또 다른 세대에는 밴드 음악을 통해 사랑 받았던 대표작입니다.

박두진이 기다리던 “해”는 하나님 나라의 소망과 잇닿아 있었습니다. 6.25 전쟁을 거치면서 나온 시집인 낮의 기도란 의미의 “오도”에서부터는 직접적으로 기도와 찬송시로 저작을 이어갔습니다. 이후 <거미의 성좌> , <사도행전> 등의 시집에서 박두진은 한국 현대사를 살아가는 지성인으로서 개인과 민족의 소망을 기독교가 추구하는 하나님 나라에서 찾은 것이죠.

박두진의 믿음은 민족을 위한 노래가 되었습니다. “이견이 그 증오로/ 증오가 그 죽고 살기/ 스스로도 서로로도 헤어날 줄 모르는 이전투구… 사랑이신 당신 예수/ 핏빛 낙엽, 가을 밤/ 뿌리시는 당신 눈물/ 별로 펑펑 쏟아지고/ 겨레 우리 가을 넋에/ 핏빛 얼룩져라.”(가을 노래)

“신앙이 없는 문학은 허무주의에 이르고 만다.” 박두진 선생이 사석에서 제자들에게 한 말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살고 일하는 목적에 대해 다시 생각케 합니다. 신앙은 삶과 죽음, 고통과 소망, 창조와 구원에 대하여 다룹니다. 그러기에 기독교가 한국인들의 종교가 되었을 때 우리의 노래가 되고 시의 목적이 되고 내용이 된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요?


김대성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