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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호의 시사 분석] 엘 차포 유죄 평결과 시카고

호아킨 구즈만. 최근 전세계 언론에 자주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이 남성은 올해 61세로 엘 차포(땅딸보)라는 별명으로 알려졌다. 그가 최근 뉴욕 연방법원에서 10주가 넘게 진행된 재판에서 범죄조직 운영과 살인교사, 마약 거래 등 10건의 혐의에 대해 유죄평결을 받았다. 감형 없는 무기징역을 선고 받을 것이 확실한 그는 세계 최대 마약 거래 조직인 멕시코 시나놀라 카르텔의 우두머리다.

멕시코 출신의 엘 차포는 다이아몬드로 치장한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채 총격전을 벌이고 전직 멕시코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하며 교도소 바닥으로 연결된 터널을 통해 탈옥을 하는 등 영화 같은 스토리로 항간의 이목을 끌었다.

그의 재판 과정에서 시카고가 자주 거론되며 지역 언론의 관심도 높았다. 무엇보다 그의 마약 조직이 시카고와의 연결 고리가 강했기 때문이다. 또 그의 체포와 기소, 유죄 확정에 크게 기여한 시카고 지역 총책이 비밀스럽게 엘 차포와의 대화 내용을 녹음했고 그간의 마약 거래에 대해서도 생생하게 증언했다.

자신 역시 14년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인 페드로 플로레스에 따르면 시나놀라 카르텔의 마약 허브가 시카고였다. 주로 콜롬비아에서 생산돼 멕시코를 거쳐 시카고로 운송된 코카인과 헤로인, 메타포타민이 전국으로 퍼졌다. 미국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어 마약 공급에 유리했고 멕시코 타운도 커 조직 유지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플로레스가 배달에 관여한 마약만 60톤에 달하고 연간 2억2천만달러의 마약 판매 대금을 멕시코로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마약 운송에는 잠수함과 고속정, 비행기 뿐만 아니라 식품운반용 밴과 양 운반 트럭 등도 이용되기도 했다. 플로레스는 재판 과정에서 볼링브룩의 55번 고속도로 인근 데니스 식당 밴을 통해 마약을 운반하고 시카고 남부 주택가 차고에서 옮기다 바닥에 떨어지면서 마약 수 킬로그램이 노출됐던 순간을 증언하기도 했다.

시카고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대부분이 갱단과 연루된 점을 감안하면 엘 차포의 구속으로 시카고 치안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특히 플로레스의 활동 영역이 주로 히스패닉 타운이라는 점에서 이미 조직이 와해된 흑인 갱단에 이어 히스패닉 갱스터 역시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희망도 있다.

하지만 조직 범죄 피라미드 정점에 있는 우두머리 한 사람만 사라진다고 해서 심각한 마약, 갱 조직 범죄가 한 순간에 자취를 감출 수는 없다. 오히려 26가를 중심으로 하는 리틀 빌리지 지역에서 마약 조직들의 세력 싸움이 늘어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엘 차포의 재판 뉴스를 보면서 시카고언들이 갱스터 영화 보듯 느긋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객원기자]


박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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