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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주의 살며 사랑하며] 단순화된 지성

반대 의견이나 부정어가 들어간 소신을 필요 이상으로 주장하는 사람들은 현자이기 어렵다. 그 논제가 자신의 능력으로는 증명할 수도 경험해 볼 수도 없는 거라면 자신의 한계를 사물의 전부로 판단하는 교만을 드러내줄 뿐이다.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는 영국의 논리학자이며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버트란드 러셀이 한 협회에서 행한 강연의 제목이다. 러셀은 후에 다른 에세이와 함께 같은 이름으로 책을 출간했다. 그는 과학을 기독교에 대항하여 발전해온 것으로 보았고, 공포가 잔인성과 종교의 기반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과학의 발전은 인류가 오랫동안 숨어살아온 비굴한 공포에서 벗어나도록 도울 것이라고 확신했다.

러셀은 두 가지 간단한 이유를 들어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라는 입장 정리를 했다. 첫째 이유는 하나님과 불멸을 믿지 않는다는 것이고. 둘째로 그리스도를 가장 선량하며 현명한 사람으로 생각지 않기 때문이라 했다. 자신이 기독교인 아닌 이유가 그리스도를 가장 현명한 사람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 주장은 달리 논박할 필요도 없이 그가 결코 기독교인일 수 없겠다는 동정심마저 유발시킨다. 참된 기독교인 가운데 그리스도를 선량하고 현명한 사람이어서 믿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그리스도는 인간의 성정과 육신을 가진 온전한 사람이면서 동시에 근본이 하나님이심을 믿는 게 기독교 신앙이다. 성경의 첫권인 창세기부터 끝편인 요한 계시록에 이르기까지 예수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내용이다. 그리스도가 세상에 오신 목적과 그분의 희생과 사랑을 전하는 신앙이다. 그런 그리스도에 대해 러셀은 가장 높은 도덕적 선이라고 인정은 하지만 인간 중에서 가장 선량하고 현명하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피력한 것이다. 러셀은 신이라는 개념이 동양의 전제주의에서 나온 것이어서 자유인에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개념이라고 했다. 또 교인들이 자신을 비하하여 죄인이라고 하는 것은 자존심이 있는 인간에게는 어울리는 않는 것이고 경멸해야 할 일이라고 썼다.



러셀은 그의 강연의 결론부에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부제를 달고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고 공포에 대해 비굴하게 압도 되어서는 안되며 지성으로 이 세상을 정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러셀은 자신이 기독교인이 아닌 첫번째 이유인 하나님과 불멸을 믿지 않는다는 전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부연 설명도 하지 않았다. 논리학자여서 매사를 논리를 통한 증명을 거쳐 증명이 가능해야만 믿는 러셀은 어떻게 하나님과 불멸이 없다는 것에 대해서는 증명해 보려고조차 하지 않고 자신의 가설을 믿었을까?

러셀이 그의 강연을 통해 비판한 내용은 하나님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를 증명하고자 했던 증명법의 오류를 지적한 반박에 불과했다. 그리고 증명하려는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자신의 소신을 피력한 것이었을 뿐이다. 비기독교인들은 흔히 기독교인들을 빗대어 천국을 좋아하면서도 빨리 가려고는 하지 않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하기를 좋아한다. 마치 실제로는 믿지 않는 것을 믿는다고 말하는 위선자인냥 지적하기도 한다. 그것은 과정을 생략한 비약적 사고의 결과다.

여행은 목적지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같이 하느냐가 더 중요하듯이, 천국은 죽어서 가는 곳이지만 그렇다고 지금 이곳의 모든 것과 이별하여 일부러 서둘러 보내고 가야 하는 곳은 아니다.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뜻은 이 땅에 살 동안 생육하고 번성하며, 은혜 가운데 풍성하고 감사한 삶을 누리는 것이다. 사별하는 슬픔 가운데서도 재회의 소망을 품고 살아가게 하심이다. 단순화된 지성이 아니라 하나님 닮은 영성을 쌓아가라 하심이다. 이 땅에서도 천국을 구현하며 살라 하심이다. [종려나무 교회목사, Ph.D]


최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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