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김대성 목사의 이민과 기독교]편하게 더 편하게?

어렸을 적 걸어서 교회에 다녔습니다. 그때는 학생들을 위한 저녁예배와 수요예배가 있어서 적은 수이지만 재미있게 모였습니다. 한 겨울 추위에 교복을 입고 걸어 오면 온 몸이 식었습니다. 늦게 들어 온 학생들에게 난로가 자리를 내어 주었고, 신발을 벗어 발을 녹이기도 했습니다. 빨개진 코와 김이 나는 양말을 보면서, 그 모임이 참 소중하다고 느꼈습니다.

더 이상 둘러 앉을 난로가 없고, 교복을 입고 교회에 오는 학생들도 없습니다. 중앙 난방은 예배당에 모이기 30분 전에 가동을 시작하도록 예약되어 있습니다. 반바지에 샌들을 신고 오는 학생들에게 “교복”이나 “단정” 같은 단어를 꺼냈다가는 꼰대로 취급 받는 때가 되었습니다.

변화는 천천히 일어난 것 같지만 분명했습니다. 여름에 산 속에서 모이던 수련회에서는 마룻바닥에 방석을 놓고 앉아 예배를 드리고, 개울물에서 샤워를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다 점점 수련회 장소인 예배당에는 의자가 채워지고, 그 다음엔 깨끗한 욕실을 구비하는 시설로 나아졌습니다. 이제는 에어컨이 없는 곳에서 여름 행사를 하는 일을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 우리는 편한 삶의 방식을 채택합니다. 교회의 모임에서도 더 편해지는 방법을 계속 찾아 왔습니다. 잠시 멈추어 생각할 때면 떠오르는 질문이 있습니다. 우리가 다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예배 중에 시린 발을 함께 구르며 서로를 바라보며 느끼던 기쁨과 철야기도를 마치고 새벽 첫 버스를 기다리면서 몸은 지쳤어도 새로운 마음을 다시 경험할 수 없을 수도 있겠지요.



갑자기 폭우가 내리면 강물이 빨리 흐르듯이 Covid19는 우리에게 더 빠른 변화를 만들어 내었습니다. 건강과 안전이라는 절대적인 필요는 우리가 편함을 추구하는 흐름을 가속했습니다. 예배를 온라인으로 드리고, 선교를 온라인으로 하면서 더 편해진 방식에 익숙해져 갑니다. 시간에 맞추어 교회에 모일 필요도 없고, 인쇄물을 준비해 나눌 필요도 없고, 정장을 입거나 점심을 준비하지도 않습니다. 모든 것이 스마트폰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시간이 지나서 우리가 전염병으로부터 안전해지면 다시 이전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여기에는 두 가지 극단적인 의견이 있습니다. 하나는 대부분의 교회의 모습이 다시 회복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몇 년 전 지나간 메르스와 사스 때처럼 그리고 현재 진행형인 AIDS처럼 시간이 지나면 모임도, 선교도, 그리고 친교모임도 돌아올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와는 반대로 현재 겪고 있는 변화는 불가역적인 전환이기 때문에 우리는 새로운 삶의 방식에 적응할 것이고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스마트폰 속의 교회는 점점 중요해질 것이고, 우리는 되도록 만나지 않으면서 교회를 이룰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아마 우리는 이 양극단의 예상이 아닌 그 중간 어디쯤에 자리하게 될 것입니다. 안전에 대한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다시 회복시켜야 할 모습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함께 찬양하고 기도해야 하고 선교를 위한 공동체를 다시 이룰 것입니다. 그렇지만 동시에 만나지 않고, 더 간편하고, 더 온라인을 이용하는 교회의 모습을 볼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어떤 이들은 교회로부터 멀어질 수도 있고, 어떤 이들은 교회의 변화를 환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더 편한 삶의 방식으로 옮겨가는 중에, 우리는 무엇이 지켜야 할 가치인지 아니면 적응해야 할 변화인지 진지하게 그리고 함께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요? [사랑 커뮤니티 교회 담임, McCormick 신학교 겸임교수]



김대성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