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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본 시카고, 시카고 사람들] 시카고의 모범시민 바트만씨에게

기억은 2003년을 향했다. 계절은 아마도 꼭 이맘때였을 것이다. 그 때도 포스트시즌 야구 경기가 한창이었다.

챔피언십 6차전이었다. 컵스는 한 경기만 더 이기면 됐다. 6차전도 7회까지 3-0으로 앞서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파울 플라이를 따라가던 좌익수(모이제스 알루)가 공을 놓쳤다. 관중의 방해 탓이다. 알루는 격하게 짜증을 냈다. 사람들의 시선은 일제히 업무방해 피의자(?)에게 쏠렸다. 초록색 폴라넥 티를 입은 청년이었다. 안경 쓴 앳된 얼굴, 스티브 바트만이었다.

경기는 이후 극적인 반전을 맞았다. 컵스는 어처구니 없는 실책 퍼레이드를 펼쳤다. 다 이긴 줄 알았던 게임은 3-8로 뒤집어졌다. 관중들은 이성을 잃었다. 바트만을 향해 무수한 손가락질이 쏟아졌다. 육두문자(Asshole)가 리글리 필드에 가득했다. 쓰레기가 날아들었다. 결국 그는 변장을 한 채 안전요원의 보호를 받으며 퇴장해야 했다.

이튿날 신문에는 바트만의 사는 곳과 직장까지 공개됐다. 살해 협박이 쇄도했다. 집 앞에 경찰들이 배치됐다.



문제의 파울볼(주운 사람은 익명)은 바티라는 이름까지 얻었다. 경매에 나가 거금 10만 달러에 팔렸다.

조롱과 협박이 난무했다. 당시 주지사는 ‘증인 보호 프로그램’을 언급했다. 이를 두고 플로리다 주지사였던 젭 부시는 “망명 요청을 언제든 지 받아주겠다”고 했다. 대중들의 비뚤어진 분노를 정치적 도구로 이용할 뿐이었다.

정작 모범 시민은 당사자인 바트만이었다. 사건 직후 정중한 사과문을 발표했다. 온갖 부당한 욕설과 협박에도 의연했다.

컵스 구단과 시카고 시민들은 여러가지 이벤트를 제안했다. 저주가 풀린 2016년의 우승 퍼레이드, 이듬해 개막전 시구, 하다못해 파울볼 바티의 폭파식까지…. 그러나 모두 거부했다. 광고 계약과 방송 출연도 마다했다.

다만 2017년 어느 날 구단 사무실의 초대에는 응했다. 우승 반지 증정식이었기 때문이다. 10여년 간의 은둔생활을 끝낸 그는 이런 성명을 남겼다.

"이런 큰 영광을 누릴 자격은 없다. 그러나 구단의 배려에 깊이 감사하고 큰 위로를 받는다.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 지에 대해서 새삼 다시 배우게 된다.”

여전히 안녕하신지. 시카고의 모범시민 바트만 씨에게 안부를 전한다. < LA 중앙일보 스포츠부장 >


백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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