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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원 칼럼] 미국을 미국답게 만드는 것

노재원
노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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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9/01/07 19:54

8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로 시카고를 들뜨게 했던 미 프로풋볼리그(NFL) 시카고 베어스의 전진이 멈췄다. 베어스는 6일 홈구장 솔저필드서 와일드카드로 올라온 작년 수퍼 보울 우승팀 필라델피아 이글스와 맞붙어 한 점 차로 아쉽게 패했다.

풋볼 경기를 볼 때마다 여느 스포츠와는 다른 점을 많이 느낀다. 대표적인 게 희생정신이다. 희생정신이야 말로 풋볼을 미국의 대표적 스포츠답게 만들어주는 요소다.

공격 라인맨들(맨 앞에 서 있는 거구의 선수들)이 하는 일은 단순하다. 우선 상대 수비진이 쿼터백을 향해 달려오는 것을 막아낸다. 또 런닝백이 상대 진영을 파고 들 수 있도록 수비 라인맨들을 밀쳐 공간을 만들어줘야 한다. 라인맨들의 플레이는 화려하지도 않고 특별히 기록에도 남지 않지만, 묵묵히 주어진 임무를 다한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볼을 들고 뛰거나 잡는 선수들 외에도 각자 자신의 공간을 찾아가고 상대를 막기 위해 온몸을 던진다. 심지어 쿼터백 역시 볼을 던지거나 건네는 것 외에도 많은 역할을 한다. 수비진 역시 자신이 맡은 선수 뿐 아니라 동료들을 위해 이중, 삼중으로 커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풋볼과 같이 11명의 선수가 뛰는 축구의 경우 상호 협력 플레이는 있어도 동료를 위해 희생하는 플레이는 많지 않다. 농구는 수비수를 몸으로 가리는 스크린 플레이가 있긴 하지만 풋볼처럼 적극적이지 않다. 야구는 희생 번트와 희생플라이 정도를 꼽을 수 있지만 특성상 직접 희생하는 플레이는 거의 없다. 격렬하기 짝이 없는 아이스하키도 별반 다르지 않다.

기록에 남지 않아도, 눈에 띄지 않아도 몸을 던져 스스로를 희생하는 플레이야 말로 풋볼을 가장 미국적인 스포츠로 만들어준다.

또 풋볼은 개척 정신과 상호 협력이 절대적이다. 각자의 역할을 통해 1야드, 1야드씩 전진하고 수 십 가지 약속된 플레이를 통해 팀 승리를 함께 만들어간다.

룰에 대한 존중도 분명하다. 이따금 심판이 볼을 놓고 10야드 전진 여부를 따질 때, 심판이 놓은 볼의 위치가 과연 정확할까 하는 의구심을 갖기도 한다. 특히 거리가 아슬아슬 할수록 더욱 그렇다. 하지만 심판이 볼을 놓은 지점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경우는 아직 못 봤다. 1인치, 말 그대로 종이 한 장 차이로 공수가 바뀌는 상황에서도 일단 판정이 나오면 더 이상의 어필은 없다. 비록 팀에 불리한 판정이 나와도 이를 수용하는 선수들을 볼 때 사회 규범 혹은 룰에 대한 미국 사회의 존중과 사회적 합의의 중요성을 떠올린다.

흔히 미국은 스포츠의 나라로 알려져 있다. 단순히 일년 내내 각종 스포츠가 펼쳐지고 일반인들이 상상하기 힘든 고액 연봉을 받는 선수들 때문이라고 생각할 지 모르겠다.

하지만 스포츠와 그 속에 담겨 있는 기본 정신이 미국을 미국답게 만드는 것 아닌가 싶다.

치열한 경기가 끝난 후 승패를 떠나 서로를 축하하고 위로하는 모습이야 말로 스포츠가 던져주는 또 다른 메시지다. 6일 경기 후 결정적인 실수를 한 키커 코디 파키를 위로하던 베어스 선수들이나 서로의 등을 두드려 주던 양 팀 선수와 스태프들을 보면서 승패나 우열보다 더 귀한 가치가 이 사회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새삼 떠올렸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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