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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선영 문학칼럼] 코디(Cody) - 1

[텍사스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6/15 09:29

우스겟 소리가 있다. 아이들이 대학을 갈 때쯤 강아지를 키우라는...
왜? 라는 의문에 대한 명쾌한 답은 고개를 격하게 끄덕이게 만든다.
왜냐구? 강아지 보러 집에 오라고!
하긴 남편이나 나나 집 떠나서 대학 다니며 늘 듣던 말이었다. 그때는 신용카드도 가지고 있지 않아서 정말 무소식이 희소식인 듯 지내다가 돈 떨어지면 집에 전화해서 용돈 부쳐달라고 했었다. 그럴 때마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부모님의 목소리에는 반가움과 서운함이 묻어있었다.
“우리딸! 돈 떨어지니까 목소리 듣네. 집에는 언제 올래?”
집에는 언제 올 거냐는 질문에는 대답을 얼버무렸다. 왜냐면, 계획이 전혀 없었으니까!

아들이 강아지 타령을 한지는 십년이 넘었다. 유독 강아지를 좋아했다. 소형견이건 대형견이건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온 동네 개들을 이뻐했고 또 개들도 아들을 잘 따랐다. 그래, 강아지를 좋아하는 건 알겠다. 잘 알겠으나… 어쩌나. 나와 남편은 강아지를 키워본 적이 없어서 섣불리 용기를 낼 수 없었다. 그 사이 딸은 대학에 갔고, 아들은 이제 주니어가 되었다. 조만간 오빠도 대학가면 북적대던 집에 홀로 남을 막내를 생각하니 슬슬 강아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게다가 달라스로 이주 계획이 있는지라 사춘기 기운이 감돌기 시작하는 막내딸이 친구들과 헤어지는 상심에 큰 위안이 될 것 같았다. 나는 슬슬 강아지 입양으로 마음이 기울기 시작했지만 남편은 역시나 철벽 같았다. 강아지만 입양하면 모든 것을 자신이 다 보살펴 주겠다는 아들의 말은 한 달짜리 공수표라는 걸 알기에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아들은 더 이상은 설득이 안 될 것 같은지 마음을 비운 듯이 말했다.
“엄마, 내가 경제적으로 독립하면, 가장 처음 할 일이 뭔 줄 알아?”
나는 내심 선물이라도 사주려나? 하며 뭐냐고 물었다. 아들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강아지 입양할거야.”
아! 우리 아들, 정말 좋아하는구나! 강아지 키우느라 집에도 안 오겠구나! 갑자기 아빠의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 딸, 집에는 언제 올래?
그때부터였다. 뜨뜨미지근했던 내가 오히려 철벽 같은 남편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베갯머리 송사는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잠들기 전에 귀여운 강아지 사진들을 보여주기도 하고, 아들이 얼마나 강아지를 좋아하는지 어필도 하고, 내년이면 막내딸이 전학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다 보니 철벽 같던 남편이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남편의 최종 허락이 떨어졌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에니멀 쉘터를 찾은 나와 큰딸은, 새로운 세상에 입이 쩍 벌어졌다. 다양한 종의 강아지들과 이제 태어난 지 두 달 된 퍼피부터 열 살 된 개, 그리고 나쁜 사람들의 학대에 상처를 입었거나 질병으로 인해 수술을 하고 회복중인 개까지... 이곳에서 벗어나서 누군가의 가족이 되길 고대하며 유리벽 안에서 반갑게 꼬리를 흔들기도 하고 목청껏 짖어대기도 했다. 한 마리를 입양하는데 십년이 걸린 내가 쉘터에 있는 강아지들이 다 눈에 밟혔다. 마음 같아서는 전부다 입양하고 싶었다. 꼬리를 흔들고 있는 강아지들 중에서 딱 한 마리만 고른다는 것! 그것은 신발을 신어보고 고르는 것과 가방을 메어보고 고르는 쇼핑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강아지 입양을 마음먹고 가벼운 마음으로 구경 삼아 간 쉘터에서 자원 봉사자들과 이야기를 하며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돌아와서는 더욱 강아지 입양에 신중해졌다.

한국의 반려동물 인구가 천만을 넘어섰다. 국민들 5명중 1명꼴로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최근에는 ‘반려’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해 ‘또 하나의 가족’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을 부르는 ‘펫팸족(pet+family)'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애견, 애묘를 위한 미용서비스와 호텔, 체질과 특성에 맞춘 맞춤 사료, 애견 훈련소, 유치원 또 애견 종합 동물병원 그리고 반려동물 화장장까지 애견 사업은 그칠 줄 모르는 성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외형적 팽창이 가져온 부작용은 유기동물에 관한 문제이다. 한 해 동안 거리로 내몰리는 반려동물은 만 마리 가량 된다. 특히나 여름 휴가철에 유기동물의 숫자가 급증을 한다고 한다. 여러 가지 이유로 버려지거나 잃어버린 동물들은 자치구별 동물 보호센터에서 유기동물을 보호, 구조하고 난 뒤 7일 동안 공고를 내고 주인에게 반환되지 못하는 유기 동물은 다른 사람에게 분양하거나 안락사 처리한다. 하긴, 계속 늘어나는 유기 동물들을 모두 자연사할 때까지 보살피는 것은 불가능하니까 수긍은 되면서도 안락사라는 단어를 이해하는 것은 힘들었다. 쭈욱, 인터넷에 반려동물에 관한 기사들을 검색하면서 쉘터에 있던 강아지들이 머릿속에서 멍멍거렸다. 이젠 우리 가족이 어떤 강아지를 입양할 것인지와 똑 같은 무게로 남은 강아지들이 좋은 가족을 만나길 진심으로 바라게 되었다.

인터넷으로 원하는 브리더를 찾아서 강아지를 입양할까 하다가 쉘터에 있는 강아지를 데려오자고 의견을 모았다. 그리고 다섯 가족이 모두 원하는 강아지를 만나기 위해 일주일을 동분서주하다가 결국엔 치와와랑 요크셔테리어 믹스견인 강아지를 만나게 되었다. 속눈썹이 긴 것은 나를 닮았고, 쫄랑쫄랑 까부는 것은 아들을 닮았다. 그리고 뱃골이 장대하게 많이 먹는 것은 남편을 닮았고, 가끔 새침 떨듯 팩 돌아눕는 것은 막내딸을 닮았다. 그리고 주위 소음 상관없이 늘어지게 깊은 잠을 자는 것은 큰딸과 똑 닮았다. 그렇게 우리 가족과 잘 어울리길 바라며 코디(Cody)라고 이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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