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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의 자녀양육 28: 헬리콥터와 론모어

[텍사스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6/15 09:30

우리 학교는 6월은 초반에 오리엔테이션과 등록을 실시한다. 많은 학생들이 입학하기 때문에 이틀간의 오리엔테이션과 등록을 한 번에 할 수 없어서 6번으로 나누어 한다. 신입생들과 부모들로 인해 연일 캠퍼스가 북적거린다. 여름방학을 맞아 조용하던 캠퍼스에 생동감이 돈다. 덕분에 매년 이맘때는 시간 가는줄 모르게 분주하다.

과거에는 “헬리콥터 부모”를 가끔 대했지만, 요즘은 “론모어(잔디 깎는 기계) 부모”를 점점 많이 본다.

헬리콥터 부모는 자녀의 주변에서 맴돌다가 언제든지 필요에 따라 보호나 도움을 위해 자녀의 삶에 관여한다. 자녀가 학교에서 문제를 만나면 해결사가 되어준다. 전화를 하거나 이메일을 보내거나 학교를 직접 찾아가 문제를 해결해준다. 예를 들어, 학기말에 한 학생이 매우 나쁜 성적을 받는다. 그 다음 날 학생의 어머니가 교수에게 전화를 건다. 학생의 어머니 왜 내 아들이 이런 점수를 받았는지 따진다. 교수는 학생의 과제점수와 시험성적 등을 소상하게 알려준다. 그런 부모를 헬리콥터 부모라고 한다.

참고로, 부모가 학생의 학업에 관해서 문의하려면 학생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학생은 자신의 학업기록을 부모에게 알려도 좋다는 의미로 FERPA에 서명을 해야 한다. FERPA는 Family Education Rights and Privacy Act의 준말인데 ‘가족 교육 권리와 사생활에 관한 법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법률은 성인이 된 학생의 학업기록을 보호하기 위해 1974년에 제정됐다. FERPA에 학생의 서명이 없으면 학비를 내주는 부모라도 자녀의 학업기록을 확인할 수 없다.

론모어 부모는 한걸음 더 나가서 자녀의 학교생활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미리 조치한다. 자녀의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해서 자녀를 대신하여 질문하고, 기숙사를 비롯하여 학교시설을 확인하고, 학비를 지불해주고, 공부할 과목까지 직접 선정해준다.

문제는 부모가 헬리콥터나 론모어 역할을 많이 하면 할수록 그 자녀들은 더 큰 불안감과 우울증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에 관한 연구결과를 인터넷을 통해 가끔 접한다. 그러나 그런 결과들을 인용할 필요도 없다. 부모가 지속적으로 자녀들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준다면, 부모가 곁에 있지 않을 때 문제를 만나는 자녀들의 마음이 얼마나 불안할지 상상이 간다. 그런 자녀가 부모와 한 달 또는 한 학기 동안 떨어져 있어야 한다면 우울증을 느끼는 것이 당연해보인다.

내가 대학에 입학할 때는 학생을 따라온 부모를 본 기억이 없다. 물론 대학교육을 받은 부모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겠다. 대학생활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부모가 대학의 오리엔테이션과 등록에 와봤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할 것 같으니까 아예 자녀를 따라 오지도 않았을 수도 있었겠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요즘에는 오리엔테이션과 등록에 참석하지 않는 부모가 거의 없어보인다.

근자에 들어 자녀들이 문제에 부딪히지 않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부모들이 많은 애를 쓰는 것을 본다. 그렇게 하는 것이 정말 자녀들을 돕는 일인가 하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의 중년들이 어렸을 때, 그들의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밖에 나가 놀라고 했다. 자녀들은 하루종일 밖에서 공도 차고, 구슬치기/딱지치기도 하고, 술래잡기/다방구도 했다. 문제가 생기면 스스로 해결을 시도했다. 그 때 부모들은, 지금의 부모들과 비교해볼 때, 자녀들을 방목했다. 요즘 자녀들을 그렇게 방치했다간 경찰에 잡혀간다. 실제로 2014년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한 부모가 9살 난 딸을 놀이터에서 혼자 놀게 했다가 경찰에 체포됐었다. 오늘날의 부모들이 자녀들의 삶에 더 많이 관여하는 것이 확실하다. 늘 곁에 있으면서 문제와 스트레스로부터 자녀들을 밀착방어한다.

어린 자녀들이 문제를 만나지 않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정말 그들을 돕는 것일까? 자녀들이 가정을 갖고 직업활동을 시작함과 동시에 모든 문제와 스트레스가 사라진다면, 어린 자녀들을 문제와 스트레스로부터 보호해주는 것이 그들을 도와주는 것이 되겠다. 그러나 사실은 자녀들이 성장할수록 문제와 스트레스도 증가한다. 어린 자녀들이 소소한 문제와 스트레스를 접하고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그들을 도와주는 것이다.

새로운 경험은 문제와 스트레스를 동반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자신감을 얻을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자녀들을 정말로 돕는 것이다. 잠언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 “소가 없으면 구유는 깨끗하려니와 소의 힘으로 얻는 것이 많으니라”(잠언 14:4). 자녀들의 삶에 문제와 스트레스가 없으면 당장은 편하겠지만, 작은 문제와 스트레스들을 겪어야 큰 문제와 스트레스를 감당할 자신감과 힘을 키울 수 있다. 자녀들이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그들을 돕는 방법이다.

자녀들의 성장과 성숙을 돕는 것과 자녀들의 삶에 간섭하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자녀를 강하게 키우기 위해 의도적으로 위험으로 내모는 것도 문제이지만, 헬리콥터나 론모어가 되어 모든 문제와 스트레스를 제거해주는 것도 올바른 자녀양육의 방법이 아니다. 자녀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그들을 인격체로 존중해주면서, 그들의 지정의가 균형 있게 발달하도록 기도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오리엔테이션과 등록에 참석한 학생들의 대부분은 2000년생들이다. 그 말 많던 Y2K에 태어난 자녀들이 자라서 대학생이 됐다. 우리 학교에서 인격함양에 큰 도움이 되는 경험을 많이 하게 되기를 바란다.

DBU 김종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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