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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트라이트’

[텍사스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6/04/18 09:04

중앙일보문화센터 문학교실 회원 이영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을 추모하기 위한 단원고 ‘존치교실’ 여부가 5차 협의회에서도 결렬되었다. ‘안산시민대책위원회’와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원만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며칠 후에 있을 6차 협의에서 잘 해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학기를 맞아 신입생들의 교실이 부족하므로 추모공간인 ‘존치교실’을 일반교실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단원고 학부모협의회의 입장이었다. 학부모협의회는 학교 측과 재학생 학부모들로 구성되었다. 세월호 참사의 피해 학생 학부모단체인 ‘416 가족협의회’는 추모교실 철거를 반대했다. 이유는 사고 후 2년이 흐른 지금까지 해결된 것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여론은 시간이 지날수록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점점 불리하게 작용한다.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진 세월호 특별위원회의 정리시한이 다가오는데도 그 동안의 조사활동에 비해 제대로 된 성과가 없었다. 언론은 여태껏 아이들이 죽은 이유를 밝히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일부 여론은 세월호 유가족들을 ‘떼쟁이’로 몰아가고 있다.

‘스포트라이트’는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영화로서 올해 아카데미상 수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과 각본상을 수상했다. 보스톤의 유력일간지 ‘The Boston Globe’의 특종 팀이 거대한 조직체계를 뛰어넘었다는 게 ‘Spotlight’의 결론이다. 특종 팀 기자들은 몇 년 전에 가볍게 넘겨버렸던, 보스톤교구에 있는 카톨릭 사제들의 성추행사건을 끝까지 추적했다. 사제들에 의해 어린 나이에 성추행을 당했던 피해자들은 자신들을 ‘생존자’라고 부른다. 정신적, 육체적 학대를 견디지 못하고 온갖 중독에 빠져 죽어간 피해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사제들은 소년 소녀들, 특히 불우한 아이들을 선택하여 고통을 주었다고 한다. 피해자들은 그 상황을 ‘습격’이라고 했다.

30여 년 동안 사제들의 성추행과 피해자를 연구했던 정신분석학자 ‘사이프’가 ‘보스턴교구에서만 90명의 사제가 성추행을 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그는 “떠들어대는 자는 끝까지 추적하여 입을 다물게 했다”며 카톨릭의 보이지 않는 힘을 말해주었다. 그러나 이 사건이 마무리된 2002년, 기자들은 “보스톤교구에서만 249명의 사제와 수도사가 성추행을 했고 피해자중 생존자는 1000명 이상이다”라고 밝혔다.

특종 팀 기자 ‘마이크’는 팀의 리더인 ‘벤’에게 기사를 빨리 내보내라며 참았던 분노를 폭발한다. “알겠어? 피해자가 나일 수도 있고 당신일 수도 있었어.”
배우 ‘마크 러팔로’가 연기한 실존인물인 ‘마이크 레젠더스’는 2003년에 특종 팀과 함께 퓰리처상을 받았다. 지금도 그들은 사회적 약자를 지켜내기 위해 온갖 사건들을 파헤치고 있다.
영화에서 ‘아이들을 추행하는 데도 온 마을이 필요했다’는 대목이 나오는데 그것은 무관심과 이기심으로 똘똘 뭉친 사회가, 중요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는 뜻일 것이다. 그래서 그 후로도 더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사제들을 변호했던 ‘짐’이 친구인 특종 팀원 ‘로비’에게 증거물을 넘겨주며 이렇게 말한다. “다들 뭔가 일어나는 것을 알고 있었지, 자넨 그때 어디 있었나? 왜 이리도 오래 걸렸나?”

생때같은 아이들이 차가운 바닷물에 수장되었다. 우리는 머리로만 아파하거나, 지겹다거나 피곤하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유가족들의 한이 풀릴 때까지만이라도 기다려줄 수는 없을까? 자식을 잃어본 경험은 없지만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내게 세월호는 이미 잿빛 사건이 되었다. 만일 누구라도 자식을 키우기 힘든 세상에 다 키워놓은 자식을 어처구니없이 잃는다면, 그리고 구조과정에 관해 어느 것 한 가지라도 제대로 밝혀진 사실이 없다면 어떤 심정이 될까? 그래서 유가족들은 출구가 없는 사회에 떠밀려 애초 계획하지도 않은 지루한 투쟁을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실화이지만 누구나 다 알지 못했던 비참한 사건을 영화화해서 세상에 폭로한 ‘Spotlight’ 제작진에 경의를 보낸다. 무거운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치밀한 구성과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 덕에 감정의 요동 없이 볼 수 있었던 영화이다.
사실을 알아도 우리가 할 수 없는 일들을 기꺼이 대신해 준 언론인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올바른 언론인들이 사회적 약자들을 찾아내어 그들을 위로해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그런 사건의 전말을 전해 듣는 귀마다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는 예수님의 음성이 깊게 울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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