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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의 자녀양육2>불량 아빠의 자기 합리화

[텍사스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6/05/31 06:55

김종환 교수/달라스침례신학대학교 기독교 교육학과

아이들이 태나기 전부터 좋은 아빠가 되고 싶었다. 아이들에게 모범적인 삶으로 본을 보이는 아빠가 되고 싶었다. 아이들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는 아버지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주류사회의 틈바구니 속에서 부대끼며 살다 보니, 어느 사이에 아이들은 모두 대학을 졸업하고 아빠로서의 영향력을 끼칠 기회가 거의 다 지나가버렸다. 자녀양육이라는 면에서 돌이켜보면 후회스러운 일들 밖에 없다. 이런 아빠가 되려고 했던 것은 아닌데, 한 번만 무를 수 없을까?

지난 주말 딸이 대학을 졸업했다. 네 식구가 딸의 좁고 복잡한 학교 아파트에서 며칠을 난민처럼 지냈다. 일요일 아침 졸업예배를 드리러 가기 전, 식구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용기를 내어 내 마음을 드러내보였다. 좋은 아빠가 되고 싶었는데 후회스러운 일들만 생각난다는 고백이었다. 딸이 나에게 어떤 점들이 후회스러운지 물었다.

후회스러운 점들을 열거하자면 한이 없을 것 같아서 두어 가지만 예를 들었다. 먼저, 영적인 문제에 관해 아이들과 좀더 자주 대화하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고 이야기했다. 다음으로, 아이들에게 좀더 자상하지 못해서 후회스럽다고 이야기했다.

영적인 문제에 관해서 좀더 자주 대화하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 학생들 또는 교우들과는 영적인 문제 관해서 종종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정작 내 자식들의 영적인 문제는 교회에다 맡겨놓고 신경을 별로 쓰지 못했다. 교회에서 끼치는 은사주의적인 영향만 경계하면, 나머지는 안심해도 되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은사주의의 문제에 관해서는 가끔 아이들에게 물들지 말도록 주의를 주었다. 그외의 문제에 관해서는 대화를 나눈적이 별로 없다. 교회의 사역자들이 성경적으로 가르치리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딸과 대화를 하거나 딸이 행동하는 것을 보면, 딸이 지난 3년간 자유주의적인 환경에서 공부하면서 그 영향을 받은 흔적이 가끔 보인다. 그럴 때마다 진작에 스스로 영적으로 성장하도록 훈련을 제대로 시키지 못 한 것 같아 후회스럽다.

이 문제는 목회자 가정들의 문제를 지적할 때 종종 언급하는 것인데, 내가 똑같은 오류를 범한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하다. 성경과 신학에 관해 많은 교육과 훈련을 받은 목사/전도사들이 다른 사람들과 그들의 자녀들을 가르치느라고 바쁘다. 그러나 많은 경우 정작 자신들의 자녀들은 아직 많은 교육과 훈련이 필요한 자원봉사자들에게 맡겨놓는다. 정말 모순적이지만, 그것이 현실이다. 어쩌면 성경에 기록된 사역자들도 그랬다. 모세, 엘리, 사무엘 같은 사람들도 다른 사람들 가르치고 돌보느라 자기 아들들의 영적인 양육에는 소홀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마음을 위안해보지만 부질 없는 시도이다.

세월을 돌이킬 수 있다면 영적인 문제에 관해 아이들과 좀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 세상은 자기도취적으로 타락으로 급격히 변해 가고 있다. 이런 세상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영적인 정체성을 분명히 갖는 것이다. 아이들이 진리의 띠, 의의 호심경, 복음의 신, 믿음의 방패, 구원의 투구, 그리고 성령의 검으로 단단히 무장하도록 하기 위해 집에서 좀더 창의적인 방법들을 사용하여 훈련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이들에게 좀더 자상하지 못 한 것도 후회가 된다. 어색함을 조금만 더 감수했으면 사랑한다고 자랑스럽다고 더 많이 이야기해줬을텐데, 화를 조금만 더 참았으면 소리를 덜 질렀을텐데, 아이들을 조금만 더 이해했더라면 덜 꾸짖었을텐데…

자상한 성격을 타고 나지 못했고, 자상한 환경에서 자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스스로 위로해본다. 부모님은 전형적인 경상도 분들이시다. 교육이라도 받으셨으면 무뚝뚝하고 퉁명한 태도가 조금이나마 완화됐을 수도 있었겠지만, 두 분 모두 그렇질 못했다. 부모님은 가난 속에서 세 아들을 양육하기 위해 새벽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시장에서 좌판을 펴놓고 채소를 팔아야 했다. 항상 피곤하고 지친 삶을 사셨다. 그런 부모님으로부터 자상함을 바라는 것은 철없는 기대였다. 그러니 그런 환경에서 자란 내가 어떻게 자상한 아버지가 될 수 있었겠는가?

그러나 그런 생각은 자위이고 변명일 뿐이라는 것을 안다. 마음만 먹었으면 좀더 자상한 아빠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어떤 심리학자들은 마약/알콜중독자의 가정에서 마약/알콜중독자가 나오고, 가정에서 폭력을 겪고 자란 사람이 폭력을 행사하게 된다고 가르친다. “시집살이 당해본 사람이 시집살이를 시킨다”고 했던가? 그런 가르침이 약물중독과 가정폭력에 대한 합리화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각자의 인간됨과 행동은 각자의 책임이다. 아이들을 자상하게 대하지 못한 것은 전적으로 불량아빠의 책임이다. 유전자도 성장환경도 이민자의 치열한 삶도 모두 변명일 뿐이다. 아이들이 어렸던 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아이들을 좀더 자상하게 대하고 싶다.

이런 불량 아버지가 자녀양육에 관한 칼럼을 쓴다는 것이 참 우습고 염치 없는 일 같다는 생각이 든다. 기자에게 칼럼을 못 쓰겠다고 이야기하려고 몇 차례 생각했다. 그렇지만 이제 한 번 밖에 안 썼는데 벌써 그만 두겠다고 하기가 너무 미안하고, 이런 칼럼이 필요하다고 나 스스로도 생각하므로 최소한 몇 번은 써야 할 것 같다.

누군가는 이런 칼럼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이민사회의 부모들이 자녀를 양육하며 다양한 고민을 경험하고 있는 것을 보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떤 부모는 그것이 자신들만의 고민인 것처럼 생각하여 좌절하기도 한다. 이민생활 자체를 후회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이민자들이 자녀를 양육하며 겪는 일들을 공감하고 훈수 두는 칼럼이 있다면, 이민생활을 하는 부모들에게 적지 않은 위로와 격려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 칼럼이 있어야 하고, 누군가는 이런 칼럼을 써야 한다.

그러나 이런 칼럼을 자신있게 쓸 수 있을 만큼 자녀를 완벽하게 양육한 사람이 있을까? 그렇다면 이렇게 부족한 내가 써도 괜찮지 않을까? 여러모로 갈등하는 중에 뜻하지 않게 아들에게서 큰 위안과 용기를 얻었다.

지난 일요일 딸의 학교 아파트에서 있었던 가족 모임에서 아이들에게 내가 아빠로서 잘 못한 것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이야기할 기회를 주었다. 아이들이 나의 어떤 잘못을 기억하고 있을까 긴장되는 마음으로 사과할 준비를 하고 기다렸다. 아들이 자기는 아빠가 잘못한 일에 관해 아무런 기억도 없다고 대답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 속에 표현하기 어려운 기쁨이 살며시 일었다. 아들의 대답이 이 칼럼을 쓰는 일에 동력이 될 것 같다. 고맙다, 아들아!

필자소개: 김종환 교수는 1999년부터 2010년까지 사우스웨스턴 신학대학교 교수를 역임했고 1994년부터 1999년까지 DBU에서 사역했으며 현재 DBU신학대학(College of Christian Faith) 부학장이자 기독교 교육학과 교수로 재직이다. 뉴송교회 협동목사이며 미국생활 32년차 된 김종환 교수는 던컨빌에서 거주하고 있으며 아내와 고등학교 음악선생인 아들, 대학교 졸업반인 딸과 함께 화목한 가정을 꾸려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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