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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전쟁에 얽힌 ‘콩’ 이야기

뜬금없이 ‘전쟁하고 콩하고 무슨 연관’이 있나하고 생각할 것이다. 때는 1904년부터 1905년까지 러시아와 일본이 만주와 한국의 지배권을 두고 벌인 러일전쟁 때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일본과의 치열한 전투 중에 국내 사정으로 보급이 끊긴 러시아군이 뤼순(여순)항에 주둔 중이었던 러시아군은 일본군에 의해 항구가 봉쇄당하여 출입이나 보급이 매우 어려웠다. 그러나 주둔군의 무장상태는 매우 좋았고 약 2년 정도의 버틸 수 있는 군량이 비축되어 러시아는 방어에 전혀 지장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가을과 겨울동안 계속된 항구 봉쇄로 인하여 신선한 채소가 공급되지 못하자, 비타민 C의 결핍으로 인한 괴혈병으로 부상자와 사망자가 속출하였고 군의 사기는 바닥으로 떨어져 결국 1년도 버티지 못하고 주둔군 사령관이 독단으로 항구를 양도함으로 어이 없이 일본에게 패하고 말았다.

일본군이 러시아의 군수물자 창고를 조사해보니 콩이 담긴 자루로 가득 찬 창고가 발견되었다. 하지만, 러시아사람 들은 콩으로 스프를 끓여먹는 식습관만 있었을 뿐 콩나물을 만들어 먹을 줄 몰랐기 때문에 콩을 이용해 비타민 부족을 해결할 수 없었다.



결국 비타민C를 보충할 방법이 없어서 병사들이 병들고 죽게 되니까 투항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러시아 군이 우리와 같이 콩나물을 재배할 줄 알았다면 비타민C를 보충할 수 있었고 전쟁도 승리로 이끌었을 것이고 동북아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다. ‘콩’이 역사를 바꾸었던 것이다.

지금 세계는 ‘콩’ 으로 인한 또 다른 전쟁을 강대국 간에 치르고 있는 실정 이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 관세’를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데 ‘콩’의 수출입을 배경 으로 하고 있다. 콩의 수요량이 세계 1위인 중국은 미국의 높은 ‘관세폭탄’에 대한 보복 조치로 콩에 대한 수입규제를 강화하고 미국이 아닌 브라질이나 다른 제3국에서 수입을 해 공급을 충당 하고 있다.

중국은 무역 전쟁이 시작된 후 가장 먼저 미국산 콩에 25% 보복 관세를 부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이자 콩의 주산지인 미국 중서부에 타격을 입히겠다는 계산에서였다. 정작 중국 입장에선 이런 상황이 달갑지 않다. 콩은 중국인 의 식생활에 필수 품목인데, 약 85%를 미국 등지에서 수입하기 때문이다.
전체 콩의 10%는 두부 등을 만드는 데 쓰이고 튀김요리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음식의 특성상 나머지 90%는 콩기름을 짜 조리용으로 사용한다. 여기서 나오는 콩깻묵은 가장 대중적인 식재료인 돼지의 주요 단백질 사료(飼料)이다. 이러한 상황은 식량을 놓고 이웃을 침략하고 싸우던 옛날로 돌아가는 듯한 양상을 띠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것은 옛날 왜구나 북방 민족들이 식량 때문에 한반도로 쳐들어온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게르만민족의 대이동도 알고 보면 시작이 식량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게르만민족을 침략한 훈족과의 전쟁에서 비롯되었다. 20세기에는 무기를 사용 하는 전쟁 외에 여러 종류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미·소간의 냉전, 중동국가들을 상대로 벌인 석유전쟁, 통신망을 교란시키는 사이버 전쟁, 무역전쟁 여기에 식량을 무기로 하는 전쟁까지 인류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어려움을 가져다주고 있다. 미·중 양국 간에 이런 문제가 하루 빨리 잘 해결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김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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