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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힘]긍정이 곧 희망 에너지, 이영건 군

“떨어져보지 않고 어떻게 우승할 수 있나요”

“엄마는 힘들어 보인다지만, 정말 제가 좋아서 하는 것들이에요”

아들이 과학 영재학교인 토마스 제퍼슨(TJ) 고등학교에 합격한 즐거움도 잠시, 한창 성적관리가 중요한 시기에 궂은 일을 도맡아 가며 시간을 ‘허비’하는 아들을 선뜻 이해할 수 없었다는 엄마 이양희씨. 반면 어릴 때부터 어느 누구도 나서지 않는 일들을 기분 좋게 하면서 희생과 봉사를 즐거움이라 주장하는 아들 이영건(저스틴 리)군. 칠전팔기 끝에 2등을 해도 1등에 대한 아쉬움보다 수많은 학생 중 2등을 했다는 행복이 더 크다는 긍정 방정식의 원천은 과연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하는 일마다 즐거움이 우선인 아들

고등학교 내내 학생회에서 크고 작은 직책을 도맡았던 이 군. 9학년 때 서기를 하다 보니 그 일이 너무 재미있어 10학년 때는 총무를 맡았다. 그리고 11학년 때는 부회장, 12학년인 현재는 학생회장을 하고 있다. 엄마에게는 크고 작은 직책보다 각종 학교 일 때문에 공부할 시간을 뺏기는 게 속상했다. 하지만 이군은 “엄마가 시간을 뺏긴다고 생각하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 일을 안 한다고 제가 공부를 더 하는 건 아니더라고요. 되레 스마트 폰을 하거나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낼 텐데, 그 시간을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게 생산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즐거움을 당당히 밝힌다.



한 번은 더운 날 야외에서 학교 행사를 하는데 아이스크림을 팔아야 했단다. 그 때 대부분 아이들이 다른 부스에서 즐기는데 심취했지만 이군만큼은 끝까지 부스를 지키고 앉아 판매를 하고 1달러짜리 200장 넘게 세어 가며 마지막 뒷정리까지 묵묵히 끝냈단다. 불평불만이 생길 법도 한데 이군은 “누군가는 그 자리를 지켜야 할 텐데 그게 저면 어때요. 저는 그 자리를 지키는 일이 정말 좋았고 친구들은 다른 걸 즐기는 게 좋았을 테니, 서로 좋아하는 거 했으면 된 거죠”라며 사심 없는 답변을 던진다.

10학년 때는 또 유엔 모델 콘퍼런스에 우승하기 위해 6번에 걸쳐 여러 대회에 도전했으나 실패, 그럼에도 매번 준비를 도맡아 하느라 한숨도 못 자는 아들이 안쓰러워 그 시간에 공부해서 GPA 성적 올리는 게 낫지 않느냐고 만류하는 엄마에게 “연습하지 않고, 떨어져보지 않고 어떻게 우승을 할 수 있냐”고 해맑게 되물었던 아들이란다. 결국 아들은 한 대회에서 2등을 차지했다. 넘치는 희망 에너지에 역전패 당한 엄마 이양희씨. 이씨는 “그 때 깨달았어요. 자기가 할 일을 찾아 즐겁게 해 주는 것만으로도 부모는 고마워해야 하는 거구나. 그리고 일단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든든한 존재가 되어 주자고 다짐했죠”라고 털어놨다.

사랑이 싹튼 부엌, 훈기로 품어준 부모

이군은 IT 전문가인 이은직씨와 화가인 이양희씨의 외동아들이자 미국에서 자란 이민 2세대다. 늘 외부 활동으로 바쁜 부모인지라 아들의 학교 생활도 크게 도와줄 수 없는 형편이었다고 말하는 엄마. 이씨는 일하는 가운데 짬짬이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따뜻한 밥은 꼭 챙겨주며 ‘붙어 있지는 않지만 엄마의 훈기를 느낄 수 있게’ 하는 게 아들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뒷바라지였다고 말한다. 하지만 열 여덟 살의 아들은 그보다 큰 아빠와 엄마의 뒷바라지를 기억한다. 이군은 “저희 집은 제 책상이 부엌에 있어요.

그래서 늘 많은 대화를 할 수 있었다” 며 “아빠는 이성적이면서 판단력이 정확하고, 엄마는 항상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따뜻하게 풀어주셨어요. 그래서 대학 문제를 아빠와 상의한다면, 선생님과 친구와의 관계는 엄마와 상의하는 편이에요. 결국 제가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하는 건 아빠와 엄마 덕분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한다.

이씨는 “요즘 부쩍 느끼는 거지만 부모는 자기 자식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며 “내 아이가 좋아하는 모습을 감사하다고 받아들인 게 곧 아들도 부모인 저희도 행복해지는 지름길이 됐다”고 귀띔한다.


진민재 기자 chin.minjai@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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