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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러시아 대리전 된 시리아…'신냉전 충돌' 격화하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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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4/14 05:24

시리아서 군사적 긴장 고조·보복 악순환 전망
미국·영국·프랑스 '3각 공조' 맞서 러·중국·이란·시리아 대결 구도

시리아 다마스쿠스 도심. [AP=연합뉴스]

시리아 다마스쿠스 도심. [AP=연합뉴스]

'시리아 화학무기' 사태가 발생한 지 일주일 만인 14일 새벽(시리아 현지시간) 미국과 영국, 프랑스가 합동으로 시리아 공습을 단행했다.

시리아가 이미 미국과 러시아의 대리전 격전지로 전락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을 주축으로 한 서방과, 시리아와 그 동맹인 러시아 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신냉전' 체제 아래 충돌이 격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날 공습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의 '3각 공조'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과 그 후원자인 러시아를 겨냥해 강력한 무력시위를 보여줬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공습 사실을 공식 확인한 직후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시리아 타격 작전을 공개 발표했다.

이는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해 미국과 함께 영국, 프랑스가 공동으로 대규모 군사응징에 나섰다는 것을 대내외적으로 과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2015년부터 시리아 내전에 본격 개입해 알아사드 정권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 온 러시아에 서방이 강력한 군사적 경고를 보냈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실제 이번 공습은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서방과 러시아의 갈등이 최근 몇 년간 악화 일로를 걷는 와중에 이뤄졌다.

2016년 미국 대선개입에 따른 트럼프 정부의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올해 3월 러시아 출신 스파이 암살시도 사건 후 영국의 보복 조치와 러시아의 맞대응, 미-러 간 핵무기 경쟁 양상 등으로 서방과 러시아 간 갈등은 갈 데까지 간 상태였다.

양측은 이전에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병합, 우크라이나에 대한 사이버 공격, 알아사드 대통령 퇴진 문제 등으로 끊임없이 대립 또는 충돌을 빚어 왔다.

이번 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도 미국과 러시아는 시리아 화학무기 사태를 둘러싸고 날 선 공방을 주고받은 끝에 갈등의 골만 더욱 깊게 만들었다.

중국은 안보리에서는 물론 이번 공습 직후에도 노골적으로 러시아 편을 들고 있다.

무역 갈등으로 미국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의 일부 관영 언론은 미국 등 서방이 시리아를 "침략했다"고 보도했다.

마차오쉬(馬朝旭)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정세 긴장이 고조되는데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각 당사국이 시리아 문제에 대해 냉정과 자제를 유지하고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는 어떤 조치도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와중에 서방이 이날 시리아 공습을 감행, 냉전 종식 이후 서방과 러시아간 충돌 위기는 더욱 고조되는 양상이다.

미국 CNN은 이러한 상황 전개에 "시리아 내전이 미국과 러시아의 대리전이 됐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시리아의 동맹 축인 러시아와 이란,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면서 이들이 어떻게 대응하느냐 하는 점이다. 이들 시리아의 '3각 동맹'은 시리아에 군 병력을 파견하는 등 내전에도 이미 깊숙이 개입한 상태다.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서방의 시리아 공습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이 모든 일의 뒤에는 세계에서 도덕적 우위를 내세우고 자신의 특별함을 주장하는 자들이 있다"고 미국과 그 동맹국들을 겨냥했다.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대사도 "우리는 그러한 행동(서방의 군사행동)에 따른 결과를 피할 수 없을 것임을 경고해 왔다"며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은 미국, 영국, 프랑스에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의원들 사이에서는 "전 세계와 인류에 대한 범죄" "트럼프는 두 번째 히틀러" "러시아도 미국의 공격 행동을 받았다" 등의 성토가 쏟아졌다.

이란 외교부는 미국이 영국, 프랑스와 함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증거도 없이 시리아를 공습했다며 이들 국가가 결과를 책임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헤즈볼라 역시 "미국의 대시리아 전쟁은 목표를 이루지 못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결사 항전의 의지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시리아 사태를 둘러싸고 미국을 주축으로 영국과 프랑스 대 러시아를 필두로 이란, 시리아, 헤즈볼라 간 대결구도가 더욱 부각된 형국이다.

더 나아가 모두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 대 러시아, 중국이 시리아를 포함한 국제무대에서 세 대결을 벌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분석기사에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공습이 그가 피하길 원하는 전쟁에서 보복과 긴장 고조의 악순환 위기를 가져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전쟁연구소 연구원이자 퇴역 장성인 제임스 M. 듀빅은 WP에 "러시아와 이란, 알아사드의 관계를 봤을 때 우리가 제한적이고 정밀하다고 생각하는 그 공격이 그 세 당사자 중 하나 또는 그 이상이 오판하고 그들 관점에서 보복 타격을 정당화한다면 그때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며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시리아 동맹국들의 가능한 보복 방법으로 이란의 지원을 받는 민병대의 중동 주둔 미군 공격, 시리아 내 미군과 그 동맹군을 겨냥한 기습 공격, 사이버 공격 등 비대칭 대응 등을 거론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서방의 이번 공습이 극히 제한된 목표물만을 타깃으로 해 단발성으로 끝났다는 점에서 확전 가능성이 작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은 이번 공격이 화학무기 의심 시설 세 곳만 노렸으며, 추가 공습도 없다고 못 박으며 사태 확산을 경계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조지프 던퍼드 미국 합참의장은 이날 공습 직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군이 연루될 위험을 줄이고자 이들 목표물을 특정했다"고 말했다.

이는 서방이 공격의 범위와 강도를 최소화해 러시아와 충돌을 막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공습의 구체적 피해 현황이 나오려면 시간이 필요하나, 이날 오전 현재 러시아군은 물론 시리아 친정부군도 심각한 피해를 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1년 전에도 시리아군에 의한 화학무기 공격이 발생하자 지중해 함대로부터 59발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시리아 공군기지에 쏟아부었으나 시리아군에 큰 타격을 주지는 못했다.

외신은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이번에는 시리아 목표물 3곳을 향해 100발 이상의 미사일을 발사하고 전투기도 동원했다고 전했다.

이는 미국이 1년전 시리아 공군기지를 공습했던 것보다 무기 수준과 규모, 목표물 수에서 2~3배 많은 편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미국은 2017년 4월 당시 단독으로 시리아 공습 작전을 수행했으며 자국군의 손실을 최소화하려고 전투기 동원 없이 지중해 함대로부터 토마호크 미사일을 시리아 공군기지 한곳에만 쏟아부었다.

그 때 공격으로 시리아 공군 전력의 약 20%를 차지하는 비행기 20대가 파괴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시리아 공습 주체는 물론 미사일 발사 수도 늘었지만 그 효과면에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와 시리아 정부군은 미국과 그 동맹국이 발사한 미사일 대부분도 요격했다고 밝혔다.

시리아군은 서부 도시 홈스에서도 요격에 실패한 미사일 한발이 떨어져 3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1년전에도 미국의 공습에 강력히 반발했지만 이에 대한 군사적 보복 조치는 없었다.

일부 외신은 이번 공습 역시 전세 전환을 가져오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공습은 시리아 내전이 시작된 이후 서방이 최대 규모로 개입한 사건으로 기록되겠지만 7년째 이어진 내전에서 세력 균형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영국 정부가 이번 공습에 매우 신중해 하는 반응도 포착됐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알아사드가 자국민에 화학무기를 다시 쓰지 않는다면 예정된 추가 공격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백악관에도 주의를 촉구했다고 전했다.

영국의 테리사 메이 총리도 "이것(시리아 공습)은 내전 개입이나 정권 교체에 관한 게 아니다"라며 "그 지역의 긴장을 더 고조시키지 않고 민간인 피해를 막기 위해 모든 것을 다한 제한적이고 정밀한 타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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