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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총기협회와 정치인의 부당거래

대형 총격사고는 이제 미국의 정기행사(?)로 확고히 자리 잡은 듯하다. 총격 난사로 인해 많은 수의 인명이 희생될 때마다 총기규제에 관한 문제들이 최대 현안 이슈로 떠오른다.

그러나 논쟁은 잠시일 뿐, 곧 묻히고 잊혀져 있다가, 어느 순간 또 다른 총격사고가 발생하면 언론은 다시 총기규제를 이슈로 들고나오고 정치인들은 희생자 가족들을 SNS를 통해 위로하는 식이다.

이 끝없이 반복되는 논란은 잠시 뜨겁게 달아오르다 또다시 이슈 대열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도대체 뭐가 문제이길래 미국의 총기 문제는 이토록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걸까? 이 나라의 법이 문제이다. 법으로 규제해야 할 무기를, 이 나라는 오히려 무기를 휴대할 수 있는 권리로서 보장해 주고 있다.



미국의 수정헌법 제2조 '무기휴대의 권리'는 말 타고 총 차고 다니던 시절인 1791년에 제정된 법이다.

그러면 이 시대에 맞지 않는 이 법을 누가 수정할 수 있나. 상하 양원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소위 정치인들이다. 자본주의 국가의 정치인들은 정치자금으로 움직여지는 집단이다.

정치인들의 정치자금은 어디에서 오나. 그들의 거수를 필요로 하는 집단으로부터 흘러들어 온다. 총기규제를 원치 않는 자들은 누구인가. 총기를 제작 판매하는 무기회사들이다. 이들의 총집합체가 바로 전국총기협회(NRA)다. NRA는 공화당 최대의 정치 자금 줄이다. 총기규제법이 상정되어도 의회에서 통과되지 않는 이유이다.

NRA는 남북전쟁 당시 북군 출신 장교들에 의해 창립된 미국의 보수주의 단체이다. 로비활동으로 총기규제를 막고, 민간인이 총기를 휴대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이들의 주된 목적이다. NRA는 막강한 자금력과 로비활동으로 보수성향의 공화당 정치인들을 집중 지원하며 실지로 미국의 정치계를 움직여 왔다.

NRA는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기간 동안 5400만 달러를 지출하며 트럼프의 당선을 도왔다. 엄청난 액수가 힐러리 클린턴을 공략하는 광고 비용으로 사용됐다. NRA는 자신들에게 해가 될 민주당 후보들을 비방하는 미디어 광고로 자신들을 위해 총기규제법에 반대표를 던져줄 '거수 정치인'들을 지원한다.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 하더라도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총기규제법 통과를 가로막고 있다. 존 매케인, 미치 매코넬, 마르코 루비오 등 NRA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은 상원의원들은 50명에 이른다.

이들은 테러리스트의 총기구입 방지안과 총기구입 시 보다 광범위한 신원조회를 해야 한다는 법안에 늘 반대표를 던져왔다.

트럼프는 총기규제가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라 총기사고를 일으킨 자들의 정신병적 증세가 더 심각한 문제라고 말하며 캠퍼스 내에도 총기를 두어 총기사고는 총기로 방지해야 한다는, 마치 NRA가 써준 듯한 왜곡 논리를 편다.

범프스탁 장치를 금지하겠다는 제안이 있었지만, 총기규제를 반대하는 그의 입장에는 조금의 변함도 없다.

헌법 개정을 위해서는 상하원 3분의 2의 찬성표가 필요하다. 또한 50개 주의 4분의 3이 개정안을 비준해야 한다. 강력한 총기규제법이 절실히 필요함에도 상원의 반 이상을 NRA가 확보(?)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의회 통과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번번히 많은 생명들이 죽어 나가도, NRA와 정치인들의 부당거래가 버젓이 인정되고 인간의 고귀한 생명보다는 무기와 돈의 편에 서서 움직이는 정치인들이 있는 한, 앞으로도 대형 총기사고는 계속될 것이다. 미국은 과연 축복받은 나라일까.


김 정 /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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