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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아이슬란드라는 섬나라

옛날 어느 지방에 기운이 무척 세고 덩치가 큰 젊은이가 살았다. 그는 좋은 규수와 결혼하여서 두 아들을 갖게 되었는데 첫아들은 아버지를 닮아서 장대한 체구에 용감한 성품의 소유자였다. 영주가 자신을 부르자, 그는 이를 거절하였다. 왕이 되려는 영주의 야심을 눈치챘기 때문이다. 그러나 첫아들이 그의 휘하에 들어가서 충성을 맹세하려는 것은 막지 못하였다. 그의 아내가 사망하자 젊은이는 두 번째 부인을 맞아들였고 다시 두 아들이 태어났다.

그의 첫아들은 많은 공을 세워서 사방에 명성이 높아졌고 재산도 늘었다. 영주의 총애를 받는 그를 시기한 것은 이복동생들이었다. 영토 확장과 세력을 늘리는 데 혈안이 되어있던 영주에게, 두 이복동생들은 그들의 맏형이 영주를 죽이고 자신이 왕이 되려 한다는 거짓을 고하였다. 격분한 어리석은 영주의 명에 의해 살해된 첫아들의 슬픈 소식을 들은 아버지는 가족과 노비들을 이끌고 고향을 떠나 항해를 시작하였다. 그들을 뒤쫓아, 영주가 보낸 배가 가까이 다가왔다.

분노에 불이 붙은 그는 이미 노구의 몸인데도 마치 커다란 야수처럼 변해 상대방의 배로 뛰어 올라갔다. 그리고 자신의 아들을 죽인 영주의 부하들을 차례로 살해하였다. 그러나 적이 없어진 순간, 그의 기운도 쇠퇴되었다. 그는 더 이상 본인이 살아갈 힘이 없음을 알고서 동행하던 둘째 아들 그림에게 자신의 시체를 바닷물에 던져서 장사지내 달라고 부탁했다. 며칠 후 새로운 육지를 발견해서 해안가에 이른 후에 아버지의 관이 떠내려온 땅으로 그들은 정착하였다. 그리고 이들이 살아가며, 이룬 새 나라가, 발틱제국들의 가장 북쪽에 위치한 섬나라, 아이슬란드다.

이상은 바이킹족들에게 전해 내려오는 건국 설화 중 하나이다. 892년경에 세워졌다는 이 바이킹의 나라 이야기에서 나는 두 가지 흥미 있는 점을 발견하였다. 첫 번째는 남성 위주의 족보였다. 남성에게 어떤 일이 생겼을 때 재산을 물려받는 상속자는 아버지, 아들, 삼촌, 친할아버지와 외할아버지 순서다. 그런데 이 순서는 원수를 갚아줄 순서다. 즉 아들의 원수를 갚는 것이 아버지의 첫째 의무이다. 그러니 늙은 아버지는 야수처럼 변해야 했을 것이다.



두 번째는 감정이 고조되고 이성을 잃는 경우 인간은 동물 같이 변한다는 사실을 그들은 바로 보았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설화와는 달리 아이슬란드는 전 세계에서 가장 여성 존중의 경제 제도를 갖고 있었다. 즉 남성과 여성 직장인이 받는 보수가 1:1로 정확하게 동등하다는 것이다. 현재 이 나라의 대통령은 여성이다.

세 번째 갔던 작은 도시에서 만난 농부는 자신의 집을 보여 주었다. 세 아이를 모두 교육시키며 길러내느라 수도인 레이캬비크까지 눈길을 수없이 다녔는데, 한번은 앞에 가던 아내의 차와 자신의 차 사이에 눈사태가 발생하여서 큰 고생을 한 적도 있었단다. 그의 집에는 소가 16마리, 양이 100마리가 있는데 주요 수입원은 5월에 이곳으로 날아오는 철새들이 지은 새 둥지에서 주워 모으는 새털이란다. 보글보글하게 뭉쳐져 있는 털을 깨끗하게 세탁하면 따뜻한 다운 이불이나 외투 속에 넣는다.

8월이 지나면 더욱 추워지고 비가 많이 오며 어둠에 싸인 이 땅에서 가축을 돌보며 고기잡이로 살아가는 이들의 국민 개인당 GDP가 5만9000달러라니 그들의 근면성에 놀라지 않을 수 없고 남한의 2만7500달러와 비교가 되었다. 비록 해적들의 후예이며, 화가 나면 짐승같이 되는 조상들이었지만 집안의 가계를 존경하고 족보를 가졌던 그런 여성을 존중하는 이 민족에게 앞으로도 계속된 번영을 빈다.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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