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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읽는 기독교] 인체보다 복잡한 사람의 마음

정요석 목사 / 세움교회

지인이 맞춤 양복 선물을 해주어, 몇 달 전에 고급 양복점에 갔다.

재봉사는 1시간 가깝게 정성을 기울여 내 몸의 치수를 쟀다. 그리고 20일 후 가봉(假縫)한 양복을 입어보러 다시 오게 했다. 내 신체 특성에 가장 적합하게 맞는 양복이 나오기까지 이런 살핌과 정성이 들어갔다.

이발사들에 따르면 사람들의 머리 형태가 다 다르므로, 그에 맞추어 섬세하게 가위질을 해야 한다. 사람의 인체는 머리형태보다 더 다양하다. 그 인체를 몇 개의 유형으로 나눈 기성복은 옷에 인체를 대강 맞추는 것이지, 인체에 옷을 섬세하게 맞추는 것이 절대 아니다. 옷에 맞는 양복은 맞춤복일 수밖에 없고, 그 맞춤복은 가봉 작업의 횟수가 늘어날수록 정교하게 마련이다.

가봉한 양복을 입어보며, 나는 목사로서 성도들의 마음을 얼마나 섬세하게 살피고 있는지 살피게 되었다. 사람의 마음은 인체보다 더 복잡하고 다양하다. 그럼에도, 목사는 자신의 틀이나 몇 가지 유형에 성도의 마음을 맞추기 쉽다. 인체는 쉽게 자로 치수를 잴 수 있지만, 마음은 그 무엇으로도 쉽게 잴 수 없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알 수 없다. 신뢰와 사랑이 아니고는 그 마음을 열 수 없고, 설령 열어도 그 복잡한 미로를 정확하게 알기 힘들다. 정확하게 그 마음의 형태와 치수를 재어, 그에 맞는 처방을 내리는 데는 더 많은 섬세함과 정성을 요한다.



누구든 타인에게 조언하기에 앞서 그 마음의 형태와 치수를 얼마나 알고 있는지 먼저 자신을 살펴야 한다. 동시에 그 타인을 얼마나 하나님의 사랑으로 대하고, 순수한 목적으로 조언하려는지 살펴야 한다. 자신의 경험과 기질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에 의거하여 그를 인도하려는지 살펴야 한다. 자신이 정확한 자(ruler)가 되지 않고서는 타인을 재단(裁斷)할 수 없다. 자신의 경험과 틀에 대한 겸손하고 치열한 조탁(彫琢) 없이 내리는 진단과 처방은 기성복에 지나지 않는다. 남을 재단하기에 앞서 자신을 정확히 재단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두 번 가봉한 양복을 입고 나갔을 때 사람들은 양복이 멋있다는 말을 나에게 자주 했다. 양복을 찾으러 간 날, 재단사는 살이 쪄 옷이 불편하면 언제든 수선하러 오라고 했다. 옷에 수선이 가능하도록 여분을 남겨놓은 것이다. 사람의 마음은 인체보다 시간에 따라 변화와 변형이 더 많다. 목사는 재단사보다 성도에게 늘 관심을 두어야 한다. 끊임없이 애정으로 관리해야 한다. 목사는 재단사보다 더 치열하고 애정이 풍성해야 하고 섬세해야 한다.

seumch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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