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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너머 과정을 상상하다…KAFA 미술상 수상자 로버트 리

수많은 아티스트들의 작품해설을 보지만 그들의 작품 세계를 100%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들이 내놓은 작품은 풀기 어려운 수학공식처럼 보인다. 그저 조금이라도 더 이해해 보려는 노력이 있을 뿐이다.

지난 21일 아주 어려운 수학공식 같은 아티스트를 만났다. 2018 KAFA 미술상을 수상한 로버트 리 작가다.

로버트 리는 수상 기자회견에서 "상을 받기 위해 응모한 것은 아니었다. 미술상 소식을 듣고 KAPA 웹사이트에서 들어가보니 대단한 분들이 수상자 리스트에 올라 있었다. 그래서 내 작품도 한번쯤 심사받고 싶다는 생각에 응모하게 됐다"며 "그 권위 있는 상을 수상하게 돼 너무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1989년 설립된 KAPA미술상은 한인커뮤니티에서 권위를 자랑하는 상으로 재능있는 미주 한인 아티스트를 발굴 주류 미술계에 소개하고 활발한 작품활동을 지원해 왔다. 상금은 1만5000달러다.



로버트 리는 조각가이자 사진작가다. 설치미술가로도 불린다. 다시 말해 그는 자신의 표현 방법을 제한하지 않는다. 다양하다.

그는 머그잔으로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이야기한다.

"친척이 준 독특한 머그잔이 하나 있다. 가마에서 84회를 구워낸 머그잔이다. 분명 과도한 횟수다. 84회나 구워진 머그잔이 그 이전 어느 때보다 낫다고 말할 수 있는 능력이 도예가에게 얼마나 중요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것이 특별히 중요하다고도 바람직하다고도 생각지 않는다. 예술가는 수치나 정확한 가치를 분석함으로써가 아니라 동향을 창조하고 그에 반응함으로써 작업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것이 중요한 이유는 무언가를 하고 또 하는 반복의 과정에서 과정 자체에서 비롯된 경향들을 뛰어넘는 소유의 감각을 얻기 때문이다."

2013년부터 이어 오고 있는 작품 시리즈 '무인 공간의 점령(Occupations of Uninhabited Space)'은 그가 작품을 만들어가고 대하는 시선을 엿볼 수 있다.

이 작품에는 이질적인 두 재료가 하나인 듯 등장한다. 쇠로 만든 기하학적 모양의 철장과 그 안에 갇혀 있는 조롱박이 한 몸인 듯 엮여 있다. 동식물이 환경에 동화하는 능력을 이용한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이 작업을 통해 조롱박 자체를 보여주기보다는 조롱박이 자라나는 과정을 통해서 성장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

그는 "조롱박은 철장 때문에 원래 자라려던 방향이 아닌 환경에 맞게 자라게 된다. 하지만 그 틀은 만든 나조차도 예상하지 못한 방식과 형태로 자란다"고 말한다.

작품 '동등학의 역사(History of Equivalentistics)' 역시 그의 독특한 예술세계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는 서울에 머무는 한 달 반 동안 매일 창덕궁을 찾아 같은 장소에서 같은 포즈를 취하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찍은 사진 중에 동등한 사진이 찍히면 작업을 종료한다. 이처럼 들어도 이해하기 힘든 작품세계다.

그래서 작품 설명을 듣고 있자면 불평이 터져 나온다. 하지만 그가 관람객들에게 바라는 것은 다른 데 있다.

그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즐기길 원한다. 작품 그 의미 맥락 분위기 색채 대화 그리고 중요하거나 중요하지 않은 지점들 그 외의 어떤 것을 즐기길 원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자신들이 완전히 잊어버리지 않은 심오한 언어를 말하는 몸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즐기길 바란다"고 전했다.

로버트 리는

뉴욕에서 태어난 한인 2세인 그는 조금 늦게 미술 쪽에 발을 들여놨다. 문학을 전공하다가 대학교 3학년에야 미술로 진로를 변경했다. 이후 예일대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했고 컬럼비아대에서 미술석사(MFA)를 받았다. 2015년에는 시애틀 글래스박스에서 'Winter Wheat' 2016년 포틀랜드 멜라니 플러드 프로젝트에서 'Disambiguation Please' 2018년 나다 뉴욕에서 'Occupations of Uninhabited Space' 등의 개인전을 열었다. 한국에서도 세 번의 전시회를 가졌다. 2010년에는 일민미술관에서 2011년에는 창원아시아 미술제를 통해 그룹전에 참여했으며 2013년에는 서울 옵시스 아트 갤러리에서 개인전 '흉내내기(Mimicry)'을 열었다. 현재 코니시 칼리지 오브 아츠(Cornish College of the arts)에서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오수연 기자 oh.sooyeo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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