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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개팔자 상팔자

우리 곁에 항상 있어 왔고 앞으로도 계속 인간의 친구가 될 강아지는 정말 우여곡절이 많은 동물이다. 그렇게 충직하게 주인을 모시며 살아도 웬만한 나쁜 표현에 '개'가 들어 가지 않은 표현이 거의 없다. '개XX'는 공공연 하게 쓰여지는 욕의 기본이고 일이 꼬이고 엉망인 상태는 '개판', 쓸데 없다는 표현의 '개털'과 '개똥', 상대를 얕볼 때 쓰이는 '개무시', 맛도 없고 지저분한 음식을 칭할 때 쓰이는 '개밥',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할 때면 '개소리 하지 말라'는 등 수도 없이 많다.

어릴 적에 개를 키우며 살았다. 그 당시에는 지금처럼 반려견이라는 개념보다 애완견이라는 표현을 썼던 것 같다. 학교 갔다 오면 꼬리치며 반겨주는 동물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커다란 행복이었다. 달래.냉이.씀바귀로 이름을 지어 주었는데 그 중 냉이는 아주 영리했다. 하루는 대낮에 도둑이 집에 들어오자 밖에 나와 있던 어머니에게 뛰어가 치마를 물어 집 쪽으로 당겨서는 위급 상황을 알렸다. 물론 도둑은 바로 도망쳤고 우리는 냉이의 영리함에 감탄했었다. 몇 년이 지난 후 우리 집에 새 식구가 들어왔다. 아주 자그마한 카키색의 치와와(송이)였다. 얼마나 보드랍고 귀여웠는지 하루가 멀다 하고 서로 끼고 있겠다고 누나들과 싸우고 동생과 티격태격 해야만 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밖에서 키우던 냉이가 평소 안 하던 행동을 하면서 방으로 뛰어 들어오기를 수 차례 계속했다. 개도 질투를 하는 것을 그 때 알았다. 그리고는 일주일 뒤, 우리가 안보는 사이에 밖으로 뛰어 나간 송이가 정수리를 물려서는 머리가 퉁퉁 부어 있었다. 냉이가 먹던 밥통 근처에서 알짱 거리다가 물린 것이다. 순하디 순한 냉이의 공격은 우리에게 커다란 충격이었다.

아내는 동물과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강아지 한 마리 데려 온다고 했더니 펄쩍 뛴다. "나는 절대 손 하나 까딱 안 할거니까 당신이 알아서 똥 오줌 다 치우고 밥 주고 할거면 데려와요." 그래도 딸의 성화에 큰 맘 먹고 인형 같이 조그마한 토이 푸들을 데려 왔다. 사실 개를 키우고 싶은 나의 욕심이 없었다면 '쭈이'는 우리 집에 오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아내의 불평은 일주일을 넘기지 못했다. 이제는 쭈이의 일거수 일투족을 다 꿰고 있고 영구치가 나오려고 이갈이를 하자 일일이 이를 체크하며 인터넷을 뒤진다. 혼자 놔두고 오랜 시간 집을 비우지 못하겠다고 해서 지난 번에는 나 혼자 보스턴까지 딸을 라이드 해 줘야 했다.

시대가 변해가듯 개들의 신분도 바뀌었다. 호칭도 자식처럼 상승돼 개 주인들은 어느새 엄마 아빠가 되어 있고 미용실에 가려면 기본이 50달러는 줘야하며 우리 애기 잘 봐 달라고 팁도 두둑이 주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한 침대에 끼고 자는 경우도 있고 언제부터인가 강아지 전용 유모차를 보는 것도 전혀 이상하지가 않다. 작년에 나이 든 노인 분이 유모차를 끌고 가시길래 손주를 데리고 나오셨나 하고 봤더니 큼지막한 개 한 마리가 누워 있는 게 아닌가. 개팔자가 상팔자라고 하더니 언제부터인가 우리들은 개를 모시고 살고 있다. 심지어 자기가 키우던 개에게 유산을 상속하는 일도 있으니 비싼 돈 주고 미용하고 나와 비싼 사료 먹고 유산을 상속 받는 개들에게 괜히 개XX.개털.개밥 운운 했다가는 반려견 주인들의 비난을 살지도 모를 일이다. 개의 본성은 주인을 따르는 충직함이다. 하지만 자기보다 위라고 생각할 때는 충성하지만 자기 밑으로 보면 물거나 공격한다. 주인으로서 최선을 다해 돌보아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동물인 개를 인간처럼 대우하는 것은 결코 옳지 않다. 작년 9월 한일관 여사장이 개에 물려 사망한 사건은 매우 충격적이지만 개에 물려 피해를 입는 사고는 알게 모르게 수도 없이 일어나고 있다. 올해는 황금 개띠의 해라고 불리우는 무술년이다. 인간과 가장 친근한 동물이고 우리들의 삶에 큰 도움도 되는 개를 모시지 말고 잘 다스려서 건강하고 아름다운 2018년이 되었으면 한다.




정동협 / 칼럼니스트·뉴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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