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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숟가락과 젓가락 그리고 수저

숟가락과 젓가락의 맞춤법에 대해서는 다룬 사람들이 많다. 일부 호사가들은 숟가락은 입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디귿을 닮았고, 젓가락은 놓인 모습이 시옷을 닮아서 받침이 달라졌다고 이야기한다. 물론 웃자고 한 이야기고, 기억하기 좋으라고 한 이야기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이는 달리 말해서 두 어휘의 받침 구별이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두 단어의 맞춤법을 구별하는 사람들도 정작 이유를 설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비슷해 보이는 단어가 전혀 다른 방식으로 표기될 때 혼동을 느낄 수밖에 없다. 비슷한 단어가 다르게 표기될 때는 보통 어원과 관련된다. 숟가락과 젓가락은 가락이라는 점에서는 같다. 문제는 수와 저에 있다. 저에는 시옷이 있기 때문에 사이시옷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수에는 디귿이 있어서 사이시옷이 아님은 분명하다. 그럼 왜 디귿이 나타났을까? 수수께끼의 실마리는 디귿의 문제부터 시작해 보자.

숟가락의 다른 말은 무엇이 있을까? 숟가락의 다른 표현이 남아있는 곳은 바로 수량 의존명사다. 수량을 세는 단위명사의 경우에는 어원을 찾을 수 있는 보물창고가 되기도 한다. 수를 셀 때는 원래 명사를 그대로 쓰기도 하고 다른 공통적인 단위를 쓰기도 한다. 예를 들어서 숟가락을 한 숟가락이라고 표현하기도 하고, 한 개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바로 숟가락에만 쓰는 단위명사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단위명사는 어원에 실마리가 되기도 한다. 나무에는 그루, 꽃에는 송이, 동물에는 마리가 쓰인다. 왜 나무만 그루라고 할까? 왜 동물은 마리라고 할까? 동물을 마리라고 하는 것은 '머리'의 옛말과 관계가 있다. 마리가 머리의 옛말이었다. 나이를 세는 '살'도 옛날에는 설날과 관련이 있었다. 포기와 풀, 나절과 낮, 줌과 주먹 등 얼핏 보기에도 연관성이 보이는 경우도 있다.



숟가락에서는 그 단위명사가 바로 '술'이다. '한 술 뜨다'라는 표현에서 술은 숟가락을 의미한다. 따라서 숟가락은 수에 디귿이 붙은 것이 아니라 술이 '숟'으로 변한 것이다. 따라서 시옷으로 표기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반면에 젓가락의 저는 한자어다. 젓가락 '저(箸)'라고 쓴다. 따라서 젓가락은 '저+가락'이 된다. 한자어와 순우리말 사이에서 뒷말이 된소리로 발음 나는 경우는 사이시옷을 쓰는 조건이 된다. 따라서 당연히 사이시옷을 써야 하는 자리인 것이다. 숟가락과는 구성 방식이 전혀 다르다. 젓가락은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사이시옷의 문제이니 숟가락이 술과 관련이 있다는 것만 정확히 기억하면 될 것 같다.

그럼 수저라는 말은 무엇일까? 우선 여기에서도 술이 수로 변한 것으로 보인다. 리을이 탈락되는 현상은 우리말에서 흔한 현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정 짓기는 쉽지 않다. 왜냐하면 '시저(匙箸)'라는 한자어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시는 숟가락의 의미다. 따라서 수저는 시저에서 변한 말일 수도 있다. 어원을 공부하는 입장에서 쉽지 않은 어휘다.

한편 수저라는 말이 숟가락 젓가락을 합친 말임에도 숟가락의 의미로만 사용되는 경우가 많음도 흥미롭다. 아마도 숟가락을 수저의 대표로 생각하는 태도, 숟가락을 젓가락보다 중요하게 생각한 우리의 사고와 관련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숟가락.젓가락.수저'라는 단어 속에도 궁금증이 한 가득이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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