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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하고 싶은 일이 꼬일 때

우리 가게 이층에 사는 사라는 힘이 쭉 빠져 있다. 정초에 댄스 경연대회 참여 스케줄을 만들어야 하는데 댄스 파트너를 정하지 못했다.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오직 춤 연습으로 할애한다. 춤추는 시간만큼은 살아가는 재미를 느끼고 그 시간이 제일 행복하다는 그녀다. 젊었을 때는 자신이 파트너를 지명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파트너가 그녀를 지명하기를 기대해야 하는 위치가 됐다. 한 달이 지났는데도 파트너 지명자가 없으니 그녀의 걸음 거리에서 알아차렸다. 그래도 연습은 하루도 거르지 않는다. 저녁 늦게 들어오는 뒷모습 어깨가 축 늘어져 보인다.

춤을 추다 리듬을 놓쳤을 때 밴드가 박자를 바꿔서 음악을 내게 맞춰준다면 리듬에 맞춰 스텝을 찾기 편하다. 하지만 댄스 경연장에서 스피커로 울려 퍼지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경우라서 음악을 바꿀 수 없고 그것에 맞출 수 밖에 없다. 인생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도 우리는 음악을 탓하는 댄서처럼 주변에 화살을 돌리게 된다. 음악은 바꿀 수 없지만 내가 리듬에 맞출 수 밖에 없듯이 환경을 바꿀 수 없을 때는 내가 환경에 맞출 수 밖에 없다. 혼자가 아닌 상대방과 춤을 출 경우에는 호흡이 중요하다. 인생에서 가족과의 호흡, 동료와의 호흡이 중요하듯 내 페이스에 맞춰 조절해 주는 상대방이 있다면 인생살이가 훨씬 쉬워질 것이다. 좀 더 나은 파트너를 만날수록 춤을 추기 편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파트너도 같은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내가 실력이 없으면 좋은 파트너를 만나기도 어렵다. 반대로 내 실력이 늘면 늘수록 실력 있는 파트너를 만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다. 반주를 탓하지도 파트너를 탓하지도 말자. 내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평소 열심히 연습해서 능력을 키워야 한다. 제 아무리 잘 추는 이도 실수하기 마련이다. 이미 벌어진 실수를 계속 의식하면서 스텝이 꼬여 넘어지게 되고 파트너와의 춤도 망치게 된다. 그럴 때는 실수를 잊는 여유가 필요하다. 춤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다음에 더 잘하면 되는 것이다. 실수가 반복 될 때는 잠시 쉬는 것도 나쁘지 않다. 살다 보면 마법같이 일이 잘 풀릴 때도 있다. 뭐든 다 잘 될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기고 체력도 뒷받침되어 더욱 노력할 수 있게 된다.

상대방과 춤을 추다 보면 발을 삐끗할 때도 있다. 그 때 다시 리듬을 되찾아 춤을 끝낼 수도 있고, 계속 스텝이 꼬이면 춤을 포기하기도 한다. 이처럼 스텝이 꼬이는 것은 인생으로 치면 삶이 자기 통제를 벗어나는 것이다. 춤을 추다 리듬을 놓칠 때와 같이 인생이 꼬이고 있음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리듬을 되찾아 삶을 제자리로 돌려놓을 수도 있고 계속 실수를 반복해 삶을 더 힘들게 만들 수도 있다. 음악이 멈추면 춤을 멈추고 자리에 앉아 쉬어야 하듯, 일이 꼬이는 것을 감지하면 한 발자국 물러나는 것도 괜찮다. 고기도 결대로 썰지 않으면 힘들고 바지 주름도 잡혀진 대로 다리미질을 해야 잘 된다. 바닷물을 거스르지 않고 물결 방향으로 수영을 해야 더 빨리 나간다. 달리다 보면 언덕이 있다. 언덕에서 빨리 가려고 힘을 드리면 내리막길도 달리기 벅차다. 인생도 이처럼 흐름의 리듬을 타야 한다. 이미 내 시간은 지나간 게 아닐까 하고 실의에 빠져 넉 놓고 있을 필요가 없다. 몇 년간 좋은 일만 있다가 불행을 경험하면 불행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느껴진다. 그럴수록 당황스럽고 위축되고 왜 내게만 이런 일이 생길까하는 자기 연민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저 담담하게 마음먹고 다음의 때를 기다리는 시간도 가져 보는 것도 좋다.


양주희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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