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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땅에 충만하고 다스리라

몇 주 전 미동부 지역의 날씨가 모처럼 사나웠다. 한때는 기온이 화씨 0도 근방까지 떨어졌고 언론은 100년 만의 찾아온 추위라고 토를 달기도 했다. 그러나 소동은 잠깐이었다. 오늘 뉴욕.뉴저지 지역은 영상의 따뜻한 날씨 속에 눈은 그림자조차 없다.

70~80년대 혹독한 날씨를 생각하면 요즘 겨울은 겨울이 아닌 것 같다. 처마 높이까지 쌓인 눈을 갱도삼아 출입하거나, 눈벽에 막혀 옆 차로를 달리는 반대편 차들이 안보였던 적이 요즘 기억에는 없는것 같아서다.

눈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은데, 한 번은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던 동료가 주말에 버스를 타고 잉글우드에 거주하는 인척집 방문길에 올랐다. 폭설로 위험하다며 말렸지만 소용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눈길을 헤쳐가던 버스가 뉴왁 근방 대로변에서 멈춰섰고, 느긋하게 버스에서 기다리는 대부분의 미국사람과 달리 용감한 우리 동료! 홀로 버스를 나와 어둠속에서 무릎까지 잠기는 눈길을 따라 20마일 행군에 나섰다. 기다리는 쪽과 보낸 쪽의 전화기는 밤새 불이났고 가슴은 새까맣게 타들어갔지 않겠는가? 다행히 새벽녘에 유령처럼 살아 목적지에 도착했으니 말이지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을 쓸어내린다. 또 어떤 날에는 뉴저지 턴파이크 노상에서 달리던 모든 차들이 붙박이가 되기도 했다. 앞 차가 눈 때문에 하나 둘 멈춰섰고, 연이어 뒤차들도 멈췄다. 문제는 너무 추워 차의 시동을 끌수 없었다. 모든 차들의 가스 게이지에 불이 들어왔고 별 수 없이 냉기 가득한 차 속에서 하얗게 밤 샘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올해 한국 날씨는 뉴욕과 많이 다르다. 연일 눈 소식에 강한 추위를 호소하고 있다. 제주도 조차 폭설로 몇 번인가 비행길이 막혔다고 하니 짐작이 간다. 그래서 서울날씨가 시베리아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해 '서베리아' 여름 더위를 아프리카에 비유해 '서프리카'라고 부른다고 한다.



기후 변화를 일으키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크게 화산 분출 같은 지구 내부의 작용과 인간 활동, 즉 화석연료의 과대 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 증가를 부르는 외부작용으로 구분 할 수있다. 중국의 매연과 황사가 한국의 노약자들에게 치명적인 위해를 가하듯 환경문제는 특정 지역이나 국가 문제로 국한되지 않는다. 그래서 해법이 난해 할 수 밖에 없다.

UN이 심각해지는 지구 환경 문제에 처음으로 팔을 걷어 부친 것이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기후 협약이다.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각종 온실가스의 방출을 제한해 지구 온난화를 막자는 선언으로, 법적인 구속력이나 강제성이 없었다. 그러다 1997년 37개 선진국이 일본 교토에서 모여 어느 정도 실효성이 강제된 수정안을 만들었는데, 그것이 우리가 아는 교토의 정서다.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6종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않는 국가에 비관세 장벽을 적용하는 강제규정을 삽입한 것이다. 그러나 2001년 미국이 탈퇴하고 세계의 공장이라는 중국.인도가 개도국이라는 이름으로 의무에서 빠졌다는 핑게로 2011년 캐나다 등이 탈퇴하면서 위기를 겪는다. 그 후 2015년 선진국 및 개도국 포함 195개국이 함께 '신 기후체제'로 2020년 부터 실행에 들어가기로 하는 협약을 맺는다. 이른바 '파리협약'이다. 주요 골자는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섭씨 1.5~2도 이하로 제한하는 것으로, 개도국의 기후 변화 대처 노력과 비용을 선진국이 매년 최소 1000억 달러씩 지원 한다는 진일보한 협약이다. 그러나 호사다마(好事多魔)라던가. 이 또한 2020년 실행에 들어가기 전 무산될 조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6월 탈퇴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성경에서 창조주 하나님은 전인류에게 지구 환경 보전을 위한 막중한 책임과 사명을 부여했다. "생육하고 번성해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고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고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정복하고 다스리라는 말은 지연을 지배하고 멋대로 훼손해도 좋다는 말이 아닌, 선한 운용과 아름다운 관리를 하라는 명령이다. 부디 트럼프 대통령이 창조주의 이런 뜻을 헤아려 지금이라도 환경재앙을 예방하는데 앞장서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거듭나길 소원해본다.


김도수 / 자유기고가·뉴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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