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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우리'라는 말

'우리'라는 말의 어원을 물어보면 제 각각의 답이 나옵니다. 그 중에서 쉽게 이야기하는 답은 '울' 즉 '울타리'입니다. 한 울타리에서 우리라는 말이 나왔다는 입장입니다. 이러한 주장은 주로 우리라는 말을 공동체 의식으로 인식하는 태도에서 나옵니다. 우리는 하나라는 생각에서 한 울타리에 사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어원은 다른 각도에서 봐야 합니다. 우리라는 말은 사람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사람을 의미하는 말이 갑자기 울타리에서 나오기는 어렵습니다. 사람을 나타내는 다른 말과의 연관성을 생각해 보는 게 옳은 접근 방법입니다. 우리말에서 사람에 해당하는 어휘는 주로 두 계통으로 나타납니다. 하나는 모음으로 시작하는 말이고 다른 하나는 니은으로 시작하는 말입니다. 다른 말도 조금은 나타나지만 순 우리말은 대개 두 가지 방향으로 나타납니다.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휘는 정말 많습니다. 나중에 그 원인도 차근히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선 '아버지, 어머니, 아이, 아들, 아기, 오빠, 어른' 등이 보입니다. 이 중에는 어원적으로는 달리 분석해야 하는 어휘도 있습니다만, 일단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휘가 얼마나 많은지 보여드리고자 제시했습니다. 우리라는 말도 울타리보다는 사람을 나타내는 어휘에서 출발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람을 나타내는 접미사를 보면 더 비슷한 말을 찾을 수 있습니다. '벙어리' 등에 쓰이는 '~어리' 같은 말은 사람의 뜻을 나타내는 접미사입니다.

한국어에서 우리는 매우 특이한 말입니다. 다른 언어권의 사람들은 잘 이해를 하지 못합니다. 물론 우리도 다른 나라 사람들을 잘 이해 못합니다. 예를 들어 외국인은 '우리 아내'라는 특별한 표현을 재미있어 합니다. 아내를 공유하던 옛 풍습이 남아있는 게 아니냐며 웃습니다. 저도 웃음이 납니다. 왜냐하면 '우리 남편'이라는 표현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말은 남편을 공유한다는 의미도 됩니다. 아마 이런 표현은 우리라는 말을 폭넓게 쓰다 보니 생긴 일이지 문화와는 상관이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 엄마, 우리 학교, 우리 동네, 우리 마을'이라는 표현은 모두 정감어린 말들입니다. 그런데 '우리'라는 말을 지나치게 공동체 의식에 초점을 맞추면 위험한 말이 됩니다. '우리는 하나'라는 느낌으로 사용하다보면 자꾸 상대와 나를 구별 짓게 됩니다. 나와 너, 그러니까 상대를 포함하는 말이 '우리'인데, 오히려 마치 나와 상대를 구별해야 하는 것처럼 말하게 되는 겁니다.

'우리'라는 말은 공동체 의식도 있지만 주로는 공동 소유라는 개념입니다. 우리라고 말하면 내 것은 아니라는 의미도 됩니다. '우리 집'이라고 하는 건 '내 집'이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내 집'이라는 표현과는 느낌이 아주 다릅니다. 내 소유라는 의미를 담고 싶을 때 '나'라는 말을 씁니다. 지금은 집값이 너무 비싸 이제 막 결혼을 한 신혼부부들에게 '내 집 마련'은 엄청난 꿈이죠? 아니 집 마련에 대한 부담 때문에 젊은 연인들이 결혼을 한 해 한 해 미루는 일도 많다고 하죠? 그래서인지 내 집 마련을 해서 이사하는 날의 감격은 잊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라는 말은 공동체라는 의미도 있지만 내 것이 아니라는 의미가 더 강합니다. 이 세상을 우리가 함께 어울려 사는 곳입니다. 당연히 내 것은 거의 없습니다. 우리 마을, 우리 회사, 우리 학교, 우리나라의 느낌을 생각해 보세요. 저는 우리라는 말을 통해서 함께 살아가는 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봅니다. 서로 내 것이라고 우기지 않고, 서로 나누며 살아가는 아름다운 모습을 봅니다. 우리가 함께 사는 이 세상 참 좋지 않은가요?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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