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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환 법률칼럼] 저작권 관리 매뉴얼

장준환/변호사

한국의 대표적인 진보 정당에서 제작•배포한 홍보 영상이 사회적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애니메이션 형식의 이 동영상은 일본 유명 작가의 광고물을 거의 그대로 베낀 것이다. 홍보를 위해 만든 영상이 오히려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역설적 결과를 가져온 셈이다. 시스템을 갖춘 공적 기구에서 어떻게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납득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저작권과 관련하여 다양한 현장을 접해보면 이런 사례가 매우 특수한 경우가 아님을 잘 알 수 있다.

개인은 물론이고 기업이나 공공기관, 심지어 정부 차원에서도 저작권 고려와 대응이 매우 서툰 곳이 많다. 우선 저작권에 대한 법률적, 도덕적 감수성이 다른 분야에 비해 매우 취약하다. 별일 아니라고 여긴다. 저작권과 직접 연계되는 비즈니스를 하지 않으면 자신이나 자신의 조직과는 상관이 없는 일로 치부하는 분들도 뜻밖에 많다. 저작권 관련 지식이 매우 부족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당연히 실무상 관리를 치밀하게 하지 않는다.

이런 부주의와 태만은 때로는 엄청난 결과를 불러온다. 세계 최고 수준의 하이테크 제품을 개발해내는 지적 기업이 상품 포장지나 광고에 사용한 폰트 등 아주 사소한 부분에서 저작권을 침해하여 창피를 당하고 물지 않아도 되는 보상 비용을 허비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일본에서는 올림픽 엠블럼에서 저작권 침해 문제가 발생해 준비에 차질을 빚고 국가적 자존심이 손상 당하는 일도 있었다.

저작권을 다루는 변호사로서 고객들에게 저작권 관리 매뉴얼을 도입하고 구성원들과 공유할 것을 권한다. 조직의 업무 영역에서 저작권과 관련된 사항을 파악하여 총망라하고, 침해 여부를 점검하는 체크리스트는 기본이다. 여기에 침해 가능성을 차단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덧붙여야 한다. 저작권 침해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한 엄격한 징계 규정도 마련해두어야 한다. 이와 함께 조직의 지적 창작물의 저작권 침해 여부를 공개 이전에 점검하는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적극적 관점에서는 저작권 침해를 당하지 않도록 대비하는 과정이 포함되어야 하고, 저작권 침해 문제를 겪었을 때 대응 실무에 대해서도 미리 규정해두는 게 좋다.



베낀 홍보 영상을 내놓았다가 망신을 당한 정당에서는 마감에 쫓긴 실무자가 최악의 선택을 했다고 한다. 업무 일정을 지키기 위해 저작권 침해를 한다는 것은 중요도의 역진이다. 조직 내 우선순위가 충분히 공유되지 않았고 관행으로 정착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이것을 확인하고 걸러낼 절차와 장치가 없이 그대로 노출되었다. 예정된 참사이다.

이 정당에 저작권 관리 매뉴얼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아마 없을 것이다. 설령 존재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사문화된 종이조각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짐작하건대 정당의 일상 업무가 저작권 이슈와 연관성이 높지 않다고 여겼을 것 같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저작권과 연계되지 않는 업무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간단한 수준이라도 저작권 관리 매뉴얼을 작성해보기 바란다. 매뉴얼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도 엄청난 것을 배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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