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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포럼] 최초의 여성 학장 윤미진…유리천장을 깨다

한국 방송국에서 전화가 왔다. 유리천장을 깬 사람들의 이야기를 신년 프로그램을 기획 중인데 혹시 코넬대 최초의 여성 건축예술대학 학장이 된 윤미진 교수를 인터뷰 해줄 수 있냐고 했다.

뉴욕에서 이타카 코넬대까지는 차로 4시간 반, 오고 가고 최소 9시간을 운전해야 된다.

제작비는 고작 하루 취재비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딱 1주일. 섭외하고 한국에 보내야 하는 시간이다.

최초라는 말이 앞에 붙어 있다보니 섭외가 무지 어려울 건 분명해 보였다. 그래서 섭외가 안될 확률이 훨씬 높다고 한국에 미리 알렸다. 그리고 e메일 주소를 찾아 인터뷰 요청을 했다. 3시간 후 답이 왔다. 1월 5~7일 혹은 15~ 17일 중 언제가 좋냐고. 이런 '쿨'한 사람이 있나.



뉴욕시와 멀어질수록 곳곳에 고드름의 숫자가 늘고 코넬대에 도착했을 때는 학교 앞 호수는 꽁꽁 얼어 붙어 폭포 소리가 조용했다. 학장실에 들어가 카메라 세팅을 하려고 하는데 비서가 양해를 구했다. 아직 학장실이 준비가 제대로 안 되어 있어 다른 곳에서 인터뷰하면 안되겠냐고. 이런 상태인데도 인터뷰를 해주겠다고 한 윤 학장에게 다시 한번 고마움을 느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윤 학장은 격식을 차리거나 일을 미루는 성격이 아니라고 했다. 정말 '쿨 ~' 했다.

코넬대 건축학부 최초의 여성 학장인 윤미진 교수와 그의 건축학도 시절 모습. [사진 오픈 포럼·윤미진 학장]

코넬대 건축학부 최초의 여성 학장인 윤미진 교수와 그의 건축학도 시절 모습. [사진 오픈 포럼·윤미진 학장]

코넬 건축학부 122년 역사
처음으로 여성 학장 탄생


3살때 아버지의 의대 인턴십 프로그램 때문에 미국에 오게 된 윤 학장은 워싱턴DC에서 자라면서 훌륭한 박물관과 갤러리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고 한다. 그에게는 건물 자체가 훌륭한 선생님이었다.

아버지의 권유로 건축에 관심을 갖게 된 윤 학장은 코넬대 건축학부에 다니는 동안 남학생들과 다르다고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환경에 대한 저항의식 보다는 뭐든 가능하다는 긍정적인 사고가 지금의 이 자리에 오게 된 바탕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가장 좋아하는 건축물이 무엇이냐의 질문에 "콕 찝어서 얘기할 수는 없지만 구겐하임을 예로 들며 훌륭한 건축물은 서사시처럼 그 시대의 건축 양식을 잘 표현하고 그 시대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기술로 지워진 건축이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시대의 선구자적인 건물에 매혹된다"고 답했다.

성공의 필요 조건에 대해서는 유연성(Resiliency)를 최우선으로 둔다고 했다. 초기에 설정한 한 가지 목표에 고정시키지 말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자신의 열정과 흥미, 재능을 발굴하는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한국과 미국 문화, 두 문화를 공유하다는 건 큰 행운이라고 했다. 다른 다양한 관점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건축가가 되는게 꿈이었지만 이렇게 코넬대 학장이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며 "I am lucky"라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윤미진 교수와의 인터뷰 내용은 오픈 포럼 유튜브 채널(youtube.com/c/openforum)에서 볼 수 있다.

경제학 용어 '유리천장'
1970년 WSJ가 처음 사용


힐러리 클린턴이 2008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당시 오바마 후보에게 패한 후 패배 연설에서 "유리천장을 깨지는 못했지만 1800만 개의 금을 냈다"는 말을 남겼다.

'유리천장(Glass Ceiling)'이라는 말을 위키피디아에서 찾아보면 충분한 능력을 갖춘 사람이 직장 내 성 차별이나 인종 차별 등의 이유로 고위직을 맡지 못하는 상황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경제학 용어이다. 이 용어는 청각 장애, 실명 등의 장애가 있거나 나이가 많아 승진에서 차별받는 경우에도 사용된다. 월 스트리트저널(WSJ)이 1970년에 만들어낸 말이다.

'유리바닥(Glass floor)'은 유리천장과는 반대로 상류 계층의 인사나 특정 성별의 사람들이 능력이 부족하더라도 재력과 인맥, 성별을 무기로 이용해서 고위직이나 쉬운 업무를 계속 맡는 현상을 말한다.

우리 사회에서 유리천장을 깬 사람들을 언급할 때 주로 여성이나 소수 인종을 지칭한다. 사실 검색을 해보면 이들 얘기가 가장 많다.

예를 들면 ▶1836년 미국에서 대학학위를 받은 첫 흑인 알렉산더 트와일라잇 ▶1853년 캘리포니아가 주로 지정된 후 히스패닉으로서는 처음 정계에 입문한 로스앤젤레스(LA) 시장 앤토니오 프랜시스코 코로넬로 ▶1946년 미 정계에 진출한 최초의 아시안이자 중국계 윙 F 옹 애리조나 주의원 ▶2007년 미국 역사상 첫 여성 하원의장이 된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또 "내가 어릴 때에는 뉴스를 아무리 봐도 나처럼 생긴 사람은 없었다. 여성도, 흑인도 없었다"고 말한 사람이 있다. 1970년대 보스턴헤럴드, 볼티모어 이브닝선을 거쳐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에서 신문기자로 일한 후 1999년 PBS 정치쇼 '워싱턴 위크 인 리뷰' 진행을 맡은 최초의 흑인 여성 저널리스트 그웬 아이필.

그리고 지난 2016년 리우 올림픽 여자 자유형 100에서 흑인 여성 수영 선수로 최초로 금메달을 획득한 시몬 마누엘도 있다. 1960년대 이전까지 미국 수영장과 해수욕장은 대부분 흑인 출입을 허용하지 않았다.

과소평가 되고 있다는 느낌
긍정의 힘·자신감으로 극복


윤미진 학장은 아시안 어메리칸 건축가로써 맞닥뜨려야 했던 가장 큰 도전은 "과소평가되고 있다는 느낌 그 자체"였다고 한다.

조용한 말투와 성격 때문인데 그러나 과소평가 받고 있다는 게 오히려 더 큰 혜택이었다고 말했다. 덕분에 시간적 여유와 자신의 목소리를 찾게 해줬고 자신감으로 발전시킬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편견과 차별을 넘어 수많은 유리천장을 깬 사람들이 있지만 내가 만난 윤미진 학장의 비결은 불리한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긍정의 힘이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김창종 / 오픈 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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