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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아키히토 일왕의 '행복한 은퇴'

"생전 퇴위라 다행이다."

아키히토 일왕 퇴위에 대한 일본 사회의 분위기를 가장 적절하게 보여주는 표현 중 하나다.

1989년 1월 8일 헤이세이(平成) 시대로 바뀌었던 당시엔 몇 주 전부터 히로히토 일왕이 언제 사망하는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일왕의 체온이나 맥박 등 건강 상황이 매일 세세하게 보도됐다. 일왕의 죽음을 입에 올리는 건 쉽지 않았지만, 총리나 외상은 외유를 삼갔다.

당시 TV에서 방영된 유명한 자동차 광고가 있었는데, 일왕이 죽고 나자 광고모델이 "잘 지내십니까"라고 묻는 부분을 음성을 삭제한 채 입만 벙긋거리는 모양으로 전파를 탔다. 상중에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에 비하면 레이와 시대로의 변화는 훨씬 밝고 경쾌한 분위기다. 상징으로만 존재하는 일왕이 바뀐 것뿐인데, 마치 새 시대가 온 것처럼 축하하는 분위기다. 편의점에선 '레이와'가 적힌 클리어파일과 일장기 세트가 판매되고 있다.

퇴위 전 아키히토 일왕 부부가 다니는 곳마다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몰렸다. "그동안 수고 많았습니다"라며 박수를 쳐주고 있다. 후쿠다 야스오 전 총리는 이번 일왕의 퇴위를 '행복한 은퇴'라고 표현했다.

아키히토 일왕은 재임 중 한결같이 약자에 대한 관심, 평화에 대한 메시지를 말과 행동으로 발신해왔다. 재임 중 마지막 발언으로 주목됐던 작년 12월 생일 기자회견에서 아키히토 일왕은 "전후에 태어난 사람들에게도 (역사를) 올바르게 전달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이 '올바르게'에 방점을 찍으며, 역사 수정주의로 흐르고 있는 아베 정권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고 해석했다.

그 직전엔 일본 정부가 미군 비행장 건설로 주민들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오키나와를 찾아갔다. 11번째 방문이었다. 왕세자 시절 화염병이 날아드는 위험한 상황에서도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받아들이겠다"며 오키나와로 향했다고 한다.

종전 60주년엔 사이판, 70주년엔 팔라우 등 전쟁 피해지역을 찾았다. 그는 전쟁 희생자들을 추도한 것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올해 만 85세인 아키히토 일왕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건강하다고 한다. 은퇴 후 일왕이 아닌 왕실계의 자연인이 된 그가 어떤 행보를 펼쳐갈지 관심이 계속될 듯하다.


윤설영 / 한국 중앙일보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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