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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열며] 초원의 집(Little House on the Prairie)

요즘 NBC 영화 채널에서 오래 전 한국에서 보았던 '초원의 집'이 다시 방영되고 있다.

로라 잉걸스 와일더가 쓴 그의 실제 가족 이야기로, 그녀의 유년기부터 18살 때까지의 미국 1800년대 후반 개척시대, 먼지 풀풀 날리는 시골 초원의 생활상과 미국 근대사를 생생하게 엿볼 수 있는 200개가 넘는 에피소드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 드라마이다.

로라의 아버지 찰스 잉걸스, 가족의 위험 앞에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뛰어들어 구해내는 철벽같이 단단하고 성실하며 신앙심 깊은 미국이 지향하는 아버지의 표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로라의 어머니 캐롤라인 잉걸스, 늘 밝은 얼굴로 가정을 돌보고 자녀들을 교육하며 다독이는 현모양처다. 이 가정에 메리, 로라, 케리, 이렇게 세 딸이 있을 때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나는 이 '초원의 집'을 보며 우리의 성정과 같거나 다른 점들을 발견하며 큰 흥미를 얻는다.

둘째 딸 로라가 열 살쯤 되었을 때일까? 그즈음 이웃 동네부터 퍼진 열병으로 많은 사람이 죽어 나가고 로라의 동네에도 열병의 전염이 시작되고 있을 때였다. 나라에서는 학교나 상점을 문을 닫게 하고, 사람들의 왕래도 금하도록 했다. 숲에서 딸기를 따던 로라는 열병으로 누워 있는 동무를 생각하고 동무의 집 문 앞에 딸기 바구니를 살짝 놓고 돌아서려는데 집안에서 동무의 신음소리가 들린다. 망설이던 로라는 집안으로 들어가 동무를 돌본다. 잠시 밖에 나갔던 동무의 아빠가 돌아왔으나 그도 쓰러져 로라는 동무와 동무의 아빠까지 돌봐야했다. 급기야 로라의 몸에도 붉은 반점이 돋아나고 쓰러진다. 정신을 차린 동무의 아빠가 로라의 아빠를 불러온다. 로라는 아빠가 올 것을 예상하고 문을 안으로 걸어 잠근다. 자신을 부르는 아빠에게 작은 쪽문을 열어 "No, don't come near me!" 가까이 오지 말라고 단호히 소리친다. 로라의 아빠는 목숨을 걸고, 총을 든 여러 명의 보초를 뚫고 이웃동네에서 격리 수용된 환자들을 치료 중인 의사를 데려온다. 로라와 로라의 동무가 누워 있는 집에 들어가 그들의 상태를 진찰한 의사는 심각한 표정을 짓다가 빙그레 웃으며, 로라의 동무는 거의 병이 낫는 중이고, 로라는 전염병이 아닌 포이즌 아이비에 의한 발진 증상이라고 해서 모두를 웃게 만든다. 딸기를 딸 때 포이즌 아이비에 닿았던 것이다.



나는 이 에피소드에서 미국 사람들의 이성적인 대처를 보고 많은 것을 배운다. 더구나 아직 어리지만 단단한 로라의 모습은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면들이라 생각된다. 이미 전염된 자신을 스스로 격리하고 다른 이들에게의 전염을 막고자 하는 참으로 의연한 모습에 놀랍다.

찰스 잉걸스에게 기다리던 아들이 태어났다. 너무나 좋아하는 부모를 보며 로라는 찬밥 신세가 되었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얼마 안 가 이 아기가 죽는다. 로라는 자신이 아기를 시기해서 죽었다는 가책에 쪽지를 써 놓고 높은 산으로 올라가 하나님께 죄를 빈다. 아버지는 산을 헤매며 딸을 찾고, 여전히 아빠는 자신을 사랑함을 깨닫는다. 아들 선호는 동서양이 다르지 않나 보다.

아름다운 큰딸 메리가 실명을 하게 된다. 청천벽력 같은 이 상황에 가족들은 현실을 받아들이며 온 힘을 다해 돈을 마련하여 메리가 시각장애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맹인학교에 보내 공부를 하게 한다. 언제까지나 한탄하며 주저앉지 않고 늘 이성적인 판단을 하여 곧 다시 즐겁게 웃으며 사는 모습에서 옛날 우리 어머니들의 한을 이고 평생을 사는 모습과 비교됨을 본다.

농사일, 막노동 등 닥치는 대로 최선을 다해 가족을 책임지는 찰스 잉걸스… 그는 바이올린도 잘 켜는 멋진 아빠다.


이경애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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