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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감정의 근력

정명숙 / 시인
정명숙 / 시인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20/02/08 미주판 15면 기사입력 2020/02/07 17:14

쉽게 상처받지 않는 근력을 키우자고 이 새해 아침에 다짐해본다. 물은 흘러야 한다. 고이면 썩는다. 세상에 썩지 않는 것이 있을까. 공기도 흐르지 않으면 퀴퀴한 냄새가 난다. 우리 신체 안에서도 혈액순환이 느려지면 많은 질병을 유발한다. 제일 쉬운 예가 장시간 비행을 하게 되면 좌석에서 자주 일어나 걷고 스트레칭을 하라고 조언한다.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세계 또한 흐르지 않으면 고이고 썩게 마련이다. 개인적으로도 생각과 가치관이 시대에 맞게 흘러야 하고 인간관계 또한 시대의 흐름에 따라야만 성장하고 성숙한다고 믿는다.

최근에 좋은 의미로 ‘변화하자’고 제안했다가 깊은 상처를 받았다. 내가 세상을 변하게 할 수는 없어도 내가 변할 수는 있다. 우리에게는 삶을 스스로 조율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한 연구에 의하면 행복은 유전적 요인이 50%, 소득·교육 수준 등 환경적 요인이 10%, 그 나머지 40%는 본인의 행동, 다른 사람과 관계하는 방식에서 온다고 한다. 따라서 나 자신이 생각의 방향만 바꾸어도 순식간에 행복해질 수 있다. 난 이 연구를 신뢰하기로 했다. 쉽게 상처받지 않는 두꺼운 피부 즉 ‘thick skin’을 만들어야겠다.

하나의 빌딩이 세워지기 위해서 탄탄한 블록이 필요하듯이 건강한 신체를 위해서도 튼튼한 적혈구 세포가 필요하다. 적혈구 세포의 수명은 120일이다. 하루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세포가 형성되고 파괴된다. 결국 모든 생물은 태어나서 생명을 다하면 죽고 새로운 것으로 교체된다. 그렇게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역사는 되풀이된다. 우리는 그 역사를 학교에 가서 배우고 현실에서 경험하며 자신만의 가치관을 형성하며 살아간다.

흔히 100세 시대라고 한다. 100이란 숫자는 그동안 인류가 쌓아온 역사에 자신이 살아온 햇수를 더한 숫자다. 따라서 한 생명의 소멸은 그 사람의 역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닐까. 그러게 흔적 없이 사라지는 생명에 빛과 색을 입혀 역사에 한 줄의 이름을 남기고자 영웅들은 그 많은 노력과 대가를 지불한 것이다. 우리는 역사에 빛을 낸 위인들에게서 필요한 것만을 필터로 걸러 흡수하여 자신만의 DNA에 저장하고 있다가 적절한 시기에 적당한 자극을 받아 ‘줄탁동시’의 눈부신 탄생을 기다리고 있다.

Oscar Niemyer(1907~2012)는 브라질 건축가로 105세까지 살았고 103세까지 현역 건축가로 활동했다. 그는 평소 노화의 기준을 ‘더는 새로운 것을 상상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른 것’으로 규정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음을 신명 나게 하는 무언가에 열정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이미 존재했던 것들의 답습이 아닌 변화와 창조의 길을 가기도 힘에 겹다. 많은 장애물을 만나게 된다. 좌절하기도 하고 상처도 받게 된다. 그럴 때마다 주춤하거나 포기하게 된다.

새해가 되면 많은 이들이 운동과 건강을 제일 순위로 꼽는다. 좋은 현상이다. 올해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 정신건강의 중요성도 인식하고 실천해보는 것도 좋겠다. 정신건강은 감정의 근력을 키워 쉽게 상처받지 않고 소신껏 밀고 나가는 추진력이 필요하다. 많은 경우 상처를 준 사람은 그 사실을 잊고 있지만, 상처를 받은 사람은 깊은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트라우마에서 빠져나오는 길은 한 가지, 감정의 근력을 키워 스스로 변화하는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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