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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칼럼] 무역분쟁의 미국경제에 대한 영향

이홍직 / 한국은행 뉴욕사무소 차장
이홍직 / 한국은행 뉴욕사무소 차장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9/10/03 경제 2면 기사입력 2019/10/02 21:05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관행과 지적재산권 침해를 시정하겠다며 지난해 7월부터 대 중국 수입품에 세 차례에 걸쳐 추가관세를 부과하였으며 그 규모는 전체 대중 수입액(5100억 달러)의 절반 정도(2500억 달러)에 이른다.

중국도 미국이 무역제재를 발표할 때마다 즉각 대응하여 대 미국 수입액(1300억 달러)의 85%(1100억 달러)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였다. 이처럼 글로벌 G2의 무역갈등이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장기화되고 있는 것은 경제적인 이유뿐만 아니라 양국 정부가 처한 정치적 여건과도 무관하지 않다. 미국의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중 대중 강성 무역정책에 대해서만큼은 호의적인 편이며 중국도 미국에 너무 양보한다는 인상을 줄 경우 국내 불만이 고조될 수 있어 강대강 대치를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다.

무역분쟁이 장기화되면서 미국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금융시장은 오래전부터 무역분쟁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였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을 통해 관세를 올리겠다고 엄포하면 주식시장이 요동을 치고 진행중인 미중 무역협상에 대해 낙관하는 멘트를 올리면 금새 안정을 되찾는 모습이 이제는 낯설지 않을 정도다. 그러면, 무역분쟁이 시민들의 삶과 직결되는 미국 기업과 가계의 활동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먼저 기업의 수출과 투자활동은 무역분쟁에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다. 미국의 수출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증가폭(전년동기대비)이 축소되더니 금년 2분기에는 1.7% 감소로 돌아섰다. 중국이 대미 수입품의 대부분에 25%의 관세를 매겨 미국의 대중 수출이 급감했고, 무역분쟁에 따른 불확실성 등으로 세계 경기가 약화되면서 다른 나라들에 대한 수출도 부진해진 상황이다. 기업 설비투자도 수출과 양상이 비슷해 지난해에는 7%(전기 대비) 늘었는데 올 상반기에는 거의 정체되었다. 기업은 일단 투자를 실행하면 나중에 시장상황 변화로 투자 결정에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되더라도 취소할 수 없어 투자 결정시 불확실성에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다.

반면, 가계의 소비활동은 아직까지 무역분쟁의 영향이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개인 소비지출이 지난해 3%(전기대비) 늘었는데 올해 2분기에는 4.7%로 더 크게 증가했다. 무역분쟁에도 불구하고 소비가 이처럼 호조를 보이는 데는 양호한 고용사정과 안정적인 물가가 큰 몫을 하고 있다.

또한, 물가는 수입 관세 인상으로 대중 수입품 가격은 많이 뛰었지만 다른 품목들의 가격이 오르지 않아 전반적인 인플레이션은 낮게 유지되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1%대 중반(전년 동기대비)으로 아직은 연준이 물가안정목표로 잡고 있는 2%보다도 상당히 낮다. 물가가 불안할 때는 기업들이 중국 수입품 가격이 오르는 분위기에 편승해 다른 품목들의 가격까지 올리려고 하겠지만 연준이 물가안정을 유지시킬 수 있다는 신뢰가 확고하고 가격이 저렴한 온라인 상거래도 늘어 쉽사리 가격을 올리지 못한다. 덕분에 미국 가계의 소비심리는 매우 양호한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경제는 무역분쟁으로 인해 기업의 수출과 투자활동이 빠르게 저하되고 있으나 경제의 2/3를 차지하는 가계의 소비활동이 강건해 사상 최장기간의 확장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무역분쟁이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 향후 대다수 소비재에까지 고율의 관세가 부과되는 등 무역분쟁이 더욱 확산될 경우 가계 소비활동에 까지 부정적 영향이 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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