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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SEM 칼럼] Yes와 No 대답의 어려움

미국에서 오래 살다가 보면서 느끼는 많은 문화의 다름 중에서, 한국인들이 표현하는 Yes 와 No에 대해서 미국 현지인들과 많이 달라서 혼돈을 가져올 때가 많이 있다. 그 중에는 문법적으로 긍정적일 때에는, 어떻게 질문을 하더라도 Yes로 대답을 하며, 부정적일 때에는 반대로 질문에 상관하지 않고 No 라고 대답해야 한다. 처음에는 다소 어렵던 대답이 이제는 어렵지 않게 긍정이냐 부정이냐 에 따라서 대답을 하게 되니 자연스럽게 어렵지 않게 되었다.

Yes 와 No 대답에 대해서는, 대체로 한국인들이 체면 또는 한국적인 사고 방식으로 본인의 의사를 적당히 숨기고 Yes를 하는 습관이 아직도 많이 있기에, 국제사회에서 잘 받아들이지 않고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한가지 예를 들면, 한국의 중견 섬유제조회사의 대표와 함께 뉴욕의 최대 섬유 수입회사 대표와 가진 중요한 회의에 참석한 일이 있었다. 수입회사 대표는 한국 제조업체 대표에게 금년 시즌 대표 신제품의 가격과 납기를 잘 지켜 줄 수 있는가를 강조해서 물어보았고, 한국 제조업체 대표는 아주 쉽게 Yes라고 대답을 했다.

순간적으로 무엇인가 잘못된 듯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긴장하고 있었더니, 아닐까 다를까, 수입회사 대표가 거듭 똑같은 질문을 하게 되었다. 순간적으로 양해를 구하고, 한국 제조업체 대표에게 한국말로 중요한 질문이기에 신중하게 답변하도록 요청했다. 선적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것이 예상되면 지금 확실하게 안된다고, No라고 정확히 대답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요청했다.



그러나 나의 귀를 의심할 정도로 확실하게 Yes, I will do(네, 납기를 지키겠습니다)라고 Yes 약속을 해주는 것이 아닌가. 물론 수입회사 대표는 거듭된 Yes 확답을 받았기에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다음 주제로 넘어갔다.

문제는 3개월 후에 한창 선적이 진행될 무렵에 터졌다. 가격이야 숫자로 결정하기에 비교적 쉽게 진행이 되지만, 생산과 함께 선적에 대해서는 가장 생산 물량들이 몰리는 시기이기에 하루가 한 달만큼 긴요하게 생산과 선적이 진행이 되어야 하는 기간이었다. 수입회사로는 당연히 제조회사 대표가 Yes라고 하였기에, 다른 회사 물량을 받지 않고 적기에 제품을 제조해서 선적해 주기를 기대하고 독촉하였지만, 한국의 제조업체는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당연히 시시비비를 따지게 되고, 드디어 회의록까지 들추며 제조회사 대표의 Yes 대목을 들이미는 경우가 생겼다. 미국에 살고 있는 동포 경제인들의 몫이 바로 첨예한 두 회사 사이에서 막후 협상을 하는 몫이기에 한국 제조업체 대표에게 그날의 회의록을 근거로, 제가 그토록 강조를 하고 대답을 하시기 전에 한번 더 신중하게 고려하셔서 답을 하도록 요청을 드린 것이라고 당시의 회의 분위기를 한번 더 강조했다.

지켜질 수 없는 약속이라면 왜 그 때에 No라고 하시지 않고, Yes 라고 하셨는지 따지고 물으니, 한국 제조업체 대표 말씀이, “서 사장도 딱하지, 그 상황에서 내가 No라고 말을 할 수가 있었나?” 그 순간 내가 뒤통수를 한 대 얻어 맞는 기분이 들었다. 한국의 제조업체 대표는 주문을 받기 위해서 지킬 수 없는 약속을 뻔히 알면서도 Yes라는 공수표를 발급한 셈이다.

미국에서 오래 살면서 계속해서 이해할 수가 없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Yes 또는 No 대답 같다. 이는 한국 문화와 미국 문화의 차이로 밖에 설명이 안 된다. 언뜻 보기에 가장 간단 명료한 Yes 와 No 대답에 대해서는 건너 뛸 수 없는 큰 간격을 느낀다. 한국인들 간에는 서로의 입장을 고려한 한국적인 정서가 있기에 모두가 쉽게 이해하고 양해하는 분위기, 즉 때로는 체면이나 분위기 상으로 Yes가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의무감보다는 거절하기가 어려울 때에 인사 치레로 쉽게 대답하는 경우를 본다. 명분만 적당하면 쉽게 거짓을 내세우고 들키지만 않으면 된다는 식의 무의식적인 잠재의식이 사회 전반적으로 팽배해 있는 듯하다.

한국 내에서는 적당히 통할 수 있겠지만, 투명한 국제 사회에서는 절대로 통용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하루 빨리 자각하길 바라는 마음 뿐이다. jinhyoungseo@gmail.com


서진형 / Global GTC 대표·KOSEM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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