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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못 본 체하지 마라

조항석
뉴저지 뿌리깊은교회 담임목사
더 코너 인터내셔널 대표

니말 시리 반다라는 스리랑카 국적으로 한국에 돈을 벌러 온 근로자다. 그는 비자가 만료되어 불법체류의 신분으로 일하고 있다. 고국에 폐 질환을 앓는 아버지와 석 달 전에 간암 수술을 받은 어머니 그리고 아내와 아들 딸이 있다. 불법체류 신분이지만 어머니 병원비 마련을 위해 한국에서 계속 돈을 벌려고 경상북도 군위의 한 과수원에서 일했다. 지난 2월 10일 그가 일하는 과수원 인근 농가에서 불이 났다. 니말은 집 전체가 화염에 싸인 위험한 상황 속에서 홀로 사는 90세 된 할머니를 구하고 목.머리.손 등에 2도 화상을 입고 폐도 다쳤다.

한국 정부는 니말에게 불법체류 외국인에게는 최초로 의로운 일을 하다 부상을 입은 사람에게 주는 의상자 표창을 했다. 지난 6월 13일자 중앙일보의 보도에 의하면 니말은 불길 속에서 할머니를 구할 때 아픈 어머니 생각을 했다고 한다. 큰불의 위험을 알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불법체류 신분이 탄로 나서 추방당할 수도 있다는 것도 알았다. 그러나 그는 큰 불길 속의 할머니를 앞에 두고 합법.불법을 따질 겨를이 없었다고도 했다.

남의 어려운 일을 보면 못 본 체하고 싶다. 성가신 일에 휘말리고 싶지도 않다. 길에 떨어진 지갑도 주워서 전해주었다가 낭패를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부담될지 모를 물질적 시간적.신체적 손해가 미리 계산되기도 한다. 다른 이의 어려움은 안타깝지만 아무 때나 나설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주일 아침이면 교회 입구 길목에 자리 잡고 구걸하는 이들에게 곁눈질 한 번 주지 않고 예배당에 들어가는 교인들도 왕왕 있다. 예수님께서 가르치신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는 삶에 적용이 잘 안 된다. 우리끼리 즐거운 시간은 풍성하지만 어려운 이웃의 아픔이 가득한 밖에는 한 번도 마음을 준 적이 없는 크리스천은 얼마나 많은가. 바울은 갈라디아서에서 예수를 믿는 일은 복음 안에서 자유 하는 일이고 자유는 사랑으로 서로 섬기는 것이라고 했는데 자유는 누리지만 섬김은 실종되었다.



아이티에서 고아 구호 사역을 한 지 10년이 되어 간다. 힘에 넘치도록 꾸준히 도와주는 분들이 있기에 계속 후원을 전하고 절박한 식량과 위생 문제의 필요를 살피고 다닌다. 소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교육 지원도 하고 있다.

때때로 아직도 아이티 고아원에 다니느냐고 놀란 듯 묻는 분들이 있다. 먹어 없어지는 일에 그렇게 매달리느냐고 하는 분들도 간혹 있다. 하지만 가보면 못 본 체할 수가 없어서 이 일을 멈추지 못한다. 맑은 눈을 가진 아이들이 굶주림에 지쳐 영양실조를 앓고 흙먼지 속에서 오래 빨아 입지 못했을 옷을 입고 맨발에 피부병과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아이티에서 돌아와 식탁에 앉으면 조금만 손 내밀어 주면 금방 일어설 것 같은 아이들의 힘없는 눈동자가 따라오는 것 같기도 하고 미안해지기도 한다. 비어 있는 식량 창고가 눈에 선하고 죽을 끓인 흔적조차 없는 부엌을 못 본 체할 수가 없다.

신명기 22장은 형제의 소나 양이 길을 잃은 것을 보거든 못 본 체하지 말고 반드시 형제에게 찾아주라고 한다. 심지어 출애굽기 23장에서는 원수의 소나 나귀가 길을 잃은 것을 보아도 주인에게 데려다 줄 것을 명령하고 있다. 다른 이의 고난을 못 본 체 못 들은 체하지 말라는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가난한 자 병든 자를 외면한 적이 없으셨다. 한 번도 도움이 필요한 자들을 못 본 척 지나치신 적이 없다. 오늘 예수의 제자를 자처하는 그리스도인들이 못 본 체하고 지나친 어려운 이들은 하나님의 눈물이었을지 모른다. 그리스도인이란 그리스도를 닮아 그리스도의 삶을 사는 사람이 아닌가.

니말 시리 반다라는 화재 현장에서 연기로 폐가 손상되는 병을 얻었다고 한다. 못 본 체하지 않은 니말의 쾌유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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