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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인가 게임인가 … 흥행귀재 스필버그의 귀환

이후남 기자
이후남 기자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8/03/27 미주판 17면 기사입력 2018/03/26 22:16

새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2045년이 배경인'레디 플레이어 원'. 주인공 웨이드 와츠(타이 쉐리던 분)는 '오아시스'라는 가상현실 세계를 통해 우정과 애정, 나아가 현실세계를 구할 수 있는 모험을 경험한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2045년이 배경인'레디 플레이어 원'. 주인공 웨이드 와츠(타이 쉐리던 분)는 '오아시스'라는 가상현실 세계를 통해 우정과 애정, 나아가 현실세계를 구할 수 있는 모험을 경험한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자동차 질주, 공룡과 킹콩 등
볼거리 가득한 가상현실 세계
80년대 영화·노래 곳곳 배치
첨단과 복고, 일거양득 노려
단순한 구조·캐릭터 비판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신작 '레디 플레이어 원'은 가상현실과 스크린의 만남, 또 영화와 게임의 만남에서 두고 두고 언급할 만한 오락영화다. 가상현실은 현실에선 몰라도 영화에선 진작부터 낯익은 소재다. 보통 사람들이 현실에서 가상현실 체험용 고글을 만져보기 한참 전부터 '론머맨''코드명J''토탈리콜''매트릭스' 등 여러 영화가 다양한 방식으로 가상현실을 다뤄왔다. 그래서 '레디 플레이어 원'은 소재 자체가 새로운 영화는 아니지만, 가상현실 세계를 지금 시대 관객의 눈높이에 흡족한 시각적 볼거리로 펼쳐내는 것부터 강점이 뚜렷한 영화다.

특히 초반부 극 중 게임 장면을 통해 스크린에 펼치는 가상현실 세계의 자동차 경주는 역동성과 속도감이 현기증 날 정도로 아찔하다. 수 백 대의 자동차가 질주하는 곳은 다름 아닌 뉴욕 도심. 게다가 거대한 공룡과 킹콩이 차례로 나타나 경주 참자가들을 위협한다. 영화라서 가능한 상상, 나아가 게임이라서 가능한 상상을 자유자재로 결합하는 듯 하다.

여기에 하나 더 확실한 매력을 꼽는다면,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가상현실 게임을 다룬 영화인 동시에 1980년대를 중심으로 지난 시대의 대중문화 코드가 곳곳에 번득이는 영화라는 점이다.

극 중 시간적 배경은 2045년. 남녀노소 너나없이 가상현실 체험용 고글과 장갑, 때로는 전신용 수트까지 갖춰 현실에서 누리기 힘든 색다른 재미와 경험을 만끽하는 게 일상이다. 주인공인 젊은 청년 웨이드 와츠(타이 셰리든 분)도 그렇다. 초고층 마천루 대신 허름한 트레일러를 층층이 위태롭게 쌓아올린 빈민촌에, 그것도 부모 없이 이모네 얹혀 사는 처지인 그 역시 '오아시스'를 즐기는 게 큰 즐거움이자 중요한 일과다.

'오아시스'는 스티브 잡스를 능가하는 천재로 추앙받는 개발자 할리데이(마크 라이런스 분)가 만든 방대한 가상현실 세계. 더구나 할리데이는 막대한 유산을 내걸고 '오아시스' 안에 미션을 숨겨뒀다. 어떤 플레이어든 할리데이가 유언장, 아니 유언 영상에 제시한 수수께끼 같은 지시문을 따라 세 개의 열쇠를 차례로 획득하고 최종 미션을 완수하면, '오아시스'의 소유권을 포함해 세계 최고 부자가 될 수 있다.

할리데이 자신과 그가 탐닉했던 80년대 영화, 드라마, 게임 등에 대한 지식은 열쇠를 획득하는 데에도 중요한 힌트가 되곤 한다. 할리데이가 가장 좋아했던 노래가 버글스의 '비디오 킬드 더 라디오 스타'라든가, 가장 좋아했던 뮤직비디오가 아하의 '테이크 온 미'라는 것은 안 그래도 할리데이를 숭배해온 웨이드 같은 젊은이에게는 기본 상식이나 다름없다. 동시에 이 영화를 지켜보는 관객, 특히 '그 때 그 시절'을 기억하는 관객에게는 단박에 감성시계를 자극하는 요소다.

이 영화에 스치듯, 혹은 공공연히 나오는 다른 영화와 게임의 캐릭터를 비롯한 대중문화 요소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그 중에도 압권은 공포영화의 고전 '샤이닝'. 원작 영화와 꼭 같은 세트가 가상현실 게임에 중요한 무대로 등장하는 순간, 공포물과 사뭇 다른 분위기의 전개가 관객을 즐겁게 한다. 80년대를 전후로 아타리의 콘솔형 게임기용으로 나왔던 단순한 그래픽의 비디오 게임도 있다. 특히 실제 게임 개발자로 이스터 에그를 처음 만들었던 워렌 로비넷은 영화 속에도 실명 그대로 언급된다. 요즘 영화 등에도 쓰이는 용어인 이스터 에그는 본래 게임 개발자들이 게임 속에 재미로 숨겨 놓은 메시지나 기능을 가리키는 말. 게임과 영화를 막론하고 다양한 캐릭터가 곳곳에서 눈밝은 관객의 '발견'을 기다리는 점에서 '레디 플레이어 원'은 영화 전체에 이스터 에그가 퍼져있다고 할 수도 있다.

80년대 대중문화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다. 2011년 작가 어니스트 클라인의 첫 장편 소설로 출간된 원작이 게임 매니아 등 이른바 덕후 취향에 기울어 있다면, 이 영화는 스필버그가 연출을 맡을 때부터 큰 기대감을 일으킨 대로 중장년을 포함한 한결 폭넓은 관객에게 호소력을 지닐 수 있게 완성됐다.

특히 '쉰들러 리스트' '컬러 퍼플' '링컨' 등과 최근작 '더 포스트'에 이르기까지 묵직한 사회적 메지시를 영화에 담아온 감독이기에 앞서 70년대 '죠스'를 시작으로 80~90년대 '레이더스' '인디애나 존스' '이티' '쥬라기 공원' 등 액션과 드라마가 롤러코스터처럼 몰아치는 오락영화를 만들어온 감독으로서 스필버그를 다시 만나는 점에서도 '레디 플레이어 원'은 흥미를 더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스필버그와 관련된 요소는 직접 연출했던 '쥬라기 공원'의 공룡, 제작을 맡았던 '백 투 더 퓨처'의 시간여행 자동차 드로리안 정도. 한데 제작진이 그의 눈을 피해 한 두 가지 요소를 더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강점만큼이나 이 영화에서 약점을 찾기도 어렵진 않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리뷰는 구조가 단순하고 캐릭터에 깊이가 없는 점을 지적하며 별점 5개 만점에 2개를 매기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 영화의 오락적 쾌감과 재미는 약점을 상쇄하고도 남을 법하다. 140분의 상영시간 가운데 세 번째 열쇠를 얻기 위한 마지막 전투가 벌어지는 후반부는 상대적으로 늘어지는 듯 보이는데, 보는 이에 따라선 잠깐씩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만으로도 흥미로울 수 있다. 특히 거대한 건담과 메가 고질라, 90년대 동명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던 아이언 자이언트, 공포영화로 낯익은 처키의 활약은 뚜렷하다. 각기 다른 저작권자의 허락을 일일이 얻어내 숱한 캐릭터를 한 영화에 등장시킨 것만도 이 영화의 성취는 오래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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