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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입 속의 풍경

아침이면 순식간에 집들의 형체가 사라졌던지 보수공사 중이다. 건설업자들이 신

개발 지역을 물색하고 철거민들과 타협을 했겠지. 눈치의 농성을 해 보았지만 거부

되고 아무것도 몰랐었던 그 시절, 손바닥에 몇 푼 쥐어주면 하루아침에 생존권을 잃

고 힘들어 했었던 시대가 있었지. 방패를 하고 하얀 수의를 입은 욕심의 문신을 두 눈



에 새긴 소시오패스 여자에게 꽤 많은 보수공사 비용을 결재하고 흥정을 한다. 타협

이 아닌 자기중심적이고 인격 장애자인 여자는 고문당한 듯 벌건 얼굴로 이곳저곳 물

총으로 보수공사를 시작했다. 두려움에 아직 내뱉지 못한 묵음들이 비틀거리며 피를

흘렸다. 잘 숨겨 두었던, 덜 숙성된 비밀의 기호들이 우르르 쓰러졌다. 묵음과 자음들

이 혀 위에서 버둥대며 더 견디려 안간힘을 쓴다. 너무 익었거나 덜 익은 냄새가 깊게

박혀있는 기둥들을 흔들어본다. 여자의 손이 떨린다. 부실공사로 밤마다 삐걱 이는 덜

닫힌 창문, 기죽지 않은 농성이 소리를 낸다. 여자의 손가락이 잘려나가기 시작했다.

얘야, 잘려나간 손가락은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단다. 사라진 집들은 USB에 저장하고 손

가락, 자라지 않을 의도는 지붕으로 던져 버릴 거야. 여기저기 부서진 묵음들 기우뚱 거

리며 울음의 조각들을 달래고 있는.


최경숙 / 시인·뉴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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