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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황금률: 부활의 의미

김문수 앤드류 신부 / 성바오르 정하상 천주교회(퀸즈성당)

"너희가 되질하는 바로 그 되로 너희도 되받을 것이다." (루카 6: 38).

긴 사순절의 재계와 기도의 시간을 버텨내어 드디어 새로운 시작의 부활절을 맞았습니다. 긴 겨울을 지내고 봄을 맞는 설레임이 이럴 것 같습니다.

겨울을 모른는 이가 설레는 봄의 아름다움을 알리가 없습니다. 겨울의 추위와 불편함이 봄을 기다리게 하기 때문입니다. 고통을 모르는 사람은 치유의 기쁨을 모릅니다. 슬픔을 모르는 사람은 위로의 행복을 알리가 없습니다. 무사안일의 하루는 지루한 일상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 예수님의 부활은 봄을 그리는 이들에게 희망이고, 삶의 치유와 위로와 기쁨의 이유가 됩니다. 그리고 부활은 배타적 삶이 아닌 이타적인 삶의 승리를 의미합니다. 더불어 함께 극복할 때 봄은 오고 고통은 치유가 되고 슬픔은 위로가 되기 때문입니다.



문득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가 생각납니다. 뜨거운 아랫 연탄에 "지금은 인정머리 없는 차가운" 연탄이 얹혀져 뜨겁게 타오르듯이 우리는 그렇게 함께 뜨거워지고 겨울을 이겨냅니다. 모두가 우리 삶의 소중한 존재입니다.

따라서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는냐" 로 시작되는 시인의 일갈에 스스로에게 반문하게 됩니다. "내 입장에서 보다 남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보여지는 것으로 판단하지 않고 그 깊은 내면의 사연을 물어보거나 사료 깊게 생각하며 이해하려고 하는가? 요한의 첫째 편지 2장 16절에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세상에 있는 모든 것, 곧 육의 욕망과 눈의 욕망과 살림살이에 대한 자만은 아버지에게서 온 것이 아니라 세상에서 온 것입니다."

"육의 욕망"은 배고픔과 같은 우리의 원초적이고 본능적 욕망입니다. 이 욕망에 충실하여 내가 배고프다고 남의 것을 빼앗는 것이 정당화 될 수는 없습니다. 그러면 약육강식의 처절한 무한 경쟁이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배려가 없는 세상입니다. 바로 하느님께서 경계하는 세상적 생각이고 바로 지옥과 같은 세상입니다.

우리에게는 겉으로 보이는 것으로 판단하지 않고, 내 위주로 판단하지 않고 오히려 상대방의 속사정에 귀를 기울이는 배려가 필요합니다. 마치 남들이 나의 사정을 이해 해주기를 바라는 것처럼, 남의 사정을 헤아리려는 마음이 우리 사회를 더욱 평화롭고 넉넉하게 만듭니다. 이에 예수님은 루카 복음 6장에서 굉장히 강하게 말씀하십니다. 36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 37 남을 심판하지 마라. 그러면 너희도 심판받지 않을 것이다. 남을 단죄하지 마라. 그러면 너희도 단죄받지 않을 것이다. 용서하여라. 그러면 너희도 용서받을 것이다. 38 주어라. 그러면 너희도 받을 것이다.이 것이 바로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황금률입니다. 바로 역지사지의 마음입니다.

봄이 오면 눈더미 속에서 한껏 움추리고 봄을 기다리던 수선화가 돋아나 꽃을 피우고 마른 가지는 꽃으로 덮입니다. 이제 겨울은 가고 봄 내음이 코를 자극하며 두터운 외투를 옷장에 넣고 봄 옷을 꺼냅니다.

그 때 고군분투의 삶 속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받은 상처가 아파서 우리 마음에 두텁게 덮인 '두려움'의 외투를 벋어 버리고, 얇은 옷으로 바꾸어 좀 더 부드러운 마음으로 자신과 이웃을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나의 상처와 나의 아픔과 나의 슬픔에 갇혀 남의 상처와 남의 아픔과 남의 슬픔은 하찮게 느껴지지 않는 마음의 봄을 기다리는 이유입니다.

기다리지 않는 사람은 다가옴을 느끼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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