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글마당] 사과의 시절

사과를 한입 베어 물고 싶다

달콤하고 시큼한 맛

갑자기 그녀의 모습이 눈망울이 생각나는가





해가 가면 묵은 사과는 어쩔 수 없이 사라진다

넓은 바다 위에 잠시 떠 있는 흰구름 같은

내 슬픔과 악몽과 빈곤 까지도 모두 가져갔다고

믿었던 둥글고 빛나는 표면



곡예사의 모습으로

나는 자주 그 표면에서 미끄러졌다

굴러가는 언덕에 기대면서 미끄러져 갔다

사과는 붉은 빛을 안겨주기는 했으나 과육이 그리웠다

결핍을 깨닫게 하는 둥글고 미끄러운 언덕



팔 벌린 나무에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너와 나의 풋사과 시절

여울은 바다의 향기였나

너의 눈빛의 수렁에 우리의 젊음도 향기로 묻어두자

어제로 내일을 살 수 있다는 생각

기약 없는 사랑 때문이었을까


정숙자 / 시인·아스토리아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