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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자리 바꾸기

바닷가 공원 벤치에 할머니와 아기가 앉아 있다

노인은 휠체어에서 졸고 있고

여자 아기는 유모차에 앉아 자고 있다

온순해진 가을 햇살이 이들을 돌보고 있다





보조사의 도움에 의지하고 있는 할머니도 처음은 아기였다

천사로 태어나 유년이 되고, 어머니, 할머니가 되었다

노인은 다시 아기로 돌아가고 있다

혼자 걸을 수 없고, 가끔은 누군가가 옷을 입혀주고

먹여 주어야 하루를 지낼 수 있다

아기는 곧 첫 걸음을 떼고

학교에 다니고, 처녀가 되고

결혼을 해서 아기를 낳을 것이다

언젠가 할머니가 되고 기력이 떨어져

누군가의 보호가 필요해 질 것이다



아가와 노인은 자리가 바뀌고 있을 것이다

항상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해와 바다는 이들의 자리가 바뀌는 것을 모를 것이다


최복림 / 시인·롱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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