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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산토도밍고에서 크리스마스를

도미니카공화국에는 넓은 사탕수수농장마다 100여개 가구에서 많게는 수 백가구의 마을이 조성돼 있다. ‘바떼이’라고 불리는 이 마을들은 사탕수수농장 노동자로 생계를 유지하는 아이티인 집단 거주지다. 오랜 역사를 가진 바떼이의 아이티인 노동자들은 법적인 신분보장이 안 돼 교육과 의료 등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마을을 떠나 마음대로 나다니지도 못한다. 조상 때부터 바떼이에 살면서 그곳에서 평생 일하기도 하고, 더러는 그 일을 위해 돈을 주고 아이티에서 국경을 넘어와 바떼이에 정착해 생계를 유지하며 살기도 한다. 하지만 고된 노동과 마약과 술과 노름에 사탕수수 재배 기간이 끝난 뒤 오는 긴 휴가철과 미혼모와 우상숭배까지 겹쳐 바떼이는 ‘소망 없음’의 상징이 되어 있다. 우리는 여러 해 동안 몇몇 바떼이를 방문하여 아이들과 놀기도 하고, 학용품을 공급하고 교회 건물을 보수해주기도 했다.

산토도밍고 인근의 엘리몬은 공기가 좋고 물이 맑고 사람들이 외지인을 환대하는 따뜻한 마을이다. 이곳에는 우리가 몇 해 전 한국에 있는 후원자의 도움으로 증축한 교회가 있다. 엘리몬에는 찬양이 뜨겁고 예배가 아름답고 열정 있는 목사님도 있고, 비록 가난하지만 믿음 안에서 기쁨을 누리며 열심히 사는 성도들도 있다.

우리가 도미니카공화국에서 동역하는 월드 그레이스 미션 센터 인근에는 쓰레기 처리장에 세워진 마을도 있다. 두케사라고 하는 이 동네에는 쓰레기를 주워 사는 사람들이 모여 예배드리는 교회도 있다. 4년 전 그 교회를 방문하여 아이들에게 샌들을 선물했을 때 하늘 높이 점프를 하고 소리소리 지르며 기뻐하던 아이들이 사는 곳이다.

아이티든 도미니카든 고단한 삶을 사는 이들은 어디든지 있다. 소망이라는 단어조차 사치가 되는 생존의 현장이 있다. 도미니카공화국에서의 삶이 아이티보다 훨씬 낫다고 하지만, 그곳에도 툭 건드리면 눈물이 폭포처럼 쏟아질 것 같은 깊은 눈을 가진 마음 아픈 아이들이 있다.



우리는 올해 성탄절에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지 않기로 했다. 대신 12월 23일부터 25일까지 지난 몇 년간 아이티에 집중하느라 방문하지 못한 도미니카공화국의 아이들을 만나러 가기로 했다. 모든 교우가 가지는 못해도 가는 사람도 보내는 사람도 한뜻으로 마음 설레는 일정을 만들었다. 그리하여 조금이라도 더 넉넉한 산타클로스 역할을 해보려고 이것저것 챙기며 욕심을 내고 있다. 300명에서 600명까지, 우리가 만날 아이들을 가늠해보며 백팩도 만들고, 과자와 캔디, 학용품, 장난감을 넣은 선물꾸러미를 준비하고 있다. 스패니쉬로 성경 구절이 적힌 예쁜 북마크도 넣고, 그곳에서 도와주시는 선교사님의 도움을 받아 현지교회에서 밥도 해서 같이 먹으려고 한다. 가서 아이들에게 산타 할아버지와 사진을 찍어 주려고 폴라로이드 필름도 많이 준비했다.

예수님 이 땅에 오신 의미를 한껏 누리고 나누면서 정말 마음이 따뜻해지는 성탄절을 보내고 싶어서 분주한 마음으로 준비하는 것이다. 가서 만져주고, 안아주고, 함께 놀아주는 일이 성탄절의 의미를 높이는 가치 있는 일이라고 믿으면서 만나는 아이들과 진정한 예수님의 사랑을 나누려고 한다.

하늘 보좌를 버리고 사람의 몸으로 태어나신 예수님은 이 땅에서 가난한 이들의 벗이 되셨고, 소망이 되셨다. 헐벗고 굶주리고 병든 이들의 위로가 되셨고 그들의 필요를 채우셨다. 굶주리고 목마르고 병들고 갇힌 이웃을 돌보는 것이 예수님께 하는 것이라고도 하셨다.

이번 성탄절에 우리는 산토도밍고에서 예수님의 생일을 축하하려고 한다. 자칫 빈손으로 허전한 성탄절을 보내게 될지 모를 아이들과 함께 잔치하려고 한다. 그 생일잔치를 예수님도 기뻐하시리라고 믿어져서 설레는 마음으로 성탄절이 빨리 오기를 기다린다.

더 코너 인터내셔널 대표


조항석 / 목사·뉴저지 뿌리깊은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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