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당] 바스락 거리는 소리
바짝 마른 국화꽃향기는 마르지 않았나
코를 들이대면 코끝을 바삭인다
아직 설익은 가을 한적한 공원의 오후
푸른 호수의 물을 가르며 일렬종대로
앉아있는 길들이지 않았을 물새
자로 잰 듯 반듯하다
직선은 부러지기 쉽다
부서진다는 것은 소멸을 의미하는 것
생은 가끔 휘어지는 곳에 의미가 있다
짙푸른 호수 속 호젓한 곳에 서 있는 분수
둥근 분수 속의 둥근 무지게
햇빛과의 인연은 기다리던 찰라에 있었다
맑은 하늘을 우러르는 붉은 잎들의 결별
살랑이는 바람에도 가을 꽃잎들은 날리고
메마른 온몸은 스스로 땅을 향한다
쓰레기 통에서 주어온 마른 꽃
어머니가 그리워 당신이 그리워
바스락 거리는 소리
정숙자 / 시인·아스토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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