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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완섭 칼럼]아베 총리에게 묻는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보수 우익 정치인으로 정략에 따라 갈지자 걸음을 마다 하지 않는 대표적인 강경 매파다. 고이즈미 전 총리가 대북외교를 펼칠 때 반대 목소리를 높이다가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는 수단방법을 안가리고 대북비밀협상을 추진하다 망신을 당한 적이 있는 '두 얼굴의 사나이'다.

총리가 되기 전 관방장관 때는 북핵문제가 터지자 "북 미사일기지 선제공격" 운운하며 신이 나 어쩔 줄 몰라했던 인물. 53세의 전후 세대이면서도 호전성에 있어서는 미국의 네오콘 뺨치고도 남는 '수구 꼴통'이다.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종군위안부는 꾸며낸 얘기"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총리로서 당연한 책무" 따위의 말을 거침없이 해왔다.



해외파병을 위해 평화헌법 개정을 공언해온 그가 결국 본색을 드러냈다. "일본이 종군위안부를 강제동원한 증거가 없다" "이 문제에 대해 다시 사과하지 않겠다"고 말해 물의를 빚고 있다.

아베 총리에게 묻겠다. 위안부를 동원한 게 강제가 아니었으면 처녀들이 자발적으로 군부대 막사까지 걸어 들어갔단 말인가. 자발적 매춘이란 건가. 20여만명의 꽃다운 나이 여성들이 '군바리'들을 상대로한 매춘에 스스로 동참했다는 것인가.

아베 총리에게 묻는다. 총리는 지금 지난 1993년 당시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의 위안부 사과담화를 전면 거부하는 자기부정의 역사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발언 시점도 다분히 의도적이다. 한인여성과 한민족 전체를 또 한 번 능멸하는 망언이라는 사실을 모를 리 없는 아베가 3.1절을 택한 게 결코 우연은 아닐 것이다. 한반도 명산 정상마다 철근을 박아 한민족의 맥을 끊으려했던 침략의 원혼들이 오늘날 일본을 이끌어 가는 위정자들의 가슴 깊숙한 곳에 여전히 살아 있음을 드러낸 걸로 밖에 볼 수 없다.

지금 일본과 미국 아니 일본과 세계 언론간에는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연방 하원에 올라가 있는 위안부 결의안을 의식한 일본이 치열한 정치 여론공세에 각국 언론이 즉각 십자포화를 퍼부으면서 '미디어 전쟁'의 양상을 띄고 있다.

아베 총리의 선전포고성 발언은 4월 미국 방문을 앞두고 정치적 타협을 노린 계산된 발언일 가능성이 크다. 결의안이 하원에 올라가 있는 것 자체가 그에겐 목에 가시였을 것이다. 통과 가능성이 높아지자 더욱 안달이 난 것 같다. 그는 "미 의회가 통과시키더라도 사과할 용의가 없다"고 지레 쐐기를 박았다. 이번에도 '선제공격'을 택한 셈이다. 국제법적 구속력이 없다하더라도 세계 여론에 미칠 선언적인 의미가 큰 점을 감안 떠밀려서 답변을 해야 하는 부담을 피하고 싶었던 것 같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나 할까. 일본의 언론들이 아베 엄호에 나섰다. 요미우리 신문은 "그런 역사가 없었다는 게 정설" 이라며 "결의안을 낸 하원의원들은 이를 뒤엎을 증거가 있냐" 고 하원을 향해 따졌다. 산케이신문도 "통과여부와 관계 없이 일본군과 일본인의 명예가 부당하게 훼손될 지 모른다"며 되레 통탄을 하고 있다. 역시 국익 앞에서 진실규명이라는 명분은 허섭스레기에 불과한 모양이다.

각국 언론들이 일본의 얄팍한 속셈을 모를 리 없다. 뉴욕타임스는 즉각 역사적 진실을 외면하지 말고 피해자들과 해당 국가에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신문은 사설에서 "일본의 주장과는 달리 당시에 매춘굴은 없었으며 그건 매춘이 아니라 '집단 강간'"이라고 규정했다.

중국과 대만 정부와 유럽의 언론들도 아베 총리의 발언에 유감을 표하고 일본 정부가 더이상 역사를 왜곡하지 말아달라고 주문했다.

하원결의안이 통과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뜻있는 단체들이 추진하는 서명운동에 한인들이 동참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건 분명 매춘이 아니라 '일본 정부에 의한 조직적인 집단강간'이었다.

미 의회는 일본이 더이상 역사적 사실과 진실을 더이상 호도하지 말고 진정으로 사죄하고 희생자들에게 응분의 보상을 하도록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총리에게 묻는다. 총리가 아니 일본이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인가. 부끄러운 과거를 감추고자 하는 졸렬함인가. 아니면 전쟁을 미화하고 침략을 정당화함으로써 대륙침탈의 야욕에 다시 불이라도 지피겠다는 것인가.

아베 총리에 바란다. 국익에 눈먼 언론의 연막과 전쟁의 망령에서 하루 속히 벗어나길…. 그리고 가당치도 않은 시대착오에 빠져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행위가 더이상 없기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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