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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 포로 출신 보수 거목 존 매케인 사망

매파였지만 북한 공습은 반대
6선 상원의원, 대선 2번 도전
작년 투병 중 투표…기립박수

'진정한 보수주의자'로 불렸던 미국 정계의 거목이 스러졌다.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애리조나)이 25일 애리조나주 자택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뇌종양으로 숨을 거뒀다. 82세.

공화당 중진의원으로 당 안팎에서 두루 존경을 받았던 매케인은 1936년 파나마 운하 인근 해군기지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와 아버지 모두 해군 제독으로 공을 세운 군인 집안이었다. 청년 매케인이 해군사관학교에 입학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군인으로서의 삶은 파란만장했다. 해군 소속 전투기 조종사로 베트남전에 자원해 참전했던 그는 1967년 하노이 상공에서 작전 중 격추돼 끔찍한 포로 생활을 시작한다. 이때 받은 심한 고문의 후유증으로 그는 평생 한쪽 다리를 절었고 양팔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릴 수도 없었다.



매케인이 태평양사령관의 아들이란 것을 안 북베트남 측은 그를 협상용 카드로 쓰기 위해 석방 기회를 주기도 했지만 매케인 부자가 거부했다. 붙잡힌 순서대로 석방돼야 한다는 '원칙' 때문이었다. 그는 수년간 더 고통 받아야 했지만, 후에 이런 일화를 알게 된 미국인들은 '정치인 존 매케인'을 더욱 신뢰하게 된다.

1973년 석방된 그는 1981년 전역한 뒤 정치에 뛰어들었다. 1982년 중간선거에 공화당 하원의원 후보로 출마해 '전쟁 영웅' 이미지로 당선됐다. 4년 후 상원의원이 된 후엔 내리 6선을 했다.

매케인은 대권에도 두 번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2000년 당내 경선에서 조지 W 부시에게, 2008년 대선에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패했다.

그럼에도 중진의원으로서 그의 영향력은 어마어마했다. 그는 공화당 소속이었지만 당과 다른 소신을 밝히는 데도 거침없었고 원리.원칙을 중시해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인사' '고집 센 이단아'라는 평가를 받았다.

누구보다 전쟁의 폐해를 잘 아는 군 출신 정치인으로서 국가 안보를 매우 중요하게 여겼지만, 북한과 이란 공습에 반대했고 미국 내에서 은밀히 자행됐던 테러 용의자에 대한 고문에 대해서도 크게 비판했다.

부시 정권 때 중앙정보국(CIA)의 테러 용의자 고문 사실이 폭로돼 공화당이 악재를 맞았을 때도 "이런 진실을 밝히는 것이 곧 미국의 가치"라고 말했을 정도였다.

그가 평생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자유를 필두로 한 '미국의 가치'였다. 이익에 따라 말을 달리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두고 "미국의 가치를 지키지 못할 사람"이라고 비판한 이유이기도 했다.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해 의원 본연의 의무에도 충실했다. 지난해 7월에 아픈 몸을 이끌고 의회에 출석해 오바마케어 폐지 법안에 반대표를 던지는 모습은 미국을 넘어 전 세계에서 주목 받았다.

거물 정치인의 죽음에 미국은 큰 슬픔에 빠졌다. 공화당과 민주당 가릴 것 없었다.

2008년 그의 맞수였던 오바마 전 대통령은 매케인과 자신이 달랐음에도 "우리는 수 세대에 걸쳐 미국인과 이민자들이 싸우고 전진하고 희생했던 더 높은 차원의 이상을 향한 믿음을 공유했다"며 애도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 부부는 "옳은 일이라면 틀을 깨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이"라며 고인을 기렸다. 매케인과 대립했던 트럼프 대통령 또한 "그 가족에게 깊은 연민과 존경을 전한다"고 트위터에 썼다.

매케인은 지한파 의원이기도 했다. 상원 군사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주한미군, 남북 관계에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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