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커뮤니티 포럼] "바람이 불지 않으면 뛰어야 한다"

한인권익신장위원회는 1999년 설립이래 20년 가까이 유권자 등록과 정치력 신장 운동을 펼치고 있다. [사진 한인권익신장위원회]

한인권익신장위원회는 1999년 설립이래 20년 가까이 유권자 등록과 정치력 신장 운동을 펼치고 있다. [사진 한인권익신장위원회]

어릴 때 색종이를 잘라 바람개비를 만든 다음 입으로 훅 불면 희한한 무지개 같은 색이 되면서 돌았다. 그 돌아가는게 재미있고 그 색깔이 신기해서, 바깥에 나가 바람이 없으면 바람개비가 돌게 하기 위해 온 동내골목을 뛰어 다니며 놀았던 기억이 난다. 바람이 불지 않으면 내가 뛰어야 바람개비가 돈다. 바람이 불어야 풍차가 돌고, 전기가 일어나고, 에너지가 생긴다. 세상이 움직이지 않으면 내가 뛰어서 움직이게 해야한다.

요즘 같이 동네 블락마다 배꽃, 벗꽃,하얀 입술에 빨간 립스틱을 짓게 바른 사과나무꽃 , 진분홍 철죽 또 수선화, 튤립등 온갖 꽃들이 한창 피어 황홀하다. 이 좋은 계절에 왜 이렇게 바람이 자주 부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꽃 필때 바람이 불지 않으면 과일나무는 열매를 잘 맺지 못하고, 또 꽃들은 씨가 잘 안맺힌다. 왜냐하면 바람이 불어야 암.수 수술이 만나고 부딪히며 수정이 되기 때문이다. 꽃샘 바람이아니라, 꽃씨 바람이다. 바람이 불어야 무언가 이루어 진다. 그래서 봄에 결혼을 많이 하나 하는 생각도 해보고, 바람나 도망갔다는 앵두나무 우물가의 처녀들도 상상해 본다.



아이리시 맨튼 의원의 조언



우리 커뮤니티도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우리가 움직여서 파워그룹을 만나고 만들어야 한다. 그 바람을 일으켜보려는 마음으로, 1990년대 아직 한인과 아시안의 정치력이 미미할 때, 당시 퀸즈 서니사이드에 위치한 퀸즈민주당 의장이며 연방의원인 토마스 맨튼( Thomas Manton) 의원 사무실을 방문했던 일화를 소개한다.

함께 한 일행은 당시 한인 민주당 홍종학, 이다옥 박사, 김순자, 데이비 신, 또 아시안 민주당 에텔 첸 이었다. 그때 우리가 한인들과 아시안들이 인구 수에 비해 제대로 대접은 못받고 시 정부나 경찰 또 정치인들로부터 무시당하며 차별을 늘 받는다고 말하자, 듣고 있던 맨튼 의원이 자신들이 겪었던 아이리시 이민 초창기 얘기를 해주었다. 자기 아버지는 아일랜드에서 온 이민자라고 했다. 1940~1950년대 자기가 어린 청소년이었을 당시 퀸즈 우드사이드, 서니사이드 지역은 주로 유럽계 백인들이 가게를 많이 운영하고 있었는데, 대부분의 가게 입구 출입문에는 "아이리시와 개는 출입금지(No Irish, No Dog Allowed)"라고 적어 놓았다고 한다. 직장을 잡으려고 인터뷰를 하러 가면, "아이리시는 접수 안 함(No Irish Applied)"이라고 적어 붙인 곳이 많았다고 했다. 아일랜드 이민자들은 요즘 아시안이 받는 차별과 서러움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차별을 받았다고 했다. 그리고 어릴 때 자기 집 거실에는 많은 삼촌들이 몇 개월씩 지내다 가고, 또 다른 친척들이 오곤 했는데, 알고 보니 그 사람들은 아일랜드에서 갓 이민와서 갈 곳이 없는 아버지 고향 사람들이었고, 또 영주권을 받기 위해서 늘 이것저것 궁리하는 걸 들었다고 했다.

맨튼은 고등학교 졸업 후, 1950년 한국전쟁 중 해병대에 입대하여 1953년 제대하고 곧 뉴욕 경찰이 되었다. 경찰 근무을 하면서 대학에 들어가 틈틈이 공부해1958년 세인트 존스 대학을 졸업했다. 그후 타이프 라이터와 컴퓨터 세일즈멘을 하면서 법대를 졸업하고 변호사가 되었다. 맨튼의 아버지는 건축 공사장 미쟁이였다고 했다. 옛날에 그의 아버지가 일하던 공사장 중 하나가 바로 의사당 건물 이었다고 한다. 그 의사당을 지을 때 미쟁이로 일했던 사람의 아들이 연방의원이 된 것이었다. 이런 일은 미국에서만 가능할 수 있다 했다. 그는 한인 이민 1세 들도 자기 아버지같이 온갖 고생을 하고 있지만 희망을 가지고2세들을 잘 키우면 '아메리칸 드림'을 이룰 것이라며 우리를 격려했다.



심지 않으면 추수할 것 없어

맨튼은 1970년 시의원에 당선됐고 1984년 연방하원의원이 됐다. 그리고 연방의원 7선 후, 1998년 은퇴 하면서 그 자리를 물려받은 인물이 조셉 크라울리 전 연방의원이다. 맨튼 의원과 후임 조셉 크라울리 의원은 뉴욕의 최초의 아시안 정치인 존 리우 시의원을 당선시키는데 공헌을 했으며, 최초의 흑인 여성 헬렌 마샬을 퀸즈보로장으로 공천해 당선시켰다. 또한 많은 히스패닉 정치인을 배출했다. 맨튼 의원의 인생 스토리는 전형적인 이민 가정의 성공 스토리이자 우리에게는 교훈이며 롤 모델 감이다

한인 정치력 신장도 마찬가지다. 비전을 가지고 꾸준한 유권자 등록과 투표참여 운동을 하며 1.5세, 2세 정치 후보감을 발굴하고 키우고 정치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 영어에 자주 쓰이는 말 "If you don't give a damn about anything, No one will give a damn about you"처럼, 지역 정치인을 사귀고 한인 커뮤니티와의 친분관계를 유지하는데 힘써야한다. 능력있는 한인 후보가 나오면 자연스럽게 지지를 부탁할수있을 정도로 신뢰를 쌓아야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많은 동포들이 투표를 행사하고, 정치자금을 공식 후원해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정치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표심과 자금이기 때문이다. 그래야 커뮤니티가 필요할 때 법안 상정 같은 민원을 부탁할 수 있고, 한인 보좌관 채용, 또 때론 정치인이 도와 줄 수 있는 개인적인 민원도 부탁할 수 있다. 모든 건 상부상조이다. 심지 않으면 추수할 게 없다.



유권자 등록과 정치력 신장

권익신장위원회의 설립 목적도, 전문적으로 유권자 등록을 하고 또 정치력 신장을 하기 위해서다. 1999년 설립멤버는 홍종학, 김기호 박사(전 한인민주당 회장), 이찬우 변호사(현 한인민주당 회장), 홍유미 변호사, 양호 평통 회장, 이재성 변호사 등 이었다.

또 한편으로는 그때 우리보다 먼저 한인 정치력을 키우려고 수고한 분으로, 우리의 멘토 역할을 해 준 유은희씨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유권자 등록을 통해 한인 정치력을 신장시키는 운동에 가장 중요한 부분은 한인 교회의 참여다. 목사님, 신부님들의 이해와 허락이 이 운동의 승패를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아니다. 그동안 많은 목사님들의 협조로, 모든 유권자 등록의 95%는 교회에서 받았으며, 초창기에 2 00~300 명 밖에 안되던 한인 유권자가 지금은 뉴욕시에만 2만 명이 훨씬 넘게 됐다. 23년 동안 매년 평균 열군데 정도의 교회를 방문하기 때문에 친한 목사님들이 무척 많아져서 신문에서 성함만 보거나, 방송에서 목소리만 들어도 "아, 이 분은 어느 교회 어느 목사님"이라는 걸 거의 알 수 있다. 나는 천주교 신자이지만 여러 목사님의 교회 예배와 설교가 아주 익숙해졌다. 지금도 매월 유권자 등록을 위해 목사님들께 전화하며 허락을 구한다.

또한, 유권자 등록운동은 봉사자들의 노고와 희생으로 이루어진다. 2000년대 꾸준히 10년 넘도록 함께 봉사한 정종효 부회장, 브롱스과학고 학부모협회, 강순철 전 회장, 이영우, 안젤리카 이, 브라이언 강 등 많은 학생들, 퀸즈성당의 김국남, 윤갑섭 전 생활상담소장, 요즘도 꾸준히 오랫 동안 등록운동에 동참하는 강석구 부회장, 임대중 한인정치발전위원회 회장, 리처드 이 퀸즈 재정국장 등이다. 특히 민권센터, 시민참여센터 등 보이지 않게 봉사하는 많은 분들의 수고로 한인 커뮤니티는 바람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이제 또 다시 대통령 선거가 불 붙고 있다. 우리 한인 커뮤니티도 큰 바람개비, 풍차를 만들어 1.5 세 2세들을 대선 바람과 함께 뛰게 하자. 그 힘으로 정치력 에너지를 한 단계 더 올리자.


박윤용 / 한인권익신장위원회 회장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